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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8-04-23

서로 돕고 의지하는 '동반식물' 해충 쫓아주고 수분도 양보… 파와 오이가 대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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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고 산다는 말인 상부상조(相扶相助)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한자성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나 과일들도 서로 돕고 산다는 사실이 최근 조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채소나 과일들이 서로를 돕는 것은 아니다. 짚신도 다 제 짝이 있는 것처럼 함께 있으면 서로에게 유익한 개체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채소나 과일들을 가리켜 ‘동반식물’이라 부른다.

서로 돕고 의지하는 식물을 '동반식물'이라 부른다
서로 돕고 의지하는 식물을 '동반식물'이라 부른다 ⓒ natural living idea

동반식물이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식물

동반식물(companion plant)이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식물을 의미한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공생(共生) 관계인 것처럼 식물들도 상대방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반식물들을 분류하다보면 이들 조합에도 대부분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반대되는 특성이 그런 규칙이라 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성장할 때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과 오히려 최소한의 영양분만 제공해야 생육할 수 있는 식물이나 해충들이 싫어하는 식물과 해충에 습격을 잘 받는 식물 등이 동반식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에 따라 분류되는 동반식물의 유형으로는 △양지식물과 음지식물 △뿌리가 긴 식물과 짧은 식물 △질소 고정 능력이 뛰어난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 △생장이 빠른 식물과 느린 식물 △꽃이 빨리 피는 식물과 꽃이 늦게 피거나 피지 않는 식물 △식물의 키가 짧은 식물과 큰 식물 등이 있다.

대표적인 동반식물로는 토마토와 바질을 꼽을 수 있다. 원산지가 안데스 산맥의 건조지대인 토마토는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야채인 반면에, 인도가 원산지인 바질(basil)은 물이 풍성해야 제대로 크는 채소다.

파와 오이는 대표적 동반식물이다 ⓒ 농촌진흥청
파와 오이는 대표적 동반식물이다 ⓒ 농촌진흥청

따라서 토마토와 토마토 사이에 바질을 심으면 토마토에 남아도는 수분을 바질이 흡수하여 충분한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 또한 토마토는 수분이 너무 많으면 과육이 터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를 바질이 해결해 줄 수 있다.

이 외에도 바질은 토마토 사이에서 자라게 되면 수분 확보 외에 태양의 직사광선을 토마토 잎들이 가려주기 때문에 부드럽고 신선한 잎을 만들 수 있다. 바질이 샐러드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인 만큼, 잎이 부드러워지면 그만큼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토마토와 바질만큼이나 좋은 동반 관계는 파와 오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파 뿌리에는 천연 항생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오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덩굴쪼김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적환무도 오이에게는 유익한 동반식물 중 하나다. 오이 밭에 적환무를 함께 심으면, 오이 생육 초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오이잎벌레를 상당수 퇴치할 수 있다. 해충인 오이잎벌레가 적환무의 매운 향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적환무는 오이 모종이 어느 정도 자라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따라서 오이의 맛을 결정하는데 있어 파나 적환무의 동반 생육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로 상극인 식물은 함께 심는 것 피해야

사람도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극인 사람도 있는 것처럼, 식물도 함께 심으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 식물로는 파와 무, 또는 파와 콩을 들 수 있다. 파는 오이에게 도움을 주는 식물이지만, 무나 콩 같은 채소와는 같이 심으면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파 뿌리에는 유기산이 존재하는데, 이 유기산은 토양 속 유기물들을 분해하여 이곳저곳에 양분을 쌓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무의 뿌리가 이 양분들을 섭취하고자 뿌리를 곧게 뻗지 못하기 때문에 바람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가지와 우엉도 함께 심으면 좋지 않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식물의 뿌리는 모두 곧게 뻗는 성질이 있는데, 땅속에서 뿌리를 길고 곧게 뻗으면서 서로의 양분을 뺏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농부들은 가지와 우엉을 가급적 멀리 떨어뜨려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상극인 식물은 같은 공간에서 자라지 않도록 거리를 둬야 한다 ⓒ Incompatible Plants
서로 상극인 식물은 같은 공간에서 자라지 않도록 거리를 둬야 한다 ⓒ Incompatible Plants

다음은 동반식물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의 장윤아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동반식물들의 효과가 놀랍다. 앞에서 소개했던 동반식물들 외에도 흥미로운 사례가 더 있는지 궁금하다.

허브의 하나인 로즈마리와 양배추를 함께 심어도 동반식물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브의 향이 양배추를 좋아하는 배추흰나비나 당근파리, 또는 도둑나방 같은 해충의 접근을 막아준다. 로즈마리는 따서 말린 다음 모닥불이나 숯과 함께 태우면 방충제 역할도 할 수 있다.

- 동반식물 사례들이 의외로 많다. 이 같은 사례들의 조사는 어떻게 했는지?

우선적으로는 농부들로부터 전해오는 야채와 과일들의 특징을 모은 다음,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동반식물들을 구성했다. 물론 연구원들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동반식물을 구성한 사례도 적지 않다.

- 수확 시기가 다른 동반식물의 경우 한쪽 수확후 상대 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반식물의 장점은 어린 싹이 뿌리를 내리면서부터 새육하는 시점까지의 영향이 거의 절대적이다. 다시 말해 수확하기 전에 상호 간에 미칠 영향이 대부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확 후 상호간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 예상된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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