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차선 변경을 하려는 옆 차에게 양보하지 않았다. 무거운 짐을 든 노인을 봤지만 도와주지 않았다. 잠시 펜을 빌리려는 동료에게 짜증이 났다…”
요즘 들어서 마음이 너그럽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수면 부족을 의심해 볼 만하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수면 부족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면 이타적 본능과 사회적 유대감을 약화시켜 자칫 이기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쁜 현대인들은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게티이미지뱅크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수면 부족 국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 우리 국민의 수면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전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2016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 22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시 51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성인남녀 10명 중 4명(41.4%)은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면 만족도는 고작 41%다.
청소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7.2시간, 고등학생의 경우 5.8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의 4분의 1도 채 못 자는 셈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수면 부족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수면은 신체회복, 조직복구, 체온조절, 인지기능 및 인지 수행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잠이 부족하면 신체의 항상성이 무너져 심혈관 질환, 우울증, 당뇨병, 고혈압 등 질병의 원인이 된다. 또한, 뇌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증가시켜 뇌 조직에 손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의사결정 및 인지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의학적 측면에서 수면 부족은 매우 위험하다.
잠을 부족하게 만드는 사회, 매우 위험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면 부족이 사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달 발표됐다. 개인의 병리적 증세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수면 부족이 개인과 공동체, 사회 전반에 걸쳐 서로 돕는 마음을 약화시킨다’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저널에 게재됐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 수면 부족은 사람의 기본적인 사회적 양심을 손상시켜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욕구를 감소하게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증상이 개인에서 공동체로, 국가적 차원으로 퍼지게 되면 호모 사피엔스부터 사회를 지켜 온 ‘다정한 힘’이 그 동력을 잃게 돼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는 ‘착한 마음’에서 우러나온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다양한 친사회적 행위는 사회적 인지 네트워크로 알려진 뇌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측 전전두엽 피질(mPFC), 측두-두정 접합부(TPJ), 설전부(precuneus)로 구성된 이 네트워크는 타인의 상황을 살피고 필요와 관점을 고려할 때 활성화된다. 반면 네트워크의 영역 내 병변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타심이 매우 약화되는 후천적 사회병증을 초래한다.
연구진은 바로 수면 부족 시 이 네트워크가 현저하게 손상된 것을 발견했다. 벤 사이먼(Ben Simon) 박사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은 사람의 fMRI를 관찰하면 사회적 인지 네트워크 뇌 영역이 반응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즉 타인이 고통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인식하고 그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면과 비수면에 따른 사회적 인지 네트워크 뇌 영역 관찰 결과 ⓒPLOS Biology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 개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먼저 개인 수준에서의 사회적 인지 뇌 네트워크를 관찰했다. 건강한 성인이 하루 8시간 수면 후, 아예 수면을 하지 않은 후에 뇌를 fMRI 스캔한 결과 비수면의 경우 친사회성을 촉진하는 사회적 인지 네트워크(the social cognition network) 내의 핵심 노드가 비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두 번째 실험은 그룹 차원에서 100명의 대상자가 여러 날 밤에 걸쳐 야간 수면을 감소한 결과를 관찰했다. 연구원들은 수면의 질(잠을 자는 시간, 깨어난 횟수)을 측정하고, 대상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욕구를 평가했다. 그 결과, 지난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던 대상자들은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의지와 열의가 분명히 덜한 것으로 관찰됐다. 이를테면 거리에서 부상당한 사람을 보거나 다른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는 소소한 행위조차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대규모 국가 차원에 대한 연구로서 서머타임(일광 절약 시간)이 적용된 2001년부터 2016년까지 300만 자선 기부금을 데이터마이닝 해 결과를 얻었다. 서머타임으로 잠재적 수면 손실이 일어난 기간에 기부금이 약 10%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대조군으로 서머타임을 실시하지 않은 나라의 지역에서는 기부금의 변화가 없거나, 크지 않았다. 연구진들은 단 한 시간의 수면 부족이라 할지라도 이로 인해 사람들의 관대함이 사라진다면, 연결된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연구 책임자인 워커(Matthew Walker) 버클리대 심리학 교수는 “수면 손실은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웰빙 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유대는 물론 국가 전체의 이타적 정서까지 위협한다.”고 말했다.
또한, 벤 사이먼(Ben Simon) 박사는 “수면은 친사회적이고, 관대한 인간 행동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면을 장려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매일 경험하는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매우, 분명하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수면이 불필요하거나 낭비라는 생각, 잠을 많이 자는 것이 게으르다는 인식은 결국 사회를 각박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적당한 잠은 개인에게도 ‘보약’, 사회에도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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