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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진화론적 전술로 소수를 선택”

흥미로운 것은 곤충 가운데서 매미가 발견했다는 겁니다. 제가 살았던 고향의 매미들은 땅 밑에서 소수의 숫자인 17년 동안 살다가 그 후에 한꺼번에 숲으로 나옵니다. 숲에서 나뭇잎을 먹고, 번식하고, 알을 낳으면서 6주 동안 생활하다가 인생을 끝마칩니다. 살아 있는 동안 숲을 시끄럽게 할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노래하다가 전부 죽습니다. 그러면 숲은 다시 17년간 조용해지게 되죠.
새로 태어난 매미들은 다시 17년 동안 땅 속 생활을 합니다. 여름 한나절을 엄청나가게 큰소리로 달구는 매미는 사실 따지자면 수명이 한 달 남짓한 기간이 아니라 17년이나 삽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메뚜기나 다른 곤충들은 알을 낳으면 다시 그 다음해 땅 속으로 나와 생활하고, 번식한 다음 죽습니다. 그러니까 알에서 깨어나 성충이 되고 그래서 죽는 시간이 1년입니다. 그런데 매미는 그렇지가 않지요.
“반복적인 경험으로 소수가 생존방법이라는 걸 알아”
그래서 매미는 제가 좋아하는 소수만큼이나 곤충 가운데 참으로 신기하며 불가사의합니다. 17년 동안 땅 속에서 뭘 먹으면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땅 속에서 기어 나와 불과 6주 동안 죽을 힘을 다해 잘난 듯이 뻐기면서 노래합니다. 번식하고 죽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 달 남짓한 이 시간을 위해 어둡고 무서운 땅 속에서 17년이라는 긴 생활 동안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매미야말로 정말로 신기한 곤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잠깐만! 매미에 대해서 약간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참매미의 경우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매미는 보통 마른 나뭇가지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습니다. 1년이 지난 다음해 7월경에 알에서 깨어나는 거죠. 보통 곤충들은 이때 다 큰 어른(성충)이 되어서 여름에 활동합니다.
매미는 보통 땅 속에서 5~6년 동안 머무른다고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1~2년인 경우도 있고, 사토이 교수의 이야기처럼 17년을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매미가 어떠한 이유로 어떻게 빨리 세상에 나오기도 하고, 늦게 나오기도 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미는 더욱 신기하고 비밀스러운 곤충입니다.
“소수가 신비한 것처럼 매미의 일생도 신비”
아마 매미에 대해 신비한 걸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면 우리가 잘 아는 파브르(Jean Henri Fabre, 1823~1915)처럼 훌륭한 곤충학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사토이 교수가 매미를 예로 드는 것도 바로 매미의 신비로운 일생에 있습니다. 소수가 신비로운 것처럼 매미도 불가사의 하기 때문에 강연에 매미를 등장시켰다고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겁니다. 정말로 매미가 소수를 발견했다는 건 아니고요. 다시 사토이 교수한테로 가 보죠.
“17이 소수입니다. 아까 제가 축구를 할 때 입는 축구유니폼이 17번이라고 했죠? 그런데 매미들은 왜 하필 땅속에서 사는 시간을 17년으로 정했을까요? 수명을 어떻게 매미가 자유자재로 결정하느냐고요? 그러면 17년이 매미들의 수명으로 결정지어졌다면 그것은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는 우연의 일치일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지역에 사는 다른 종의 매미들을 보면 13년 동안 땅속 생활을 하는 매미도 있고 7년간 땅속 생활을 하는 매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7, 13, 17처럼 모두 소수입니다. 매미가 최초로 소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소수의 어떤 점 때문이었을까요?
답을 정확히 알 순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정확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마 이렇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라는 가설은 있습니다. 매미의 천적 때문입니다. 매미의 천적도 마찬가지로 숲에 주기적으로 나타나서 매미를 잡아먹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수인 17년 만에 나오는 게 제일 안전”
그런데 소수가 되는 해인 3년 동안 땅 속에 있다가 나오니깐 이상하게도 천적들이 별로 없는 겁니다. 다시 4년 만에 나와봤습니다. 그러니까 또 천적들이 무지하게 많았습니다. 다시 5년 있다가 나와 보니깐 다시 천적들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다시 6년, 7년, 8년, 9년, 10년, 11년….
이런 과정을 오랫동안 겪은 매미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 겁니다. ‘아 소수 연도에 세상으로 나가면 천적들한테 잡혀먹지도 않고 안전하게 노래도 부르고 자식도 많이 낳을 수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모든 생물들이 살고 있는 자연세계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방법을 터득하게 된 거죠. 즉 진화론적인 전술을 찾아내는 데 좋은 방법은 소수였습니다.
그래서 천적들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먹을 게 없으니깐 굶어 죽고 말았죠. 매미는 소수의 신비를 알아서 생존을 계속했지만 매미보다 힘이 센 천적들은 소수가 뭔지를 몰라서 낭패를 본 겁니다. 아마 지금쯤은 그 비밀을 알아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비밀을 몰라 죄다 죽으면 그것도 문제겠지요? 질서가 깨지니깐 말입니다.”
“똑똑하고 강한 종(種)이 아니라 적응하는 종이 남아”
잠깐만요! 사토이 교수가 언급한 매미와 진화론과의 관계에 대해 조금 설명 드리겠습니다. 진화론은 우리가 알기에는 강한 동물, 그러니깐 강한 종(種)은 살아남고, 약한 종은 죽어 없어진다는 이론이라고 여러분은 들었을 겁니다.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는 힘세고 덩치 큰 강한 종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종이 끝까지 살아 남는다는 겁니다.
사람을 예로 들자면 공부만 잘하면 모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부모님, 선생님들과도 잘 어울릴 줄 알고 원만하게 살아야 적응을 잘 하는 거고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힘만 세고 독불장군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좀 부드럽고 친화력이 있어야 합니다.
나무도 보면 신기합니다. 가지는 밑에도 달려 있고 위에도 달려 있고, 나뭇잎은 밑에도 무성합니다. 그런데 열매가 열리는 걸 가만히 관찰해 보니깐 위에만 열리고 밑에는 잘 안 열리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위에는 태양이 많이 비치니까 그렇다고요? 아닙니다. 식물도 매미하고 마찬가지입니다. 밑에 있는 가지에 열매를 맺다 보니 사람도 따가고, 별별 동물들이 괴롭히는 겁니다. 그런데 위에 있는 열매는 안전했죠. 그래서 나무는 밑의 가지에는 열매를 잘 안 여는 겁니다.
사람도 자연선택, 이차대전 후 남자가 더 많이 태어나
자연의 일부인 사람도 자연선택에는 예외가 아닙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보면 어떤 집에서는 딸만 낳고, 또 어떤 집에서는 아들만 태어납니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수가 차이가 날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99.999% 50대 50입니다. 만약 이 비율에서 0.1%차이만 나도 큰 문제며 연구대상입니다. 왜냐하면 자연의 질서가 깨지고 있다는 겁니다. 자연은 질서가 깨지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에 유럽에서 인구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새로 태어난 남자와 여자 비율이 51대49의 비율 정도로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물학자나 진화론 학자들에겐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쟁기간 동안 많은 남자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적은 수를 보충하려고 남자의 수가 증가한 겁니다. 남자가 귀하니깐 일부러 남자를 더 낳게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냐고요? 예를 들어 병원에 가서 말입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20~30년이 지나자 다시 태어나는 남녀의 수가 거의 50대50으로 원상회복이 됐습니다. 이는 자연적으로 선택됐기 때문입니다. 질서를 위해서죠. 매미가 결국 소수 17을 택한 것은 매미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선택했다는 내용이 바로 사토이 교수가 이야기하는 “매미가 진화론적인 방법으로 17이라는 소수를 택했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생존을 위해 모든 생물은 발버둥 칩니다. 순응하고 적응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선택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진화론은 역사적 관점에서 본 생물학
토끼는 늘 다른 동물로부터 공격만 받는데 왜 지금까지 살아 남았는지 연구하시기 바랍니다. 또 맘모스나 공룡은 커다란 덩치에 힘도 세었는데 멸망하고 없어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현재 살아 있는 생물 가운데서 멸망하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생물은 나무도 아니고 바로 곤충입니다. 곤충은 인간보다 더 오래 전에 태어났습니다. 힘도, 똑똑한 머리도 없는 아주 보잘것없는 모기와 같은 곤충들이 말입니다. 재미있나요? 다시 사토이 교수에게로 가보죠.
“제가 아까 여러분들과 풍선 터뜨리면서 소수를 찾아냈었죠. 그리고 제가 소속된 축구팀에서는 새로운 선수들을 새롭게 영입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큰 소수로 등번호를 붙여주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커다란 소수를 찾을 수 있을까요?
공식만 안다면 큰 소수를 아주 쉽게 계산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공식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17세기에 마린 메르센(Marine Mersenne, 1588~1648))이라는 프랑스 수도승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수도승이면서도 수학을 아주 잘해서, 가장 큰 소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식을 찾아냈습니다.
이 공식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기 전에 먼저 초대 손님을 한 분 모시겠습니다. 중국집에서 면을 만들고 계시는 박현대 선생님입니다. 여러분은 자장면이나 우동을 좋아하죠? 그 속에 엄청난 수학의 신비가 있습니다. 유심히 보면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은 수의 신비가 있습니다. (계속)
- 김형근 편집위원
- hgkim54@hanmail.net
- 저작권자 2007-09-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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