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모방 소재로 대기에서 수분 얻는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건조 지역 거주민에게 적정기술 제공

‘세계 물의 날’이 제정될 정도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수질 오염과 물 부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0% 정도인 약 7억 명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인장 조직을 모방한 하이드로젤 막은 다공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대기에서 수분을 포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 Caltech

이 같은 물 관련 문제를 해소하고자 전 세계 과학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은 물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적정기술을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물 관련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대기에서 수분을 포집하는 식물에서 영감받아 개발

에티오피아처럼 기후가 메마른 지역에 살고 있는 식물들은 나름의 생존 비법을 갖고 있다. 대부분은 뿌리를 깊이 내려 지하에 있는 물에서 수분을 섭취하지만, 일부 식물들은 대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사막 지역에서 자라는 선인장이나 무화과나무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선인장의 경우 가시와 거친 줄기 표면을 통해 대기 중에 존재하는 수분을 물로 응결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도 충분한 수분 섭취가 가능하다.

이런 선인장의 능력에 주목한 미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대기 중에서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선인장의 미세한 표피 구조를 인위적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미세 구조는 다공성의 친수성 하이드로젤막(hydrogel membrane)으로 덮여 있어서 대기 중의 수분을 흡수한 후 물로 응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태양열을 흡수하도록 제작한 장치 안에 55㎠에서 125㎠ 정도 되는 다양한 크기의 하이드로젤막을 넣고 하룻 동안 얼마나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별도의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고도 낮에는 125mL의 물을 흡수하고, 밤에는 35mL 정도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환산하면 1㎡ 크기의 하이드로젤막일 경우 하루에 34L의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적정기술에 기반한 장치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별도의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아도 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저개발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와카나무(좌)의 기능을 모방한 와카타워(우)는 대기 중에서 수분을 흡수할 수 있다 ⓒ archilovers.com

한편 에티오피아에서는 선인장처럼 메마른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와카(Warka)’라는 나무다. 무화과나무인 와카는 물이 부족한 곳에서도 무럭무럭 자라서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나무로 유명하다.

건조한 장소에서도 잘 자라는 와카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이탈리아의 연구진은 와카타워(Warka Tower)라는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대기 중에 존재하는 수분을 포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에티오피아의 기후는 건조한 지역답게 낮은 덥고 밤은 추워서 일교차가 많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른 지역들보다 응결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연구진은 이런 환경 상태를 주목했다.

공기 중에는 수증기 상태의 물이 항상 존재하는데, 기온이 낮아져 차가운 물체를 만나게 되면 한곳으로 모이며 응결된다. 새벽에 만나게 되는 풀잎에 맺힌 이슬은 바로 이 응결 원리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자연이 제공하는 물이다.

연구진은 실제 와카 나무를 이용하여 타워형 구조물을 만든 후, 이슬이 잘 맺히도록 나일론과 폴리프로필렌 등의 섬유로 그물을 제작하여 구조물에 입혔다. 그 결과 와카타워가 하루에 모을 수 있는 물의 양은 무려 100L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카타워는 어린 시절 뛰어놀던 정글짐처럼 골격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차이점이라면 정글짐은 상자처럼 생겼지만, 와카타워는 위로 길쭉한 탑 모양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가볍고 탄력이 좋은 와카 나무의 줄기만을 엮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강한 바람이 불어도 공기가 통과해 잘 버틸 수 있는 것은 와카타워가 가진 장점이다.

다공성 물질로 만들어진 수분포집기로 대량의 물 확보

선인장이나 와카 나무와는 달리 오로지 재료공학 차원에서 대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여 마실 수 있는 물을 제공하는 소재도 있다. 바로 미 MIT대와 버클리대의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금속유기구조체(MOF, metal organic frameworks)’라는 물질이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연결되어 골격구조를 형성한 결정성 물질로서, 물질 표면에 수많은 기공이 형성되어 있어 가스나 수분을 흡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다공성의 MOF는 내부에 1∼100nm 크기의 빈 공간을 갖고 있는데, 이 공간에 수분이나 가스 등을 흡착하여 저장하거나 나중에 꺼내서 유용한 물질로 활용할 수 있다. MOF는 금속인 산화지르코늄(zirconium oxide)과 유기물인 퓨말레이트(fumarate)로 이루어져 있다.

1kg의 MOF로 0.25L 정도의 물을 포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Berkeley.edu

공동 연구진은 MOF를 기반으로 한 간단한 형태의 수분포집기(water harvester)를 제작했다. MOF가 들어있는 판이 대기 중의 수분을 포집하고, 태양열을 이용하여 수분을 증발시키면 이를 응축기가 모아 물을 만드는 것이 핵심 원리다.

연구진은 제작한 수분포집기의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애리조나주의 사막에서 12시간 동안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1kg의 MOF가 탑재된 포집기에서 약 0.28L 정도의 물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를 사용하여 수분을 응축하는 방식이라도 대기 중의 습도가 50% 이하면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MOF를 사용한 수분 포집 방식은 습도가 20% 이하의 사막과 같은 지역이라도 얼마든지 물을 포집할 수 있다는 것이 공동 연구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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