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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5-22

"선캄브리아기 생명활동 활발" 컴퓨터 유체역학 분석으로 기존 인식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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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캄브리아기의 화석이 다수 발견된 호주 에디아카라(Ediacara) 지역에 생물이 살았을 당시 지구의 얕은 바다에는 불가사의하고 몸체가 부드러운 다양한 생물들이 번성했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6억3500만년 전부터 5억4000만년 전까지 이어진 조용하고 목가적인 시기로 묘사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새로운 학제간 연구는 당시에 살았던 유기체들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선캄브리아기의 생물 종을 생명의 진화를 나타내는 생명 나무에 꿰어맞추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이들 유기체가 껍질이나 뼈를 만드는 능력이 생기기 전에 살았기 때문. 껍질이나 뼈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화석 증거를 많이 남기지 않았고, 그들이 움직이며 활동했다는 증거는 더 적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거의 모든 에디아카라 동물들이 떠돌아다니는 해파리 비슷한 몇가지 유기체를 제외하고 해저의 한 곳에 고정된 채 살았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생성된 상부와 측면도는 해류가 정면 (a), 측면 (b) 및 후면 (c)에서 올 때 파르반코리나 몸체 주위로 물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보여준다. 화살표는 물 흐름의 방향을 나타내고 색은 속도를 나타냅니다(빨간색과 노란색은 빠르며 파란색과 녹색은 느리다). 이는 각 방향에 따라 흐름 패턴이 극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며, 유기체가 효과적으로 먹이를 먹으려면 이동성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redit: Simon Darroch, Vanderbilt University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 생성된 상부와 측면도는 해류가 정면 (a), 측면 (b) 및 후면 (c)에서 올 때 파르반코리나 몸체 주위로 물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보여준다. 화살표는 물 흐름의 방향을 나타내고 색은 속도를 나타냅니다(빨간색과 노란색은 빠르며 파란색과 녹색은 느리다). 이는 각 방향에 따라 흐름 패턴이 극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며, 유기체가 효과적으로 먹이를 먹으려면 이동성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redit: Simon Darroch, Vanderbilt University

물을 헤엄쳐가는 가장 오래된 종”

이번의 새로운 연구는 에디아카라 동물 속(屬)에서 큰 수수께끼의 하나로 꼽히는 파르반코리나(Parvancorina)로 불리는 작은 동전 크기만한 유기체에 관한 것이다. 이 유기체는 작은 닻 모양을 하고 등쪽에 일련의 굴곡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연구팀은 이 유기체 몸체 주위의 물 흐름을 분석함으로써 이 생물이 이동성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즉 몸체 주위의 물 흐름에 맞서 방향을 잡을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파르반코리나는 과학자들이 주류성(走流性, rheotaxis)이라고 부르는, 물을 헤엄쳐가는 능력을 보유한 가장 오래된 종이 된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밴더빌트대 지구 및 환경과학과 사이먼 대럭( Simon Darroch) 조교수는 “분석 결과 파르반코리나의 전방에서 후방으로 흐르는 물의 견인력이 좌우로 흐르는 힘보다 실질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것은 파르반코리나가 얕은 바다 환경의 해류가 강한 상황에서 흐름의 방향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 위치를 조절해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발견된 파르반코리나 화석(왼쪽)과 이탈리아 트렌토 박물관에 있는 복원 모습. Credit : Wikipedia / EOL Learning and Education Group / Matteo De Stefano/MUSE
호주에서 발견된 파르반코리나 화석(왼쪽)과 이탈리아 트렌토 박물관에 있는 복원물 모습. Credit : Wikipedia / EOL Learning and Education Group / Matteo De Stefano/MUSE

컴퓨터 유체역학 기술로 흐름 분석

이번 분석에서는 컴퓨터 유체역학 기술을 차용해 파르반코리나의 몸체 모양이 해류와 맞닥뜨렸을 때 와류를 만들어 해류의 힘을 몸체의 다른 여러 곳으로 향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대럭 교수는 “파르반코리나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물에 떠돌아 다니는 유기체 입자를 걸러먹는 동물이라면 그런 와류 형성이 유기물질들을 먹기 쉽도록 모아들이기 때문에 파르반코리나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분석 내용은 왕립협회 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 17일자 온라인판에 ‘Inference of facultative mobility in the enigmatic Ediacaran organism Parvancorina’라는 제하의 논문에 실려있다.

선캄브리아기 호주 남부 에디아카라 화석지역 동물군이 서식할 때의 바다 환경을 묘사한 상상화.   Credit : Wikipedia / Ryan Somma
선캄브리아기 호주 남부 에디아카라 화석지역 동물군이 서식할 때의 바다 환경을 묘사한 상상화. Credit : Wikipedia / Ryan Somma

부유물질 걸러먹는 가장 오래된 생물도 확인

이 같은 결론은 지난 3월 30일 호주 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으로도 뒷받침된다. 호주 연구팀은 호주 남부의 에디아카라 지역을 분석한 결과 파르반코리나 화석이 해류의 흐름 방향으로 정렬돼 있고, 이 정렬이 수동적이 아니라 이 유기체의 생활사 가운데 어느 지점에서 물을 헤쳐가는 반응을 보이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디아카라 동물군 연구에 전산유체역학이 활용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같은 연구팀이 2015년 다른 유기체(Tribrachidium heraldicum) 몸체 주위의 흐름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이 방법을 적용했다. 이 유기체는 등쪽에 세 개의 나선형 돌출부를 가진 원반 모양의 유기체다. 연구진의 이 분석에 따라 이 유기체가 5억5500만년 전에 살았던 부유물질을 걸러먹는(suspension feeder) 가장 오래된 생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트리브라키디움 헤랄디쿰(Tribrachidium heraldicum) 화석(왼쪽)과 복원 그림(오른쪽 맨 위).  Credit : Wikipedia / Aleksey Nagovitsyn
트리브라키디움 헤랄디쿰(Tribrachidium heraldicum) 화석(왼쪽)과 복원 그림(오른쪽 맨 위). Credit : Wikipedia / Aleksey Nagovitsyn

선캄브리아 시기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

대럭 교수는 “우리는 이 종들이 생명 나무의 어느 위치에 있고 어떻게 진화돼 왔는지를 알아내려는 노력을 멈추기로 했다”며, “우리는 그들의 희한한 구조가 어떻게 먹고, 복제하고, 움직였는지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유기체들은 얕은 바다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강한 물의 흐름이 틀림없이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따라서 전산유체역학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가 된다”고 덧붙였다.

대럭 교수는 “에디아카라 동물 종의 하나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증했다는 사실은 이 시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생물의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며, 앞으로 에디아카라 화석에 이 기법을 적용해 연구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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