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위성 소호가 밝혀낸 태양의 새로운 모습들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ESA의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 - 코너스톤 미션 1-1

2020년 현재 독일,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의 22개 유럽 국가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럽 우주국(ESA)은 지구 관측, 발사체, 우주과학 등의 9개 분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유럽 우주국은 미국우주항공국(NASA)의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이나 뉴 프런티어 프로그램에 비교될만한 ‘호라이즌 2000(Horizon 2000) 계획’, ‘호라이즌 2000 플러스(Horizon 2000+) 계획’, ‘코스믹 비전(Cosmic Vision) 계획’ 등의 3가지 굵직한 장기적인 과학 임무들을 준비하며 운영 중이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해있는 ESA 운영센터의 모습 ©ESA/Jürgen Mai

‘호라이즌 2000 계획’과 ‘호라이즌 2000 플러스 계획’은 주로 우수한 과학기술, 산업 리더십, 사회적 도전, 비행기술 실행의 4가지 파트에서 약 100조가 넘는 예산이 편성될 만큼 유럽 우주국에서 큰 관심을 기울였던 프로그램으로서 가이아(Gaia)나 로제타(Rosetta) 등의 유명한 천문학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다. ‘코스믹 비전’ 프로그램들은 상당수가 현재 진행형이며, 위 3가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모든 과학 미션들은 크게 태양계를 탐구하는 ‘태양과 태양계 미션’과 성간 천문학을 연구하는 ‘천문학 미션’ 2가지로 구분된다.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은 다시 5개의 코너스톤 미션들(Cornerstone missions)과 3개의 중간 규모 미션들(Medium-sized missions)로 구성되며 ‘호라이즌 2000 플러스’ 프로그램은 3가지 큰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첫 번째 코너스톤 미션들로 선정된 프로젝트는 태양 관련 프로젝트 중 역사상 가장 성공했던, 혹은 성공 중인 소호 태양·광구 관측 위성(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 SOHO; 이하 ‘소호 태양 관측 위성’)과 지구 자기장 연구 프로젝트인 클러스터(Cluster)이다. ‘호라이즌 2000’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프로그램인 만큼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미션들이 많은데, 앞서 언급한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이 대표적이다. 위 프로젝트는 유럽우주국 뿐 아니라 미항공우주국도 함께 협력해서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소호 태양 관측의 상상도 ©ESA/NASA/SOHO

소호 태양 관측 위성

1995년 12월 2일, 발사 시의 중량만 약 1,850kg인 중대형급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이 아틀라스 IIAS 로켓에 실린 채 태양을 향해서 출발한 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인 라그랑주 점(Lagrange Point, 직선상 라그랑주 해: L1, L2, L3와 삼각 라그랑주 해: L4, L5) 중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L1에 도달했다. 이는 대략 지구에서 약 150만 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의 수많은 관측 장비와 태양 전지판은 태양을 바라보는 수직면 위에서 L1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 타원을 그리면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반대로 통신 안테나는 지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은 태양 전체나 일부를 독립적으로 관측 가능한 12개의 관측 장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크게 코로나의 물리적인 특징과 구조 등을 파악하는 코로나 진단 분광계(Coronial Diagnostic Spectrometer), 자외선 코로나그래프 분광계(UV Coronagraph and Spectrometer), 극자외선 망원경(Extreme UV Imaging Telescope), 광각 분광 코로나그래프(Large Angle Spectrometer Coronagraph)와 코로나 내부 플라스마의 특징과 자기장 등을 연구하는 태양 복사광 자외선 측정기(Solar UV Measurement of Emitted radiation)와 마이켈슨 도플러 영상기(Michelson Doppler Imager), 그리고 태양풍의 이온/전자 구성 및 흐름을 조사하는 전하, 원소, 동위원소 분석기(Charge, Element, Isotope Analysis), 입자 분석기(Energetic Particle Analyser), 초 열 입자 분석기(Suprathermal & Energetic Particle Analyser), 태양풍 비등방성 측정기(Solar Wind Anisotropies) , 마지막으로 태양의 중심핵을 연구하기 위한 저주파 진동 측정기(Global Oscillations at Low Frequencies)와 태양 발광 변화 측정기(Variability of Solar Irradiance)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의 본래 임무 수행 기간이었던 2년간 12개의 주 관측 장비로 태양의 활동을 실시간 관측한 후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였고, 이를 통해서 지구에서는 태양 표면의 폭발 현상과 함께 코로나 물질 방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연구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이 위성이 예정된 2년 동안의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 나서도 훌륭하게 본업을 수행할 수 있음에 착안하여 위성의 임무 기간을 대폭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장비의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교체하는 과정에서 위성에 장착된 3개의 자이로스코프 중 일부분이 동시에 고장 나면서 위성이 안전 모드로 전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처음 프로그램된 대로 이 상황에서 위성은 모든 관측을 중단하고 지구에서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자이로스코프의 고장으로 지구를 향하던 안테나가 지구를 향하지 못하면서 모든 통신이 중단되고 말았다.

수많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한 달 만에 소호 태양 관측 위성에서 반사되어 지구에 도달하는 규칙적인 신호를 바탕으로 위성의 현재 상태를 예측해냈으며 자이로스코프 외에 다른 장치는 전혀 이상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자이로스코프의 이상으로 인해서 안테나가 지구를 향하지 못했고 태양전지판 또한 태양을 향하지 못했기에 전력 생산 자체가 중단되었음을 알아냈다.

이에 따라서 태양의 위치가 바뀌길 기다려서 위성을 충전시켰고, 고장 난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하지 않고도 새로 업데이트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6개월 만에 장비를 다시 완전히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 그 이후로 12개의 장비 모두 현재까지도 25년 가까이 정상적으로 운용 중이며 태양 표면의 대규모 지진 등을 처음으로 촬영해서 지구로 전송하는 등 우리에게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던 태양에 대한 일반적이고 주기적인 정보들을 제공해 주었다.

태양의 대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하고 밝은 플라즈마 형태로 뿜어져 분출되는 필라멘트, 광각 분광 코로나그래프를 이용해서 2015년 4월 촬영됨 ©ESA/NASA/SOHO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이 궁금증을 풀어내기 시작하다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의 첫 번째 성과라면 태양은 일반적으로 11년의 주기를 기점으로 활동의 극대기와 극소기가 반복됨을 밝혔다는 점이다. 극대기의 태양 표면에서는 수많은 흑점이 관측이 되었으며 플레어 같은 현상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반면 극소기 때에는 흑점이 거의 나타나지 않음이 발견되었다. 또한 위성에 탑재된 극자외선 망원경을 통해서 극자외선 영역의 빛을 내는 태양의 상층대기인 전이 영역과 코로나를 자세히 관측했고, 이를 통해서 알게 된 태양의 모습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태양은 활동 극소기에도 매우 활발하고 격렬한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이 오랜 시간 동안 운용되고 있기에 가능했던 연구였다.

또한 아직 베일에 싸여있는 대표적인 태양의 궁금증인 수백만 도에 이르는 코로나의 온도가 태양 표면의 온도보다 훨씬 더 높은 원인에 대해서 간접적인 이유를 제시했는데 이는 태양 표면의 대규모 지진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열은 반드시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 쪽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태양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에 코로나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다른 가열 원인이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오랜 궁금증을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이 처음 풀어내기 시작했다.

마이컬슨 도플러 영상기를 이용해서 태양 표면의 자기장을 관측한 결과 태양 표면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조그만 자기장들이 존재함을 밝혀냈고, 수많은 자기장의 고리들이 충돌하면서 자기장이 지니고 있던 에너지가 방출되고 코로나를 끊임없이 가열시키고 있는 가설을 내놓았다. 콜롬비아대 마이클 한과 울프 사빈 연구팀은 이들이 코로나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위 가설은 더 힘을 받게 되었다.

또한, 흥미롭게도 태양을 계속해서 관측하던 중 태양 발광 변화 측정기를 통해서 태양의 밝기가 수시로 변하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대부분 선그레이징 혜성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선그레이징 혜성(Sungrazing Comet)은 혜성 궤도의 근일점이 태양과 극히 가까운 혜성을 말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보통 혜성도 궤도 경사각이 크고 근일점이 태양과 가까워질 경우 태양의 중력 때문에 선그레이징 혜성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태양 표면에서 겨우 수천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기도 하는 선그레이징 혜성은 태양열로 인해 완전히 혹은 부분 증발할 수도 있다. 2020년 6월 기준으로 소호 태양 관측 위성의 관측만으로 3999, 4000번째 혜성을 발견하여서 화제가 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혜성의 거의 절반은 소호 위성이 발견했으며 이중 선그레이징 혜성은 대략 90% 정도를 차지한다.

소호 태양 관측 위성에 의해서 발견된 3999, 4000번째 혜성 ©ESA/NASA/SOHO

태양을 연구함은 어쩌면 온 인류를 위한 일이다. 우리 태양계의 유일한 별이기도 하지만 지구에 미치는 태양의 영향은 실제로 어마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여러 가지 태양의 변화를 관측하여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태양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며, 이는 인류가 얼마나 안전하게 지구에서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여부와 직결된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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