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공동체 붕괴 10년 안에 돌발할 수 있다

국제연구팀, 3만여 생물종의 기후변화 노출 예측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지 않아 21세기 말에 지구 평균온도가 4도 상승하면 생태계의 붕괴는 불 보듯 분명하다는 데 토를 달 기후학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파국이 급작스럽게 발생할지 연착륙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영국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기후변화의 결과로 생물공동체의 붕괴가 2020년대 초반에도 급작스럽게 닥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생물종들은 적응하기 적절한 온도 영역의 경계로 내몰리거나 이미 한계를 벗어나 미증유의 고온대로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예측은 특정 시점이나 단일 생물종에 기반하고 있어, 이런 변화가 언제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알렉스 피곳 영국 런던대 생물다양성및환경연구소 연구위원이 주도한 연구팀은 이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육상과 해상의 3만여 생물종에 대해 현재의 적정 온도 영역을 설정했다. 이를 토대로 생물종들이 언제쯤 전례 없는 미증유의 온도를 겪을지 가늠해냈다.

피곳은 “기후변화의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수많은 연구들이 진행돼왔지만 이번 연구처럼 급작스러운 붕괴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연구가 2070년 또는 2100년 등 하나의 또는 일부의 미래에 대한 단편적인 분석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논문 저자들은 우선 1850년부터 2005년까지 기후모델 데이터를 이용해 3만 652종의 조류,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해저 무척추동물, 크릴, 두족류, 해초 등이 경험한 최고기온 평균을 추정해냈다.

연구진은 전지구를 100㎢ 단위의 생태구역으로 나누고, 2100년까지의 기후 예측 모델을 이용해 각 생태구역의 생물종들이 5년 이상 한계온도를 넘는 고온을 겪게 되는 시점을 예측했다. 연구팀은 여러 생물종들이 미증유의 온도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생태구역 안에서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붕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아마존의 멸종위기종인 검은다람쥐원숭이. 아마존과 인도네시아, 인도, 호주 북부, 아프리카 서브 사하라, 콩고 등에서 많은 생물종들이 2040년대에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논문이 ‘네이처’에 실렸다. ⓒ게티이미지

“세기말 생물종 73%가 미증유의 임계온도에 노출”

연구팀은 22개의 기후모델과 3개의 대표농도경로(RCP 2.6, 4.5, 8.5)를 적용해 21세기까지의 기후 예측치를 산출했다. 연구팀은 연평균 기온을 주요 변수로 놓았지만 생물종들이 온실가스에 영향을 받는 다른 기후 요소들에도 민감할 수 있기에 월평균 최고기온과 연간 강수량도 변수로 고려했다. 연구팀은 1850~2005년의 최고기온보다 높은 기온을 적어도 5년 이상 경험할 경우를 기후적응력 한계로 보았다.

연구팀은 세 가지 요소를 분석했다. 첫 번째는 ‘돌발 시기’로 생태구역 안의 생물종들이 미증유의 기후에 노출되기 시작하는 평균 연도를 조사했다. 두 번째는 ‘규모’로 미증유의 기후에 노출되는 생물종들의 백분율을 구했고, 마지막으로 ‘돌발성’은 동시성을 측정한 것으로 10년 동안 최대의 노출을 경험하는 생물종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구팀 분석을 보면, 중미 카리브해의 케이맨제도의 경우 돌발 시기는 2074년, 규모는 67%, 돌발성은 57%로 분석됐다. 곧 이 생태구역에서는 2100년까지 미증유의 온도를 겪는 생물종은 67%(규모)로, 10년 안에 많은 생물종들이 미증유의 온도를 겪는 시기가 2074년(돌발 시기), 이 시기에 생태구역에 사는 전체 생물종의 57%가 미증유의 온도를 겪는다(돌발성)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남태평양에 걸쳐 있는 산호삼각지대의 경우 규모는 100%, 돌발성은 88%, 돌발 시기는 2060년으로 분석된 반면 고비사막은 규모 20%, 돌발성 46%, 돌발 시기 2042년 등으로 생태구역의 위치에 따라 영향이 크게 차이가 났다.

연구팀은 2100년이 되기 전에 미증유의 기온에 맞닥뜨린 생물종의 73%가 한꺼번에 임계온도 초과를 겪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해 지구 평균온도가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에 비해 4도 상승하면 적어도 전체 생태구역의 15%는 ‘돌발 시기’에 도달하고, 생물종의 5분의 1 이상이 10년 안에 임곗값을 초과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 타격을 입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파리협정대로 온난화가 2도 이하로 통제된다면 산호초 등을 포함한 생태계의 2%만이 ‘돌발성’을 겪고 많은 생물종들이 고온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생태구역별로 생물종이 겪는 기후변화의 돌발 시기, 돌발성, 규모 등을 분석한 결과들. ⓒNature

2030년 열대 해양에서 시작해 2050년 고위도까지

연구팀은 2030년까지 미증유의 온난화가 열대 해양에서 진행되면 산호초의 대규모 백화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2050년까지는 좀 더 고위도 지역의 숲과 열대우림도 위기에 놓일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대표농도경로 8.5 시나리오에서 2100년까지 육상 생태구역의 81%, 해양 생태구역의 37%가 적어도 한 종 이상의 생물이 미증유의 연평균기온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온난화 정도가 훨씬 작았던 열대지방에서 생물종의 한계 기온 노출이 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열대지방에서는 육상 생태구역의 68%, 해양 생태구역의 39%가 미증유의 연평균기온을 겪는 반면 열대지방 이외 지역에서는 육상 생태구역의 7%, 해양 생태구역의 1%만이 이런 사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지방의 아마존, 인도 대륙 남부, 인도-태평양 지역 등이 특히 심해 이 지역 생태구역의 생물종 90% 이상이 미증유의 연평균기온을 겪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3년 동안 진행된 연구 논문의 공저자인 크리스토퍼 트리소스 케이프타운대 연구원은 “기후변화에서 멸종을 멈추기에는 너무 늦었다. 연구 결과는 2020년대에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신속한 대응이 생물종들의 위험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처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기 대응이 향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의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생물종과 생태계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1043)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