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푸는 과학 궁금증] 자연이 만든 세계 최강의 독소
지난해 8월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에서 독극물에 중독되었다가 극적으로 회복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사용된 ‘노비촉’이라는 독극물은 1970~1980년대 러시아에서 개발한 생화학무기이다. 이 독극물은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당한 김정남에게 사용했던 VX라는 독극물보다 5~8배나 더 강한 독극물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강력한 독극물로, 매우 적은 양에 노출되더라도 보통 30초에서 2분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른다. 그런데 자연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강한 독극물을 만날 수 있다.
식물이 만든 가장 강력한 독, 리신
리신은 우리가 나물로 먹는 식물인 피마자(아주까리)의 씨앗에 있는 단백질의 한 종류이다. 이 리신을 액체나 가루 형태로 복용하거나 흡입하면 몇 시간 내에 독감 증상을 보이다가 2~3일 후에 폐와 간, 신장이 망가지면서 목숨을 잃는다. 리신은 우리 몸 세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의 합성을 막아 세포를 파괴한다. 리신의 독성은 아주 강력하여 리신 분자 하나로 세포 하나를 죽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약 0.0001g의 매우 적은 양으로도 성인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리신은 간첩들의 요인 암살에도 이용되었다. 1978년, 당시 공산국가였던 불가리아의 반체제 작가 게오르기 마르코프가 영국에서 암살당했는데, 부검 결과 마르코프의 몸에서 지름 1.5mm 크기의 아주 작은 금속 알갱이가 발견되었다. 이 알갱이에는 엑스자 모양의 홈이 있었고, 이 홈 안에 아주 적은 양의 리신이 있었다고 한다.
1.5mm 금속 알갱이의 엑스자 모양 홈 안에 있는 아주 적은 양의 리신이 사람을 죽게 하였다. ⓒ윤상석
피마자 씨에서 짠 기름은 약이나 고급비누 재료, 공업용 윤활유 등으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리신은 기름을 짜고 남은 피마자 씨 찌꺼기에 들어있다. 하지만 이 찌꺼기는 사람에게 위험하지는 않다. 피마자기름을 짤 때 씨를 가열하는데, 이때 씨 안에 들어 있는 리신의 성질이 변하여 독성을 잃는다.
세균이 만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
호수나 강의 진흙 속에 사는 보툴리누스균이라는 세균이 있다. 보툴리누스는 라틴어로 ‘소시지’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보툴리누스균과 소시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보툴리누스균은 소시지나 통조림 안에서 증식하며 매우 강력한 독소인 보툴리누스 독을 만들어 식중독을 일으킨다. 이 독소로 인한 식중독은 치사율이 약 30~80%에 달해 세균에 의한 식중독 중에서 가장 높다.
보툴리누스균 식중독에 걸린 사람은 신경조직이 마비되고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을 보인다. 보툴리누스 독소는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동물의 신경조직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결국엔 호흡 근육 마비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보툴리누스 독소는 화학 구조에 따라 A형, B형 등 8가지로 분류하는데, 그중 H형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독성을 지닌 독극물이다. 코브라 뱀의 독보다 1조 배나 강한 독성을 보이고, 400g의 적은 양으로도 인류를 모두 죽일 수 있다고 한다.
보툴리누스 독소는 400g의 적은 양으로도 인류를 모두 죽일 수 있다. ⓒ윤상석
그렇다고 이 세균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 세균은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살지 못하고 120도에서 4분 이상 가열하면 죽고, 보툴리누스 독소도 100도에서 10분 이상 가열하면 분해되어 없어진다. 그래서 공기가 있는 곳에서는 만나기 힘들고 음식을 가열해 먹으면 안전하므로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보툴리누스 세균은 생존환경이 나쁘면 증식하지 않고 포자를 형성하여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이 포자는 열에 강하기 때문에 통조림 속 음식이나 소시지의 멸균 처리를 잘못하면 그 안에 보툴리누스균의 포자가 있을 수 있다. 이 포자가 통조림 안에서 살아남는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통조림 안은 산소가 없으므로 이 포자가 발아하여 보툴리누스균이 증식할 수 있다. 보툴리누스균은 통조림 안의 음식을 분해하며 마음껏 증식하면서 독소를 내뿜는다. 따라서 사람이 통조림 안의 음식과 함께 이 독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고, 심각한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이 세균이 통조림 안에서 오랫동안 증식하면 가스가 생성되어 통조림이 부풀게 되므로, 조금이라도 부풀어 오른 통조림 안의 음식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꿀에도 보툴리누스균의 포자가 있을 수 있는데, 사람이 이 포자를 먹어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 포자가 세균으로 발아해도 사람 위에서 위산에 녹거나 장내 세균으로 인해 자리를 못 잡고 독소를 만들기 전에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후 8개월이 지나지 않은 영아에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영아의 경우에는 위산 분비 기능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고, 장내 세균도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장에는 산소가 거의 없으므로 영아의 장에서 보툴리누스균이 증식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세균이 내뿜는 보톨리누스 독에 영아가 중독된다.
한편, 이 독소는 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보툴리누스 독소 중 A형을 희석하여 ‘보톡스’라는 의약품으로 이용한다. 이 의약품은 비뚤어진 눈과 눈꺼풀 경련, 목이나 어깨 근육이 굳어지는 근육 경직에 치료 효과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보톡스가 미용 목적으로 성형외과에서 많이 쓰인다. 보톡스는 일시적으로 근육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있는 주름살을 만드는 근육에 보톡스 주사를 하면, 보통 4~6개월 정도 주름살이 펴지는 효과가 있다.
보톡스 주사로 주름살을 만드는 근육을 마비시키면, 주름살이 펴지는 효과가 있다. ⓒ윤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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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남극 앞바다의 기후 변화가 태평양 수온과 열대 지역 비구름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했다. 16일 UNIST에 따르면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연구팀은 기후 모델(Climate Mode) 실험으로 남극 앞바다의 냉각이 적도 태평양의 수온을 낮춘다는 내용을 입증했다. 특히 남극 앞바다의 온도와 열대강우(비구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혔다. 남극 앞바다가 차가워지면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그 영향으로 열대강우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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