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반추위 미생물이 플라스틱 분해한다

반추위 박테리아 효소…합성 폴리에스터 가수분해 효과 확인

2020 유럽 플라스틱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육상과 해양에 쌓이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연간 2,580만 톤이고, 그중 폴리에스터가 약 1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 문제는 지구촌의 숙제이다. 현재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약 3억 5,900만 톤으로 추정. 재활용 비율이 낮은 것을 고려하면 현재 인간은 플라스틱 쓰레기더미에 살고 있다. 2020 유럽 플라스틱 산업 보고서에서는 육상과 해양에 쌓이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2,580만 톤이고, 그중 폴리에스터가 약 1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소 위에서 찾았다. 오스트리아 산업 생명공학 센터(ACIB) 연구진은 “소 반추위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페트병과 섬유에 쓰이는 합성 폴리에스터 성분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PET)를 분해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생명공학 및 생명공학기술 프런티어스(Frontiers in Bioengineering and Biotechnology)’에 발표했다. 분해하는 미생물을 특정할 수 있다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연폴리에스터 소화하는 소의 능력에서 연구 출발

소, 말과 같은 반추동물은 혹위, 벌집위, 겹주름위, 주름위 등 4개의 방으로 구성된 위를 갖고 있다. 혹위와 벌집위인 반추위를 거쳐 삼킨 음식물을 다시 입안으로 토해 씹은 후 삼키는 되새김질을 한다. 반추위는 풀과 같은 거친 셀룰로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배양되는 공간이다.

소 반추위 내 미생물의 효소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을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소의 반추위 내부 몇몇 미생물로 작용한 효소가 PET를 분해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소가 먹는 식물의 세포벽 성분에 큐틴(Cutin)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큐틴은 폴리에스터와 비슷한 구조다. 연구 교신 저자인 ACIB 도리스 리비치 박사는 “반추동물은 많은 식물성 물질을 먹고 분해하는데, 위에서 분해효소를 지닌 미생물이 발견될 가능성을 예상한 것이 연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사실 폴리에스터를 분해하는 가수분해효소에 관한 미생물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 온 상태다. 액티노박테리아(Actinobacteria) 문이나 뿌리썩음병을 유발하는 푸사리움 솔라니(Fusarium solani), 휴미콜라 인소렌스(Humicola insolens),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spp.)와 같은 곰팡이에서 분리된 가수분해효소가 폴리에스터 분해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캐나다 매니토바대 생물시스템 공학부 데이비드 레빈 박사는 “PET를 섭취하는 최초 박테리아는 일본 술 ‘사케’ 발효에 관여하는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로 플라스틱을 분해한다”고 말했다. 이 박테리아는 PET를 에틸렌글리콜과 같은 분자로 분해하기 위해 ‘PETase’, ‘MHETase’라는 효소를 사용한다. 본지 ‘플라스틱 6배 빨리 분해하는 효소’ 기사에서도 다룬 바 있다.

반추위의 미생물이 플라스틱 종류인 PET, PBAT, PEF를 가수분해하는 모식도 ⓒ도리스 리비치, Frontiers in Bioengineering and Biotechnology


세균, 고세균 등 잠재적 폴리에스터 분해 미생물 발견

하지만 소 반추위 미생물에 관한 연구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소 반추위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PET 외에 식품 포장과 친환경 비닐의 주성분인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thalate)와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인 PEF(Polyethylene furanoate)도 분해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리비치 박사 연구진은 반추위 미생물의 플라스틱 분해능력 시험을 위해 3종류의 플라스틱을 각각 반추위 액체에 1~3일간 배양했다. 결과는 세 플라스틱 모두 분해됐다. PEF가 다른 두 플라스틱보다 월등하게 잘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반추위 내용물에서 추출된 DNA를 분석해 미생물을 분석했다. 박테리아인 세균이 98%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진핵생물(1%)과 고세균(0.9%), 바이러스(0.1%) 순으로 검출됐다. 세균계로는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 문이 가장 우세하고,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 퍼미큐티스(Firmicutes), 액티노박테리아(Actinobacteria)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프로테오박테리아 문으로는 슈도모나스(Pseudomonas) 속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아시네토박터(Acinetobacter)가 검출됐다. 지난 연구에서 슈도모나스 종은 PET 가수분해를 위해 에스테라제, 리파아제, 큐티나아제 등의 가수분해 효소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추위에서 발견된 종은 메틸케톤 분해에 관여하는 슈도모나스 베로니(Pseudomonas veronii)다.

슈도모나스 베로니(P. veronii). 소 반추위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라이프니츠 연구소 DSMZ-Deutsche Sammlung von Mikroorganismen und Zellkulturen GmbH

반추위에서 발견된 미생물 중 고세균도 포함됐다. 고온과 강한 산성도, 염도 등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고세균이 효소를 통해 폴리에스터를 분해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검출된 고세균은 메타노코르푸스쿨라브레아눔(Methanocorpusculum labreanum)과 메타노래큘라(Methanoregula sp.) 종이다.

폴리에틸렌 등 강한 결합 분해하는 박테리아 효소 연구 필요

연구진은 반추위액에서 한 가지 유형의 효소만이 작용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효소가 분해와 관련해 상승작용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소 반추위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를 식별하고, 플라스틱을 가수분해하는 데 사용하는 특정 효소를 찾을 계획이다. 효소가 식별되면 소 위에서 직접 미생물을 수집할 필요 없이 유전적 조작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또, 앞으로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등의 탄소 간 강한 결합의 중합체 분해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런 구조는 가수분해하는 효소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리비치 박사는 “반추위 내에서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틸렌 분해효소 찾기를 희망한다”고 지속적인 연구 계획을 밝혔다.

이번 연구를 비롯해 전 세계 과학자들은 박테리아를 통한 효소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에 관심이 높다. 지난해 6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김대환 기초학부 교수 연구진은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인 ‘슈퍼웜’ 체내 장액에서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스틸렌을 분해하는 사실을 발견한 사례도 있다. 박테리아 슈도모나스 속의 세린계 가수분해효소가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김대환 기초학부 교수 연구진은 아메리카왕거저리의 유충인 슈퍼웜의 체내에서 폴리스틸렌을 생분해하는 박테리아를 최초로 발견해 미국화학회(ACS) ‘Weekly PressPac’에 선정됐다. ⓒDGIST

효소를 통해 중합체의 분해가 가능하다면 재결합을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도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효소를 조작해 특정 플라스틱을 순수한 단량체로 분해한 후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산업화 움직임도 보인다. 프랑스 회사인 카바이오스(Carbios)는 플라스틱 섬유의 재활용 기술로 효소 생산 공장을 올해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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