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와 어린이들에게 과학이야기를 들려주는 산타할아버지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센터장 최정훈 한양대 교수)가 마련한 제6회 크리스마스 과학강연극이 지난 15일(토) 오후 4시 한양대 올림픽 체육관서 열린 것이다. ‘산타와 함께하는 서커스 속의 과학이야기’를 주제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과학강연극엔 매우 큰 X-마스 선물이 어린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춘서커스단.
서커스의 묘기에 숨어 있는 과학의 원리를 알아보는 과학강연극은 마스코트 한별이의 크리스마스 꿈으로부터 시작됐다. “나에겐 왜 선물을 주는 산타가 안 오는 걸까?” 그러자 마치 꿈속의 동화나라처럼 화려한 복장의 서커스단이 갑자기 나타나 외발 자전거 묘기를 한바탕 펼친다. 자전거 1대에 10명이 동시에 올라타는 묘기, 3m 높이의 외발자전거 묘기 등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한 차례 서커스 공연이 끝나자 산타 복장을 한 최정훈 교수가 흥겨운 캐럴 송과 함께 큰 덩치의 시베리안 허스키 두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등장했다. 한별이에게 산타가 찾아온 것이다.
“어린이 여러분, 외발 자전거 묘기가 신기하지요. 여기엔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어요. 관성이란 말 들어봤지요. 바로 자전거 바퀴가 돌면 회전관성이 생기고 한 번 발생한 이 회전관성은 방향을 잘 바꾸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 언니 오빠들이 멋있게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는 거예요. 우리 그럼 회전관성을 실험해 볼까요.”
최 교수가 힘 있는 어린이 한 번 나와보라고 하자 수많은 어린이가 자원했다. 그 중에 나이에 비해서 덩치가 큰 김선빈 군이 뽑혔다. 선빈이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고정멤버다. 최 교수가 회전드릴로 작은 외발바퀴를 돌려주자 선빈이는 자신 있게 바퀴를 들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똑바로 들지를 못한다. “똑바로 들어봐.” 최 교수가 일부러 재촉하지만 선빈이의 노력은 허사가 되고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한 번 회전하면 방향을 바꾸려 하지 않는 회전축의 원리 때문이다.
“여러분 자전거처럼 도는 팽이도 세차운동을 하지요. 자전거를 탈 때, 손을 놓고 몸은 약간 왼쪽으로 기울이게 되면 자전거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왼쪽으로 좌회전을 하는데 이는 세차운동 때문이에요. 세차운동을 적용한 기구 중에 자이로스코우프가 있어요. 비행기는 자이로에 의해 항상 중심을 잡지요.”
2부 과학강연이 시작되자마자 천장에서 갑자기 선녀가 내려오듯, 두 명의 소녀단원이 10m 공중에서 실크로 된 수직 줄을 타면서 무용을 펼쳤다. 이어 9명의 소녀들이 양손에 접시 6개를 돌리며 나타났다. 소년단원들은 멋진 텀블링 실력으로 개구리처럼 약 3m 높이의 링을 통과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여기엔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다시 최 교수의 강연이 이어진다.
“하늘에서 줄타기하는 언니들 멋있지요. 언니들이 떨어지지 않는 원리는 바로 반데르 발스힘 즉, 마찰력 때문이에요. 또 접시를 여러 개 돌릴 수 있는 것은 회전축으로 작용하는 힘 즉 자전거의 도는 힘과 똑같지요.”
이 때 갑자기 관중석에서 큰 공 4개가 굴러 내려오면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탄성력 테스트를 기점으로 물리실험은 화학실험으로 이어진다. “여러분! 딱딱한 골프공은 얼마 안 튀어 오르지요. 하지만 탄성력이 더해지면 달라져요. 그 원리는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해 늘어난 탄성력 때문이에요.” 골프공을 배구공을 이어붙인 농구공에 부딪히자 하늘 높이 튀어 올랐다.
“우리 즉석에서 탄력 있는 고무를 한 번 만들어 볼까요.” 다시 어린이들이 무대로 초대됐다. 안전을 위해 보안경을 쓴 어린이들과 최 교수가 비커에 들어 있는 끈적한 용액을 젓가락으로 젓자 갑자기 하얀 거품처럼 부풀어오르면서 즉석에서 폴리우레탄 폼이 생겨났다.
“여러분 한 번 크게 만들어볼까요.” 최 교수가 강단에 내려와서 밑에 비닐이 덮여 있는 큰 통을 긴 막대로 어린이와 함께 젖자 똑같이 용액은 하얀 거품으로 변하면서 최 교수의 키보다 훨씬 더 높게 부풀어올랐다.
아슬아슬한 묘기에 숨겨진 과학 원리
3부 공연의 첫 순서는 남녀 곡예단원의 훌라후프와 부메랑 묘기.
“여러분 부메랑이 날아서 돌아오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양력 때문인데 부메랑은 양력을 발생시키도록 날개가 비행기처럼 되어 있고 양쪽의 크기가 달라요. 그래서 그 차이로 인해 세차운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올 수 있어요.”
이어서 4명의 소녀단원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나와 150cm의 둥근 탁자 위에서 각종 도는 묘기를 보여줬다.
“여러분, 저렇게 좁은 탁자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돌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원심력 때문이에요. 또 아까 팽이가 돌던 것처럼 회전관성이 작용하는데 회전관성이 작으면 돌리기가 쉽고 크면 돌리기가 어렵지요. 이제 실험맨을 통해 각운동량보존법칙에 대해 알아볼까요.”
빙글빙글 도는 회전의자에 실험맨이 작은 아령을 들고 앉았다. 먼저, 실험맨이 양팔을 최대한 벌린 채 의자를 돌리는 것과 양팔을 가슴으로 오므렸을 때 돌리는 두 가지 실험을 했다.
“여러분 양팔을 벌린 자세와 오므린 자세 중 어느 것이 빨리 돌았을까요? 오므린 자세가 빨리 돌았지요. 이는 각운동량 보존법칙 때문이에요. 한 축을 중심으로 도는 팽이나 스케이트 선수는 각운동량을 갖는데 자세가 변하면서 회전율을 변화시켜요. 김연아 선수가 세계를 제패한 비결은 이 각운동량을 잘 알았기 때문이지요.”
과학강연이 막바지로 가면서 서커스도 더욱 아슬아슬한 묘기가 펼쳐졌다. 45Kg의 소녀단원이 무려 200Kg을 누워서 다리로 지탱하는 묘기. 관중석에서 초대된 체중 75Kg의 남자관객이 80Kg의 무쇠단지에 들어가고 여기에다 50Kg의 남자단원 한 명이 단지에 올라탔다. 총 무게는 200Kg이지만 소녀는 끄덕 없이 단지를 돌렸다.
“여러분 언니의 다릿심이 대단하지요. 하지만 여기에도 과학의 법칙이 들어 있어요. 그것은 바로 무게중심이지요.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무게중심을 모르면 저 단지는 금방 넘어져요.”
4부 순서에선 공중 10m 상공에서 남녀가 줄로 목을 연결해 날면서 추는 비천(飛天), 서커스의 하이라이트 일명 ‘왕의 남자’ 줄타기 등이 과학강연극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여러분, 줄에 달린 물체가 왔다갔다하는 운동이 바로 진자운동이에요. 공중묘기는 진자운동과 공명현상을 이용한 것이에요. 전통외줄타기는 회전관성, 무게중심 및 탄성력의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서 만드는 예술이에요. 그리고 피나는 훈련이 필요하지요.”
크리스마스 캐럴 ‘페리스 나비다드’가 울려 퍼지고 최 교수와 공연자들이 무대인사를 하는 가운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크리스마스 과학강연극은 서커스의 환상적인 묘기가 어우러지면서 기존의 단순한 과학강연극에서 벗어나 가족들이 함께 공연도 즐기고 원리도 알아보는 가족공연으로 재탄생한 모습이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1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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