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도 상당히 무겁다는 것을 생각하면, 남극대륙은 얼음에 눌려있어 눌리지 않았을 때의 높이보다 300-400m나 낮아졌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 남극대륙을 덮은 얼음이 다 녹는다면, 전 세계의 바다는 60-70m나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인류가 주로 생활하는 지역의 90% 이상이 바닷물에잠길 것이다.
남극은 1800년대 초에 발견된 이래, 남극물개와 고래의 사냥터가 되어왔다. 그러나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해안과 내륙을 탐험하기 시작해, 1911년 12월 14일 노르웨이인 아문센(1872-1928)이 남극점을 인류사상 처음으로 도달했다. 또 그와 경쟁을 벌였던 영국해군 스콧 대령(1868-1912)은 아문센보다 한 달 늦게 도착했으나, 탐험대 다섯 사람이 돌아오는 길에 모두 조난되어 죽은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남극에서 측정된 최저기온은 -89.6℃이며 연평균 온도는 -34℃로 알려졌다. 또 아주 건조하고 엄청난 바람이 불며 눈보라가 심하고 해안선의 30%에는 빙붕이 있다.
빙붕(氷棚, ice shelf)이란‘얼음으로 된 대륙붕’이라는 뜻으로, 원래는 바다지만 두께 300-900m의 얼음으로 일년 내내 덮여있는 곳을 말한다. 남극해안은 빙붕이 아니더라도 암벽이나 빙벽으로 되어 인간이 가까이 가기 아주 힘들다.
남극대륙을 덮은 빙원에는 얼음이 흘러내리면서 깊이 갈라진, 이른바 크레바스(crevasse)가 곳곳에 있다. 크레바스가 눈에 덮이면 함정이 되어, 심한 눈보라와 함께 남극을 탐험하는 데에 가장 무서운 장애물이 된다.
남극대륙은 과학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로 의의가 크다. 먼저 남극에서는 얼음이 아주 중요한 연구재료이다. 곧 남극의 얼음은 눈이 다져져 굳어진 얼음으로, 눈이 쌓일 당시의 대기성분과 기후에 관한 귀중한 자료를 간직한 역사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눈과 눈 사이의 빈틈에 있는 공기가, 작은 덩어리로 얼음속에 간직된다. 그 공기는 요즈음 공기가 아닌, 눈이 쌓일 당시의 공기이다. 만약 당시 기온이나 공기의 성분이 달랐다면, 그 공기를 연구해 당시의 기후나 풍계(風系)를 연구할 수 있다.
또 거대한 남극대륙이 만들어진 과정과 얼음으로 덮이기 시작한 지구의 고환경(古環境)과 그 변화도 좋은 연구재료이다. 또 남극대륙은 지구의 가장 남쪽에 있어, 지리위치가 유리하다. 예를 들면, 밤과 낮이 각각 6달이 계속되는 남극점에서는 별과 태양을 쉬지 않고 관측할 수 있다. 게다가 21세기는 우주의 시대로 우리는 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우주공간을 날아가는 우주선은 그냥 날아가는 게 아니라, 지상 200km 상공 고층대기의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21세기 우주의 시대에는 지구남쪽에 있는 대륙의 고층 대기를 소홀하게 생각할 수 없다. 또한 현재, 남극에 진출한 국가들을 보건대 남극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능력이 있는 국가들만이 남극에 제대로 진출함을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남극에 진출해,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남극이 그렇게 중요해도 그 자연환경이 워낙 가혹해 사람이 가까이 가지 못하고 활동이 제약되면서, 그간남극에 관한 내용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국제사회가 남극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해, 1957/58년국제지구물리관측년도(IGY)에 남극의 대륙과 그를 둘러싼 바다인 남빙양을 제대로 체계를 세워 처음으로 조사했다. 지금은 18개국의 37개 상주기지에서 남극의 자연현상을 관측하고 조사한다.
상주기지란 사람이 연중 생활하는 기지를 말한다. 반면 여름에만 생활하면서관측하는 기지를 하계기지라고 한다. 한편 남극은, 태평양 심해저에 있는 망간단괴(團塊)와는 달리, ‘인류공동의 유산’이 아니다. 그러므로 태평양 심해저처럼 유엔이 관장하지 못한다. 대신 남극조약에 가입한 국가가운데 자격 있는 나라들만이 남극조약 협의당사국(協議當事國ATCP)을 만들어 남극을 관장한다.
남극대륙을 둘러싸는 남빙양은 겨울에는 남극대륙의 1.5배 정도인 1,900만 m2가 얼며 여름에도 300만 km2가 얼어, 쇄빙선이 있어야 항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극에 진출한 나라들에게는 쇄빙선은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쇄빙선(碎氷船)은 얼음을 깨면서 항해할 수 있는 특별한 설계와 구조를 한 배로, 내빙선과 다르다.
내빙선(耐氷船)은 얼음에 피해를 덜 받게끔 선체를 보강한 배를 말한다. 쇄빙선이 있어야 해빙(海氷)으로 덮인 남빙양을 마음놓고 항해할 수 있어, 사람과 물자를 기지로 운반할 수 있다.
남극대륙이 연구되면서 신기한 현상들이 발견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1990년대에 밝혀진 것으로, 대륙을 덮는 빙원의 아래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있다는것이다. 그 호수들 중 가장 큰 보스토크(Vostok)호수는 얼음 아래 3,700m에 있으며 경기도보다 크다. 현재 인간의 기술로는 호수 물을 오염시키지 않고 채집할 방법이 없어, 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보스토크호수 위에 있는 러시아기지인 보스토크기지에서는 42만 년 전의 얼음을 굴착했다.
이를 통해 그 동안 지구에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4번 있었다는 것을 밝혔으며, 먼지가 남아메리카 파타고니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밝혔다. 현재는 남극대륙 한 가운데서는 74만 년 전의 얼음을 굴착해, 그 이후 기후변화를 연구한다. 그 연구를 보면,인간의 영향이 없다면, 현재의 따뜻한 기후는 상당히오래 갈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78~79년부터 남극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1986년 11월 남극조약에 33번째로 가입했다. 기지건설이 결정되고 후보지를 답사한 다음, 마침내1988년 2월 17일 남극 세종기지를 서남극 남쉐틀랜드 군도 킹조지섬에 준공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매년 남극과학연구단이 조직되어 남극반도를 중심으로 지질과 학-대기과학-해양과학-생명과학-빙하학 같은 자연 과학 위주의 조사와 연구를 해왔다. 또 세종기지를 상주기지로 유지해, 지금은 윤호일 박사를 대장으로 한제 17차 월동연구대가 기지를 지키면서 관측과 조사를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남극연구결과를 일찍 인정해, 우리나라는 1989년 10월 남극조약 협의당사국이 되었다. 그러나 남극연구는 연구지역이 우리나라에서 먼 남반구이고 사람과 물자운반이 어려워, 엄청난 용선료(傭船料)를 비롯해, 막대한 연구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연구지역이 세종기지와 그 부근에 있는섬들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극지연구소가 한국해양연구원 부설로 2004년 4월 설립되었고 쇄빙선을 설계하기 시작해, 남극연구를 비롯해, 우리나라 극지연구가 제대로 된 연구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2002년 4월에는 북극 스발바드 군도에 북극연구기지인 다산기지가 설치되었다).
쇄빙선이 예정대로 2008년에 준공되면, 2007~08년‘국제극지의 해’에 우리나라도 이름에 걸맞는 이바지를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국제극지의 해(IPY)’는국제지구물리관측년 50주년을 기념해, 극지를 특별히큰 규모로 연구하는 해이다. 나아가 운송수단이 크게 나아진 바, 이제는 남극대륙의 빙원을 비롯한 남극대륙을 연구하기 시작해, 남극본연의 연구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세종기지 둘레를 벗어나, 남극 대륙에 도전해야 한다. 곧 남극대륙에 제 2기지를 건설해야 한다. 그렇게 해, 글자 그대로‘남극의 한국-인류의 평화’라는 세종기지를 건설한 철학을 남극대륙에서 이루어야 한다. 또 우리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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