수컷 고릴라도 페로몬 발산한다

상대 위협하거나 경고하는 의미

1959년 피터 칼슨과 미틴 루셔는 ‘페로몬'(Pheromone)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리스어의 ‘운반하다’라는 뜻을 가진 ‘pherein’과 ‘자극하다’라는 뜻을 가진 ‘hormone’에서 착안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페로몬은 같은 종의 동물이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화학적 신호를 말한다.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과는 다르게 동물의 경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페로몬과 관련된 연구는 주로 사람보다는 동물을 대상으로 많이 진행되었으며, 이들이 어떻게 페로몬을 이용하여 의사소통 하는지를 연구한다.

암컷 페로몬과 관련된 연구는 많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수컷의 페로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지난해 7월, 수컷 고릴라의 페로몬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페로몬을 내뿜는다는 것이다.

수컷 고릴라는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다른 수컷을 물리치기 위해 페로몬을 발산한다.  ⓒ Kabir Bakie at the Cincinnati Zoo (Wikipedia)

수컷 고릴라는 자신의 가족을 위협하는 다른 수컷을 물리치기 위해 페로몬을 발산한다. ⓒ Kabir Bakie at the Cincinnati Zoo (Wikipedia)

영국 스털링 대학교(University of Stirling) 미카엘 클라이로바(Michelle Klailova) 교수팀은 수컷 고릴라가 의사소통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페로몬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상대방을 위협할 때도 이 페로몬은 사용되었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열대우림에 살고 있는 한 고릴라의 일상생활을 1년간 추적 조사하였다. 관찰하는 도중, 연구팀은 이 고릴라가 다른 수컷 고릴라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독특한 향기를 발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수컷 고릴라의 경우, 일정 나이가 되면 가족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아직 가족을 형성하지 못한 다른 수컷 고릴라들이 영역을 침범해서 암컷과 새끼를 빼앗거나 죽이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이 고릴라가 강렬한 향기를 내뿜었다.

사향(musk)과 비슷한 냄새로, 연구팀은 바로 이 향기를 자신의 가족을 해치려는 다른 수컷 고릴라들을 위협하고 동시에 경고하는 의미로 해석했다. 사람에게는 악취에 가까운 냄새이지만, 가족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향기가 계속해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점도 흥미롭다. 연구팀이 관찰한 고릴라의 경우, 주변에 낯선 고릴라들이 오면 때로는 아예 향기를 차단하거나 향을 더 강하게 발산시켰다. 상황에 따라 페로몬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는 위험성을 느껴 페로몬이 무의식적으로 발산된 것이 아니라, 고릴라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고릴라가 의도에 따라 전략적인 요소로 페로몬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짝짓기 준비된 암컷 쥐만 수컷 페로몬 냄새 맡아

수컷 페로몬은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페로몬은 동물의 성적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 수컷의 페로몬이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다소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짝짓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암컷 쥐만이 수컷의 페로몬을 인지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스크립스 리서치 연구소(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 리사 스토어(Lisa Stowers) 교수팀의 연구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출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암컷 쥐는 황체호르몬(progesterone)이 발산하면서 수컷 쥐의 페로몬 냄새를 맡는 능력이 차단된다고 밝혔다. 배란기에는 이 호르몬이 줄어 잠재적인 짝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나, 배란기가 끝나면 다시 호르몬이 증가해서 수컷 쥐의 페로몬을 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코가 능동적으로 이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코가 모든 자극을 받아들여 정보를 뇌로 보내는 단순한 감각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서 분비된 호르몬의 신호가 코에 직접 작용하면서 어떤 정보를 뇌로 보낼지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원래 페로몬 관련 연구는 누에에서 시작되었다. 주로 곤충이 재료로서 이용되었기 때문에 곤충 특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한 연구와 같이 경보 페로몬 등 곤충 이외의 종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동물의 의사소통에 있어 페로몬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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