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원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리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 원자재 시장으로 급격히 파급되고 있는 상황.
수급 불안정으로 불안하기만 했던 원자재 가격은 2008년 9월 이후 평균 50% 이상 폭락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8년 7월 배럴당 145달러였던 유가는 올 들어 40달러대로 내려갔다. 톤당 8천 달러가 넘었던 구리 가격은 지금 3천 달러대로 하락했다.
투기자본에 의해 버블현상을 불러일으켰던 원자재 가격이 붕괴되면서 자원시장은 물론 자원 비즈니스가 대혼란에 빠져 있는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동영상 강의(www.seri.org 멀티미디어룸 <세계 자원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로그인 후 이용 가능)를 통해 최근 원자재가격 폭락현상의 배경을 설명하고, 향후 가격을 전망했다.
2008년 철광석 값 폭등에 중국 측 분노
김화년 연구원은 최근 세계 원자재시장의 변화를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철광석이 대표적인 사례.중국의 철강 수요가 급증하던 지난 2008년 여름 원자재 시장의 메이저 기업인 ‘발레’는 관행을 깨고, 철광석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발레’는 이전에도 불공정한 계약을 제시하면서 가격을 올려왔는데, 지난해 여름 중국에 제시한 가격은 3년 전 가격과 비교해 약 3배에 달했다.
중국 측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당연한 일. 세계 최대의 철광석 수요국가인 중국은 2008년 9월 이후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중국의 철강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철강석의 원산지 가격이 20% 폭락하자 역으로 더 큰 폭의 가격인하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국 항만에 약 8천만 톤의 철광석(일본 수요의 70%)을 재고로 쌓아놓고, ‘발레’와 계약을 체결했던 수입물량 인수를 거부하기까지 했는데, 이로 인해 국제 철광석 시세는 더 큰 폭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계 원자재 시장에 많은 투기자본이 유입된 것도 최근 원자재가 폭락의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자재 투기자본 최근 금융위기로 큰 손해
그동안 세계 원자재 시장에는 거액의 투기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리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발 금융위기는 일부 원자재 투자가들에 의한 투매현상을 불러일으켰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투매현상은 곧 다른 투자가들의 투매현상으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원자재 가격을 사상 유례가 없는 폭락으로 몰고 갔다.
이로 인해 큰 손해를 본 원자재 투자가들은 최근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 유가 전망을 내놓았던 골드만삭스에 대한 원성을 쏟아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5월 유가가 배럴당 149달러까지 치솟자, 향후 유가가 200달러가지 치솟을 것이라면서 석유시장에 투기자본의 유입을 부추긴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10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하향 조정되자, 골드만삭스는 이전의 전망을 무시한 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유가하락을 부추겼다는 것. 큰 손해를 본 투자가들은 골드만삭스가 유가 전망을 통해 자사 이익을 챙기기 위한 ‘자작극’을 벌였다고 비난하고 있다.
올 하반기 경기회복 시 원자재가격 상승 전망
그러나 골드만삭스에 대한 이들 투자가들의 불만이 고조될수록, 세계 원자재 시장에 수급 불균형을 노린 거액의 투기자본이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었는지 증명하고 있는 셈이 된다. 원자재가격 불안이 투기수요에 의한 불안임을 말해주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최근 침체되고 있는 세계 경제 전망에 비추어 당분간 세계 원자재 가격은 상승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2009년 선진 경제권 성장률을 -0.3%로, 신흥경제권 성장률을 5.1%로 하향 조정한 IMF 세계경제 전망치, 지난해 10월 전년대비 36.7%나 하락한 미국 자동차 판매량 등의 사례에 비추어 금융위기, 실물경제 침체, 건설투자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경기둔화 현상이 원자재 수요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9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경우 하락 추세에 있던 세계 원자재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신뉴딜정책, 유럽 주요 국가의 대규모 경기부양 계획 등에 힘입어 올 하반기 경기회복 조짐이 보일 경우 원자재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은 적극적인 자원 확보 전략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이강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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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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