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은 우사인 볼트의 날이었다.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 63의 기록으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세계신기록’ 수립에는 실패했으나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작성한 9초 69를 0.06초 단축했다. 올림픽 신기록이다.
볼트는 또 100m 경주에서 올림픽을 두 번 제패한 칼 루이스의 대를 이어 올림픽을 두 번 제패한 두 번째 스프린터가 됐다.
100m 경주는 올림픽 육상에 있어 가장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경기다. 금메달의 영광 외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란 영예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영예를 두 나라에서 거의 다 나눠 가졌다. 미국과 자메이카다. 지난 30년간 세계 기록을 세운 10명의 스프린터 중 9명이 이 두 나라 출신인 것.
우사인 볼트 왜 그렇게 빠른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가장 빠른 사나이를 배출하던 유일한 나라였다. 그런데 볼트의 등장으로 자메이카가 미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고, 가장 빠른 사나이를 만들기 위한 양국 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3관왕을 노리고 있는 우사인 볼트의 역주법을 놓고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우사인 볼트 페이스북. ⓒUsain Bolt Facebook
주도권이 자메이카로 넘어간 것은 2009년 베를린육상선수권대회에서다. 당시 볼트는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미국의 타이슨 게이와 맞닥뜨렸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9초 58이란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면서 100m 세계 최강자가 됐다.
이번 대회도 자메이카의 승리였다. 지난 해 볼트에게 실격패를 안겨준 바 있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는 9초 75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미국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우승자 저스틴 게이틀린이 9초 79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과거 100m 왕국의 체면을 겨우 유지했다. 타이슨 게이, 아사파 파월 등의 미국 선수들은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우사인 볼트가 왜 그렇게 빠른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다. 최근 캐나다 CTV는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타이슨 게이의 신장 189cm와 비교했을 때 볼트는 195cm로 6cm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 큰 키로 어떻게 그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 큰 키가 달리기 경주에서 장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 베를린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니콜라스 로마니노프 박사가 두 선수의 뜀 폭을 정밀 측정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타이슨 게이가 초당 4.8번으로 뛴 반면, 볼트는 4.0번 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트는 2.44m씩 41번의 스텝을 통해 세계 신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출발속도 느려도 후반 스피드 월등
세계 수준에 있는 다른 선수들은 100m 구간에서 평균 45번의 스텝을 밟는 것으로 조사됐다. 타이슨 게이 역시 베를린에서 45.45번의 스텝을 밟았다. 그러나 평균 뜀 폭은 2.2m에 머물렀다. 타이슨 게이가 열심히 달리고 있을 때, 볼트는 성큼성큼 뛰어 게이를 추월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볼트가 땅에 머문 시간도 측정했다. 발을 디딜 때마다 0.05초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41번의 스텝을 밟았으니까 약 2초의 시간 동안 땅에 머문 셈이다. 9초 58의 기록 중에서 약 5분의 1을 땅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스텝 수가 적은 만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큼성큼 뛰면서 만들어내는 그의 가속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 60m쯤 오면 힘이 빠져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반면 볼트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베를린육상선수권대회에서 최고 속도는 초속 12.27m에 달했다.
100m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볼트는 200, 400m에도 계속 출전해 베이징올림픽 3관왕에 이은 런던 올림픽 3관왕 도전에 나선다. 볼트의 3관왕 도전 성공여부에 대해 세계 언론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볼트의 가장 큰 약점인 스타트 문제를 보완하는 조건 하에서다. 이번에 열린 100m 결승에서 볼트의 출발 반응속도는 0.165로 출전선수 중 5위에 그쳤다. 상위권 선수들이 보통 0.120~0.160의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기록이다.
이 약점을 그만의 특유한 주법에 의해 충분히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코치진은 그에게 출발 반응속도 보완을 계속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일도 아니다.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던 지난 2009년 베를린육상선수권 때의 출발 반응속도도 0.16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