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홍수는 기후변화의 서곡일까?

21세기 말에는 유럽에서 물난리 14배 증가해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서유럽에서는 아직 실종자를 찾기 위한 구조 작업과 시설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각한 독일에서는 최소 20만 가구의 전기가 끊어졌으며, 재건에 수십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1세기 말에는 유럽 전역에서 이 같은 물난리가 14배나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기후변화가 강력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폭풍을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말에는 느리게 이동하는 강력한 폭풍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홍수가 14배나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뉴캐슬대학의 연구진은 영국 기상청이 개발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기후가 유럽 전역의 강한 폭풍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이동 속도가 느려진 폭풍이 국지적으로 축적되는 강우량을 증가시켜 기존 예상보다 유럽 전역의 돌발적인 홍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강한 비를 만들어내는 폭풍이 기후변화에 따라 더 느리게 이동함에 따라 독일과 벨기에 등에 국지적으로 쏟아진 이번의 폭우처럼 극단적인 홍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뉴캐슬대학의 압둘라 카흐라만(Abdullah Kahraman) 박사는 “최근 슈퍼컴퓨터 성능이 발달하면서 단거리 기상예보 모델처럼 대기를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범유럽 기후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다”며 “이런 모델은 약 2㎞의 격자 간격을 지니고 있어 폭풍 시스템을 훨씬 더 잘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열대성 저기압 이동 속도 10% 느려져

연구진은 최첨단 기후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폭우 발생 가능성이 높은 측정기준을 비롯해 대기의 어떤 요소들이 폭우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기상 예보관의 관점에서 기후 시뮬레이션 자료를 검토해 폭우와는 성격이 다른 극단적인 기상 유형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캐슬대학의 헤일리 파울러(Hayley Fowle) 교수는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너무 느렸던 반면 지구 온난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기상청의 연구원이자 브리스톨대학의 교수인 리지 켄든(Lizzie Kendon)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우량이 증가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폭풍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독일과 벨기에에서 최근에 발생한 홍수와도 매우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느리게 움직이는 강력한 폭풍이 21세기 말까지 14배나 더 잦아질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억제하지 않으면 유럽 전역에서 심각한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이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강력한 폭풍은 유럽에서 매우 드물고, 지중해 일부 지역에서만 가끔 발생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의 기후 완화 및 대응 정책과 더불어 향후 홍수에 대비한 인프라 시스템의 설계 및 수자원 관리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연구진도 전 세계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속도가 지난 68년 사이에 10%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018년 6월 ‘네이처’지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특히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의 태풍은 이동속도가 약 30% 감소해 전 세계 평균인 10%보다 훨씬 더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 장마철 강수량도 증가해

한편, 동아시아 여름 몬순 시스템의 일부인 장마 기간 동안 내리는 강수량이 최근 10년간 상당히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은 여름철에 남쪽의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대성 기단이 만나서 형성되는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아 장기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이런 현상을 우리나라에서는 장마, 중국에서는 메이유(Meiyu), 일본에서는 바이우(Baiu)라고 부른다.

상단은 2000년대와 2010년대 사이의 강우량 변화를 나타낸 그림이며, 하단은 수년간 메이유 및 바이우 때의 강수 빈도와 폭우 발생 건수를 비교한 그림이다. ©Tokyo Metropolitan University

일본 도쿄도립대학의 연구진은 인공위성의 장기 강수 레이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메이유와 바이우 기간 동안의 강수량이 최근 10년간 현저히 증가했음을 확인했으며, 특히 자연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극단적인 강수 발생 건수가 확연히 증가했음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강수량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열대지방으로부터의 습기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고 대류권 상층 기압골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장마는 일본의 바이우 및 중국의 메이유와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지만, 이들보다 더 다양한 기압골과 기단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한 특성을 보이는 편이다.

(918)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