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이 튀어도 깨끗한 자동차, 음식물을 쏟아도 물들지 않는 옷. 상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된 기술이다.
닛산은 이물질을 튕겨내는 자동차 페인트 기술을 2014년 개발했다. 이 페인트는 연잎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원리에서 착안했다. 연잎 표면에 촘촘히 박힌 미세한 솜털이 수분 침투를 막는데, 이를 ‘초소수성’ 또는 ‘연잎효과’라고 한다.
같은 원리로 ‘네버웨트’ 섬유는 초소수성을 극대화해 오염물질을 막아낸다. 모두 ‘나노’ 기술을 응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로, 1미터와 1나노미터의 차이는 지구와 축구공의 차이만큼 크다.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나노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이 1965년 개념을 제시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머리핀 하나에 기록하는 기술, 초고배율 현미경, 당시 집채만 했던 컴퓨터를 책상에 얹을 수 있게 소형화하는 기술 등을 예로 들었다. 파인만의 상상은 대부분 현실화됐다.
◇암 진단하고 과일 부패 방지하고
나노 기술은 물질의 원자나 분자를 새로운 구조로 결합시켜 전혀 다른 특성을 띄게 만들 수 있다. 탄소가 다이아몬드나 흑연으로 변하는 원리와 같다.
1991년 일본전기회사(NEC)는 육각형 벌집 구조에 속이 빈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했다. 강도가 철강의 100배에 달해 스포츠용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탄소나노튜브로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나노 진단캡슐을 만들었다. 적혈구의 2천분의 1 크기인 산화철 나노입자를 캡슐에 넣어 인체에 투여하면 암세포와 결합한다. 자성을 띠게 된 암세포는 스마트폰 같은 간단한 장치로도 진단이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이 머리카락 두께의 약 40분의 1에 불과한 나노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소자를 개발했다. 구부리거나 늘릴 수 있고 미세한 전압으로도 작동해, 스티커처럼 피부에 붙이는 디스플레이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전북대 박찬희 교수팀은 과일의 부패를 막는 나노 포장기술을 내놨다. 포장용기에 천연 허브오일이 함유된 나노섬유를 부착, 과일이 숨을 쉴 때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와 수분을 외부로 배출한다. 반면 과일을 썩게 하는 박테리아와 수분 유입은 차단한다. 토마토를 이용한 실험 결과, 유통기한이 14일이나 연장됐다.
◇무충전 드론, 입는 배터리… 미래의 나노 기술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나노 기술 육성을 위해 정부도 나섰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개 부처와 함께 ▲편리하고 즐거운 삶 ▲지구와 더불어 사는 삶 ▲건강하고 안전한 삶이라는 3대 목표 아래 미래 나노 기술들을 제시했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줄 나노 기술은 ▲휴대할 수 있고 인간 수준으로 똑똑한 인공지능 ▲충전 없이 나는 드론 ▲옷처럼 입는 배터리 ▲자동 화장마스크 등이다. 현재 반도체에 비해 전력 소모가 100분의 1에 불과한 저전력 나노 인공지능 칩의 개발에 성패가 달렸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환경 파괴를 막으려면 나노 기술을 활용한 청정 에너지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초고효율 차세대 태양광 발전 ▲5분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하는 전기차 ▲창문이 발전기 역할을 하는 에너지 자립형 주택 ▲물과 공기를 자체 정화하는 자급자족 도시농업 등이 대안이 될 전망이다.
나노 기술이 고도화된 미래엔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 질병을 사전 차단하는 기술 등이 대중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약품 ▲거부 반응이 없는 인공장기 ▲세균 차단 의류 등이 100세 건강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제공
- 저작권자 2018-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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