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키는 질문

[기고] 좋은 질문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2022.10.12 09:00 김재홍

김재홍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

과학자가 받는 질문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원자 구조를 공부하는 나에게 경영학 하는 친구가 ‘그걸 알아서 어디에 쓸 건데?’ 라고 물었다. 그 당시 나는 원자 구조로 무엇을 할지 생각지도 않았기에 그 질문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과학, 그거 어디에 써먹나요?’, ‘이것은 어디에 사용되는 물건인가요?’ ‘힉스입자(모든 물질에 질량을 갖도록 매개하는 입자)로 뭘 할 수 있어요?’ 물리학자들은 이런 질문에 상당히 당황스럽다. 지금 힉스입자를 찾았다고 해서 우리 삶이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좋은 질문을 던져라. 뉴턴의 질문은 단순했다. ‘사과는 왜 지면으로 떨어질까?’ ‘사과를 당기는 중력이 달을 지구에 묶어 두는 건 아닐까?’

질문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관찰에서 비롯되고, 관찰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하는 추측이 가설이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실험이다. 실험증거가 수리와 논리를 거쳐 가설을 검증하고, 반증에 열려있되 반대증거가 나타나지 않으면 검증된 가설은 이론이 된다. 과학 이론은 완성된 지식이 아니라 현시점에서 가장 그럴듯한 모형이며 집단 지성의 합의다.

근대적인 천문학의 연구 전까지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으며 태양과 달 및 행성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이 더 설득력 있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태양과 별들의 운동을 관찰하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원운동 하는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은 과학혁명의 시작이었다. 17세기 과학혁명은 권위와 전통의 시대를 끝내고 합리적 이성으로 작동하는 현대 사회의 밑그림을 그렸다. 지동설은 우주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꿨고, 사회와 문화 및 종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1831년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견했고 ‘어디에 쓸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저도 알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100년 뒤 패러데이 법칙은 지구의 모든 사람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1953년 DNA 이중구조의 발견이 1973년 DNA 유전자 재조합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로 발전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과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과학에서 나왔다. 과학이 삶에 적용되고 도움이 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아래 거대한 진짜 과학 – 과학자들이 갖는 ‘이것은 왜(why) 이렇게 동작하지?’ 하는 궁금증 – 이 숨어 있다. 이러한 궁금증은 새로운 발견을 유도한다. 과학자들은 힉스입자의 존재 여부가 궁금했고, 힉스입자의 발견으로 우주를 이해하는 인류의 시각이 확장되었다.

 

많은 과학자가 함께하는 큰 질문 거대과학의 필요성

현대 과학자들이 던지는 궁극의 질문들은 우주, 생명, 인간의 기원과 가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거대한 미스터리로 이어진다. 광막한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파 신호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탐색하는 천문학, 우주의 시작과 끝, 가장 큰 물체와 가장 작은 물체사이의 상호작용을 탐사하는 물리학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거대과학이 필요하다. 거대과학은 막대한 연구비와 인력 및 거대한 연구시설이 필요하다. 힉스입자를 찾기 위해서는 거대한 가속장치와 검출기가 필요하고, 수백 명의 연구자가 하나의 큰 질문을 풀기 위해 토론한다. 거대과학을 통해 기초과학 발전과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므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경쟁적으로 거대과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세계 최고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희귀동위원소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 인위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원소이다. ‘짧은 수명을 갖는 희귀동위원소를 어디에 사용하나요?’ 또 당황했나요?’ 미국은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를 인위적으로 생성하여 ‘아메리슘’이라고 명명했다. 최근 일본에서도 원자번호 113번을 발견하여 ‘니호늄’이라고 했다. 질량이 작은 원소들이 충돌하여 무거운 원소로 변하는 우주가 생성되는 과정이다. 우주의 초기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하여 원소의 생성 비밀을 찾고자 한다. 이런 희귀동위원소들은 비록 짧은 시간 동안 세상에 존재하지만, 삶의 흔적을 통해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인류를 위해 희생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인터넷, 우주탐사 등 과학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가 미처 알고 대처하기 전에 우리의 삶과 의식 구조를 속속 변화시키고 있다. 자의적 변화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타의적 변화이다. 때문에 우리는 첨단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 우리는 과학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권리를 부여한다. 과학적 방식이 이데올로기, 기만, 또는 어리석음으로부터 진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물리적 법칙의 지배 아래에 있는 합리적 우주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질문 덩어리

우리 인간에 비하면 지구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지구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주 복잡하다. 이 거대하고 복잡한 지구 생태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질문을 통해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간과 환경들의 관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누가 알았을까. 빅뱅, 줄기세포, 스파이크 단백질, 인공지능 등 과학 전문 용어가 대중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될 줄.

이런 질문들을 해 본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은 어디에서 왔을까?

진짜 과학을 만나고 싶다면 과학자들의 방법을 적용해보라. 사실 해답보다는 사소한 궁금증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게 바로 과학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궁금증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푸는 것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어쩌면 사회와 세상에 쓸모 있는 의미를 얻을 수도 있다. 과학은 단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궁금증만을 푸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려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실천적 지침과 같다. 우주의 끝을 항해하며 던지는 질문, 생명의 시작에서 끝을 조망하며 던지는 질문, 우리의 행성 지구의 끝에서 던지는 질문, 과학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를 새로운 과학의 세계로 안내할 질문일 것이다. 그 답과 또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낼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질문을 권한다. 오늘도 머그잔 안에서 커피와 우유가 섞이는 소용돌이를 보면서 태풍이 커피잔 안에서 보이는지 질문해 본다.

 

김재홍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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