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담겨 있는 조상들 지혜

설날은 음력, 24절기는 양력에서 비롯

음력으로 쳐서 정월초하룻날이 설날이다. 설은 ‘슬프다’란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삼가다’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 ‘섧다’에서 온 것이다. 새로운 1년을 조심스럽게 시작하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삼국유사 등 역사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태음력(太陰曆)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역사서인 ‘수서(随书)’에서도 ‘신라인들이 원일(元日)의 아침에 서로 하례하며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회연하고 일월 신을 배례한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설날부터 시작하는 태음력은 달을 보고 만든 달력이다. 지구를 도는 달의 모습을 보고 달력을 만들었다. 정확히 말해 달의 공전주기인 평균 29.530589일을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별과 달을 보고 태음태양력 만들어

편의상 29일, 30일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모두 12달을 만드는데 이렇게 달력을 만들면 (29+30) × 6 = 354 가 나오고 1년 365일과 비교해 11일이 부족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1년을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 때 가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겨울이 봄이 되고, 봄이 여름이 될 수도 있다.

▲ 서울 한 경로당에서 열린 설날 경로잔치에서 어린이들이 함께 세배를 드리고 있다. 한국인의 최대 명절 설날은 태음력이 시작되는 첫날이면서 봄의 시작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음력을 창안한 고대인들은 이 문제를 윤달로 해결했다. 수년 간 남은 11일 동안의 날짜를 모아 한 달을 만든 후 어느 해가 되면 13달을 만드는 방식으로 19년 동안 7번의 윤달을 집어넣었다.

태음력이 처음 등장한 것은 농경사회가 있기 전 유목민, 수렵사회였다. 특히 적도 인근지역에 사는 유목민들에게 있어 긴 시간(1년)을 측정해야 하는 태양력은 크게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절기에 따라 기후가 변화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가능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대 이집트에서 음력에 태양력을 결합한 태음태양력(lunisolar) 달력이 등장한다. B.C. 800년 경 한 달 30일, 1년 12달로 된 달력을 만들었다. 30일×12달=360일이 되니까 5~6일이 남게 되고, 이들 날짜들은 12월 달 마지막 부분에 끼워넣었다.

많은 학자들은 이집트인들이 이처럼 정확한 태양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데 대해 여러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 이집트인들이 태양신을 섬겼기 때문에 태양 움직임을 정확히 관측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태음력 통해 정밀한 천체관측 수행

이집트인들에게는 소티스(Sothis)라는 별이 있었다. 그리스어로 세이리오스(Seirios), 영어로는 시리우스(Sirius), 한자로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번역되는 이 별은 우리 말로 ‘큰개자리’라고 불린다. 가장 밝은 항성(恒星)이고, 눈부신 백색으로 눈으로 볼 수 있다.

이 별은 5월10일부터 7월18일까지 70일간 보이지 않다가 7월19일을 전후해 나타난다. 이집트인들에게 이 별은 매우 소중한 별이었다. 별이 나타나는 시기에 나일강 범람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집트인들은 이 별이 나타나는 날로부터 새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고대 사회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정확한 태양력을 만들어냈다.

B.C. 600년경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였다.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태음력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태음태양력을 만들었는데 그 방식이 기발했다. 태양운행궤도가 15도씩 움직일 때마다 하나씩 점을 찍어 24개로 구분했다. 그리고 그 점에 입춘·우수·경칩·춘분 등과 같은 이름을 붙였다. 24절기가 탄생한 것이다.

처음에는 1년을 24등분해서 24절기를 표기했다. 그러나 A.D. 6세기 경 장자신(張子信)이라는 천문학자가 오랜 천문관측을 통해 태양 운행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겨울에는 평균값보다 더 빠르고, 여름에는 늦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밝혀진 사실은 A.D. 8세기경 대연력(大衍曆)이란 달력에 반영됐다.

이집트,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음력·양력을 혼용해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국인들은 음력을 표기하면서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의 운행에 관해 매우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달의 위치를 기준으로 천체의 모습을 관측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별자리 관측은 매우 중요했다. 정치인들은 하늘 별자리 움직임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고 했고, 이를 통해 국가적 이슈를 만들어냈다. 농업에도 귀중한 자료가 됐다. 파종시기, 추수시기 등을 관측하는 데 별자리는 매우 중요한 정보였다.

설날 연휴가 시작됐다. 이 설날은 음력 설날로 새 봄이 시작되는 시기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태음력을 도입했을 때 그 달력 안에는 태양력인 24절기가 들어 있었다. 태음력과 태양력을 함께 받아들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태음태양력을 함께 써오면서 양력과 음력의 장점을 모두 활용해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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