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살아있는 가장 강력한 생명체는 무엇일까? 백수의 제왕인 사자, 힘과 날렵함을 가진 호랑이, 긴 턱과 큰 몸통을 가진 공룡의 후예인 악어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첨단과학의 시대엔 무서운 동물에 대한 관념도 달라질 전망이다. 모기정도로 조그만 생명체가 대학살을 일으키는 비밀병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국방부는 ‘인조 생명체’의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인조 생명체는 아무런 감정 없이 인간의 명령만을 따르도록 생체 디자인될 예정이며,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물과 같은 생명체를 전장의 도구로 활용한 사례는 과거에 벌어진 수많은 전쟁의 역사에 기록돼있다. 말이나 낙타, 코끼리 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로부터 가장 보편적인 운반 수단으로 또 군사적으로는 기동성을 위해 사용됐다.
제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37마리의 코끼리를 이용해 알프스 산을 넘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외에도 나귀, 노새 등 수많은 가축들이 군수물자 운반용으로 쓰였으며, 통신을 위해 비둘기가 쓰이기도 했다.
1815년, 워털루에서 나폴레옹과 운명을 건 한판 싸움을 벌인 웰링턴 장군은 승리하고 나서 본국에 이를 알리기 위해 비둘기를 통신용으로 날렸다. 임진왜란 당시에 조선 수군도 통신용으로 비둘기를 활용한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특히, 개는 전쟁에서 정찰용이나 탐지용으로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이때까지 동물들은 전쟁의 보조수단이었을뿐이지, 직접 적을 공격하거나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쓰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동물을 이용한 비밀병기는 점차 진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동물의 특성이 파악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대화채널이 열리고, 인간처럼 훈련이 가능해진 것. 고양이, 개 또는 돌고래 등과 같이 영리한 동물들은 지금의 스마트 무기처럼 활용됐으나 기술 부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그쳤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과 유전공학의 발전은 동물 비밀병기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미래의 전장에선 동물과 같은 생명체가 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달려드는 불나방과 같은 첨단 비밀병기로 개조될 지도 모를 전망이다.
조건반사를 이용한 소련군의 ‘자폭견’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도구에 불과하던 동물들의 능력은 점차 무기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41년 6월 독소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독일 전차군단은 물밀듯이 소련 지역으로 쳐들어갔다. 유럽 동부전선에서도 이른바 ‘전격전(BlitzKrieg)’이 시작된 것. 이미 프랑스의 마지노선 돌파 경험을 갖고 있는 독일 전차군단의 진격을 막아내기엔 소련군은 역부족이었다. 소련군 보병들은 독일 전차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온갖 무기를 동원했고, 그중 하나가 개를 이용한 대전차 비밀병기 이른바 ‘자폭견’이었다.
일찍이 소련군은 개 4만 마리를 훈련시켰다. 그리고 전선이 다급해지자 황급히 자폭견을 실전에 투입했다. 개의 몸에 대전차지뢰 비슷한 폭탄을 칭칭 동여매 돌진해오는 적 전차에 달려들게 한 것.
이런 자폭견의 훈련 방법에는 소련의 유명한 과학자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원리를 이용했다. 젖을 막 뗀 강아지를 탱크 밑에서 먹이를 주며 키운 다음, 전투가 벌어지면 굶긴 개의 몸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풀어놓는다. 폭발물 위에는 기폭장치 역할을 하는 안테나가 달려 있어배가 고픈 개는 늘 하던 식으로 탱크 밑으로 들어가는 원리. 이 때, 안테나가 탱크에 닿으면 폭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소련군이 훈련시킨 개들은 독일군 전차로 달려들지 않고 오히려 자국군인 소련군 탱크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련군은 가뜩이나 부족한 전차를 상당수 잃었고, 이 계획을 완전히 폐기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소련군은 자폭견들을 훈련시킬 때, 자국군 전차로 훈련을 시켰고, 실전에서 개들은 훈련받은 대로 주인의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당시의 기술은 동물을 스마트 폭탄으로 개조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초음파로 무장한 돌고래 특공대
돌고래가 가진 여러 가지 신비한 능력은 인간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수영장을 빙글빙글 돌다가 번개처럼 하늘높이 솟구치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역동적인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특유의 귀여운 모습으로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돌고래는 일찍부터 인간과 공존하면서 살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었다.
특히, 초음파를 사용, 서로 간에 대화를 나누는 돌고래의 신비한 능력은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돌고래는 에코로케이션이라고 불리는 고주파 펄스 명음을 이용한 소나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에코로케이션으로 물체의 크기나 두께, 재질, 형태 등도 구분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훈련받은 '병코돌고래(Buttlenose Dolphin)'의 경우, 직경 7.6cm 금속구각의 존재를 100m이상의 거리에서 인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2개의 물체가 형태가 완전히 같아도 재질이 다르면 음파의 투과율이나 반사강도가 달라진다. 병코돌고래는 이 반사파의 구조의 차이를 검출, 알루미늄과 산호 석을 100% 확률로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돌고래의 능력은 때론 자신들에게 매우 불리한 생존조건이 됐다. 미국과 구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한 냉전 시대에 돌고래는 대표적인 동물 비밀병기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내셔널 인콰이어러紙 12월호에는 냉전 당시에 구소련 해군의 돌고래 자살특공대와 관련한 기사가 실려 충격을 주었다. 이 기사는 ‘고래와 돌고래 보전을 위한 사회’란 단체의 연구원 ‘카틀리지’에 의해 폭로됐다.
카틀리지는 “돌고래는 등에 폭탄을 묶은 채 자폭하는 자살특공대로 이용되거나 시험 발사된 미사일을 찾거나 회수하는데 쓰였다”고 폭로했다.
또 내셔널 인콰이어러紙는 “카틀리지씨가 흑해 세바스토플의 구소련 해군기지에서 돌고래 조련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도중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소련이 돌고래를 군사작전에 이용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 구소련은 돌고래의 코 부위에 티타늄 집게가 장착된 장비를 달아매 이상 물체에 부딪히면 자동적으로 해안기지로 신호를 보내 이상 물체의 위치를 발견하는 탐지용과 돌고래의 몸에 원격조종장치가 달린 폭탄을 달아서 이상 물체를 폭파시키는 공격용 두 가지로 활용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이래 돌고래와 바다사자 등의 해양 동물을 군사 목적으로 훈련시켰다. 소련과의 냉전을 대비해 돌고래를 수중어뢰처럼 훈련시키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도 했지만 이 계획은 기술 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당시에 돌고래는 캄란 만 항구에 침투하는 베트콩 자살특공대의 방어 임무에 투입돼 자신들의 초음파 레이더를 이용, 침입자들을 완벽하게 방어해내는 수훈을 세우기도 했다. 이외에도 돌고래는 바다에서 실험한 각종 무기 잔해물의 수거나 기뢰 제거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이라크 전에도 참전했다.
한편, 개나 돌고래와 같은 동물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어 오랫동안 비밀병기로 활용됐다. 하지만 그 성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이에 못지않게 동물 학대란 비난 여론이 드세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은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있다. 동물 대신에 오로지 군사목적에만 따르도록 유전공학적으로 디자인되는 인조생명체들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첨단과학의 시대엔 무서운 동물에 대한 관념도 달라질 전망이다. 모기정도로 조그만 생명체가 대학살을 일으키는 비밀병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국방부는 ‘인조 생명체’의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인조 생명체는 아무런 감정 없이 인간의 명령만을 따르도록 생체 디자인될 예정이며,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37마리의 코끼리를 이용해 알프스 산을 넘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외에도 나귀, 노새 등 수많은 가축들이 군수물자 운반용으로 쓰였으며, 통신을 위해 비둘기가 쓰이기도 했다.
1815년, 워털루에서 나폴레옹과 운명을 건 한판 싸움을 벌인 웰링턴 장군은 승리하고 나서 본국에 이를 알리기 위해 비둘기를 통신용으로 날렸다. 임진왜란 당시에 조선 수군도 통신용으로 비둘기를 활용한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특히, 개는 전쟁에서 정찰용이나 탐지용으로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이때까지 동물들은 전쟁의 보조수단이었을뿐이지, 직접 적을 공격하거나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쓰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동물을 이용한 비밀병기는 점차 진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동물의 특성이 파악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대화채널이 열리고, 인간처럼 훈련이 가능해진 것. 고양이, 개 또는 돌고래 등과 같이 영리한 동물들은 지금의 스마트 무기처럼 활용됐으나 기술 부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데 그쳤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과 유전공학의 발전은 동물 비밀병기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미래의 전장에선 동물과 같은 생명체가 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달려드는 불나방과 같은 첨단 비밀병기로 개조될 지도 모를 전망이다.
조건반사를 이용한 소련군의 ‘자폭견’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도구에 불과하던 동물들의 능력은 점차 무기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41년 6월 독소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독일 전차군단은 물밀듯이 소련 지역으로 쳐들어갔다. 유럽 동부전선에서도 이른바 ‘전격전(BlitzKrieg)’이 시작된 것. 이미 프랑스의 마지노선 돌파 경험을 갖고 있는 독일 전차군단의 진격을 막아내기엔 소련군은 역부족이었다. 소련군 보병들은 독일 전차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온갖 무기를 동원했고, 그중 하나가 개를 이용한 대전차 비밀병기 이른바 ‘자폭견’이었다.
이런 자폭견의 훈련 방법에는 소련의 유명한 과학자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원리를 이용했다. 젖을 막 뗀 강아지를 탱크 밑에서 먹이를 주며 키운 다음, 전투가 벌어지면 굶긴 개의 몸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풀어놓는다. 폭발물 위에는 기폭장치 역할을 하는 안테나가 달려 있어배가 고픈 개는 늘 하던 식으로 탱크 밑으로 들어가는 원리. 이 때, 안테나가 탱크에 닿으면 폭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소련군이 훈련시킨 개들은 독일군 전차로 달려들지 않고 오히려 자국군인 소련군 탱크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련군은 가뜩이나 부족한 전차를 상당수 잃었고, 이 계획을 완전히 폐기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소련군은 자폭견들을 훈련시킬 때, 자국군 전차로 훈련을 시켰고, 실전에서 개들은 훈련받은 대로 주인의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당시의 기술은 동물을 스마트 폭탄으로 개조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초음파로 무장한 돌고래 특공대
돌고래가 가진 여러 가지 신비한 능력은 인간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수영장을 빙글빙글 돌다가 번개처럼 하늘높이 솟구치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역동적인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특유의 귀여운 모습으로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돌고래는 일찍부터 인간과 공존하면서 살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었다.
특히, 초음파를 사용, 서로 간에 대화를 나누는 돌고래의 신비한 능력은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돌고래는 에코로케이션이라고 불리는 고주파 펄스 명음을 이용한 소나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에코로케이션으로 물체의 크기나 두께, 재질, 형태 등도 구분이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훈련받은 '병코돌고래(Buttlenose Dolphin)'의 경우, 직경 7.6cm 금속구각의 존재를 100m이상의 거리에서 인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2개의 물체가 형태가 완전히 같아도 재질이 다르면 음파의 투과율이나 반사강도가 달라진다. 병코돌고래는 이 반사파의 구조의 차이를 검출, 알루미늄과 산호 석을 100% 확률로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돌고래의 능력은 때론 자신들에게 매우 불리한 생존조건이 됐다. 미국과 구소련이 첨예하게 대립한 냉전 시대에 돌고래는 대표적인 동물 비밀병기이었기 때문이다.
카틀리지는 “돌고래는 등에 폭탄을 묶은 채 자폭하는 자살특공대로 이용되거나 시험 발사된 미사일을 찾거나 회수하는데 쓰였다”고 폭로했다.
또 내셔널 인콰이어러紙는 “카틀리지씨가 흑해 세바스토플의 구소련 해군기지에서 돌고래 조련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도중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소련이 돌고래를 군사작전에 이용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 구소련은 돌고래의 코 부위에 티타늄 집게가 장착된 장비를 달아매 이상 물체에 부딪히면 자동적으로 해안기지로 신호를 보내 이상 물체의 위치를 발견하는 탐지용과 돌고래의 몸에 원격조종장치가 달린 폭탄을 달아서 이상 물체를 폭파시키는 공격용 두 가지로 활용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이래 돌고래와 바다사자 등의 해양 동물을 군사 목적으로 훈련시켰다. 소련과의 냉전을 대비해 돌고래를 수중어뢰처럼 훈련시키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도 했지만 이 계획은 기술 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당시에 돌고래는 캄란 만 항구에 침투하는 베트콩 자살특공대의 방어 임무에 투입돼 자신들의 초음파 레이더를 이용, 침입자들을 완벽하게 방어해내는 수훈을 세우기도 했다. 이외에도 돌고래는 바다에서 실험한 각종 무기 잔해물의 수거나 기뢰 제거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이라크 전에도 참전했다.
한편, 개나 돌고래와 같은 동물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어 오랫동안 비밀병기로 활용됐다. 하지만 그 성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이에 못지않게 동물 학대란 비난 여론이 드세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은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있다. 동물 대신에 오로지 군사목적에만 따르도록 유전공학적으로 디자인되는 인조생명체들이 바로 그것이다.
-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10-0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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