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첨단기술] 과학의 창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한국물리학회
우리가 지난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현대 사회는 우수한 기술력의 보유가 곧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우수한 기술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물론 4차 산업혁명과 Mater- ials 4.0 등 주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다. 정부는 소부장 분야 정부 연구개발 투자 계획으로 소재산업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 신소재 기술 개발은 물론 DNA(Data·Network·AI), BIG3 등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 성과가 수요기업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간 상생협업 유인체계 마련, 그리고 이의 연계를 위한 부처 공동 매칭펀드 조성과 IP-R&D 연계 등 다부처 협업을 통한 지원체계 구축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겠다.
소재산업은 기술 및 시장의 불확실성에 비해 높은 비용과 오랜 시간 동안의 기다림으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이 흐른 후 성공을 거두게 되면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하고 위치를 선점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그 영역을 독점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존재해 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한 위치에 놓인 산업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수요기업은 양산성이 준비된 소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소재기업은 그 수요에 알맞은 수준의 양산을 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즉, 개발된 소재에 대한 시험분석평가의 표준 및 인증 시스템을 갖춘 ‘소재기술 혁신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선제적 투자가 필수라는 얘기이다. 우리가 지난 2년간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를 극복한 배경에는 기술자립화를 이뤄내기 위한 산·학·연·관의 합심과 연구응집력, 그리고 당장의 위기를 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도 분명 한 몫을 했다.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가장 밀접한 응용과학은 기초과학의 토대 위에서 마련된다. 기초과학은 누구도 쳐다보지 않을 때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충분한 지원과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기다림에 익숙해질 때 비로소 소부장 연구성과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처럼 소부장 기술자립화는 수요와 공급이 맞닿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이어질 때 진정 자기만의 색깔을 완성시킬 수 있다.
창립 11년밖에 되지 않은 벤처회사 모더나가 무려 17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화이자에 맞먹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을 완성한 데에는 모더나가 위치한 랩센트럴이라는 환경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랩센트럴은 신약 개발 및 진단 분야 등 창업 기업에 실험과 연구, 임상까지 한 번에 지원을 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다. 랩센트럴의 환경은 대표적 이공계 대학으로 잘 알려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옆에 위치해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과 모더나와 같은 스타트업, 다국적 제약사, 벤처캐피털과 병원 등 의료 환경이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즉 우수한 수준의 연구인력에 대형 연구인프라가 어우러져 기초 원천연구에서 실용화에 이르는 거대 인프라 환경을 구축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재료연이 현재 진해 (구)육대부지에 조성하고 있는 ‘극한환경 소재 실증연구단지’ 또한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랩센트럴의 환경과 그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연구실 수준에 머무는 기업의 기술을 검증하고 양산 단계까지 이르도록 경쟁력을 확보해 기술자립화 속도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산·학·연·관의 힘을 한데 모아 원천기술 개발에서 실증에 이르는 원스탑 시스템을 갖춰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향후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제2의 소부장 사태에 치밀하게 대처하고 이를 슬기롭게 이겨나갈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산업 위기가 어떤 형태로 닥쳐올지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 철저하게 대비하고 미래를 꼼꼼히 대처해 나가는 준비 자세야말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시장을 창출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는가, 우리가 바라보는 소부장에 바로 그 열쇠가 있다.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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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영양분을 세포 안에 축적해 살이 찌게 하는 '백색 지방세포'를 영양분을 태워 없애는 '갈색 지방세포'로 바꾸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과 고명곤 교수팀이 전북대 안정은 교수팀과 공동으로 TET(Ten-eleven translocation) 단백질을 억제하면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 지방세포화 되고, 기존 갈색 지방세포는 더 활성화돼 열량 소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처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알아보고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친구를 맺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보다 체취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으며, 냄새 판별 기기인 전자코(eNose)를 통해 체취를 확인하면 서로 낯선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케미가 맞는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실제로 후각 차원에서 화학(chemistry)이 작용하는 셈이다.
기후변화로 대기 중 오존 농도가 짙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기후변화와 오존을 주제로 한 현안 보고서를 27일 홈페이지(www.nier.go.kr)에 공개한다. 보고서는 그간 나온 국내외 논문·통계자료·기사 등을 종합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오존 농도는 1989년 0.011ppm에서 2020년 0.03ppm으로 상승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 Net)으로 누리호 탑재 위성들을 포착했다고 24일 밝혔다. 누리호가 성능검증 위성과 더미 위성을 궤도에 무사히 올려놓은 것을 확인한 것이다. 천문연은 누리호 발사 당일인 지난 21일 오후 8시 20분부터 모로코에 있는 OWL Net 2호기로 추적을 시작해 22일 낮 12시 52분 3초와 오후 1시 3분 26초 사이에 발사체 3단과 더미 위성을 관측했다.
노화는 인간을 비롯해 모든 동물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장수'의 상징이 돼온 일부 거북 종은 놀라울 정도로 적은 노화 현상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는 최신호에서 이런 증거를 제시한 두 편의 논문을 나란히 다뤘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등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생태학 부교수 데이비드 밀러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거북은 물론 양서류와 뱀, 악어 등을 포함한 사지 냉혈동물 77종의 노화와 수명을 비교했다.
유방암은 흔한 암 유형 가운데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는 사람이 약 230만 명에 달한다. 유방암도 초기에 찾아내면 대체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부위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훨씬 더 치료하기 어렵다. 암의 전이는,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순환 종양 세포' 클러스터(CTCs)가 혈류를 타고 다른 기관으로 이동해 새로운 종양을 형성하는 것이다.
화성 탐사 후발주자인 중국이 미국보다 2년 앞서 화성 암석시료를 지구로 가져올 것이라고 중국 우주탐사 관계자가 밝혔다. UPI 통신과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 등에 따르면 중국의 화성탐사 미션 '톈원(天問)1'을 설계한 쑨쯔어저우 연구원은 지난 20일 난징대학 개교 120주년 세미나에 참석해 우주선 두 대를 활용해 화성 암석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톈원3호' 계획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