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생명 기원의 철학적 질문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실험 중 하나가 1953년 해롤드 유리(Harold Urey, 1893~1981)와 스텐리 밀러(Stanley Miller, 1930~2007)의 실험이다.
46억 년 전 지구 형성 시대와 관련해서 감소한 대기, 번개, 규산염이 풍부한 암석 표면, 운석 충돌 및 바다 등의 상황을 묘사 ⓒCSIC
최근 유럽 과학자들이 밀러‧유리의 실험에서 유기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을 밝혀냈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UC)와 이탈리아 투시아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밀러 실험에서 사용된 플라스크가 실험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발표했다.
밀러‧유리 실험, 생명 기원을 재현한 획기적 사건
밀러‧유리 실험은 초기 지구를 재현한 최초의 실험이다. 또한, 오파린(Aleksandr I. Oparin, 1894~1980)의 지구 생명 기원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실험을 요약하면 물을 반쯤 채운 플라스크를 가열해 증발을 유도. 진공으로 감압해 연결된 다른 플라스크 내부에 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를 넣고 고압 전류를 이용해 전기불꽃을 일으켰다. 일주일 후 U자 관에 담긴 물을 분석하니 글리신, 알라닌 등의 아미노산과 시안화수소(HCN), 요소, 유기산 등이 합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체 선정 이유는 대산소 사건 이전 지구의 원시 대기는 수소와 메탄, 암모니아로 이뤄진 환원성 기체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메탄과 암모니아는 알려진 모든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골격을 만드는 데 필요한 탄소와 질소를 갖고 있다. 여기에 수소가 추가되면서 당과, 탄화수소 사슬, 핵산 등을 생성하는 재료를 갖추게 된 것으로 밀러는 해석했다.
밀러‧유리 실험(1953). 초기 지구의 가상적 상황을 실험으로 구현해 그 안에서 화학적 진화가 이뤄지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위키미디어커몬즈
밀러는 이 획기적인 실험으로 국제 생명기원연구학회에서 수여하는 ‘오파린 메달’을 획득하고, 노벨상 후보까지 오르게 됐다.
이후로 여러 과학자가 밀러의 실험을 수행했다. 물론 초기보다 발전된 실험기구를 사용했지만, 공통된 것은 붕규산 플라스크 내에서 수행했다. 이산화규소가 주성분인 유리가 열이나 산성에 내성을 갖도록 팽창계수를 낮추기 위해 약간의 붕산을 섞은 것을 말한다.
공동 연구진은 실험기구인 플라스크에 초점을 맞췄다. 플라스크 소재인 이산화규소가 유리‧밀러 실험에서 발생한 다양한 유기화합물 생성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했다.
연구에 참여한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의 후안 마뉴엘 가르시아 루이즈 박사는 “완충제에 염화암모늄 이온이 포함되므로 용액의 pH는 알칼리성”이라며 “이 상태에서 플라스크 유리 표면이 약간 용해된다”고 설명했다. pH와 온도가 높을수록 유리 표면이 용해되는 사실에 유기화합물 합성과 관련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시도했다.
밀러가 생각지 못한 플라스크의 비밀
연구진은 암모니아, 메탄, 질소 기체를 넣은 붕규산 플라스크, 테플론 플라스크, 붕규산 조각을 넣은 테플론 플라스크 등 3개의 실험구를 구성했다. 각각 전기불꽃을 일으켜 반응을 일으켰다. 붕규산 플라스크는 밀러가 당시 실험한 것과 같은 유형이다. 테플론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olytetrafluoroethylene, PTFE)으로 이뤄진 유기중합체로 화학 회사인 듀퐁사가 만들었다.
실험구 전체에서 발견된 물질은 알라닌, 발린, 류신 등을 비롯해 카르복실산, 알킬 아민, 방향족 유도체 등 56개의 아미노산이 발생했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물질들이다.
예상한대로 붕규산 플라스크나 붕규산 유리 조각을 넣은 테플론 플라스크에서 단일 테플론 플라스크보다 더 많은 유기화합물이 확연하게 생성됐다. 붕규산염이 있을 때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우라실, 티민 등 5개 핵염기 합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단일 가닥의 RNA와 DNA 이중나선을 구성하는 재료다.
또한, 반응 후에 붕규산 플라스크 표면에 갈색의 막이 관찰됐다. 붕규산 유리 조각을 넣은 테플론 플라스크에서도 용액 내부에 갈색 입자가 관찰됐다. 갈색의 막은 유리 표면이 용해되면서 발생한 기체가 유기 분자와 접촉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리고 알칼리성 조건에서 플라스크 표면이 용해되고, 용액으로 방출된 이산화규소가 촉매로 작용해 질소, 탄소, 수소 원자 등의 반응을 유도. 유기물질 합성을 가속화 했다는 것이다.
지구 지각은 90% 이상 규산염으로 구성됐다. 광물도 주로 이산화규소를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초기 지구의 환원성 대기 기체가 반응해 원시세포 전구체가 되는 물질을 만드는데 지각을 이루는 성분이 조건을 제공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풀이했다.
밀러가 유리 반응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생명의 기원과 관련된 유기 분자 중 극히 일부만 합성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르시아 루이즈 박사는 “초기 지구에서 생명의 기원이 될 화합물 합성에서 광물의 역할을 탐구할 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7130)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AI 조직 딥마인드(DeepMind)가 새 AI '알파데브'(AlphaDev)를 이용해 새로운 정렬 알고리즘(sorting algorithm)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C++'의 기능을 10년 만에 개선했다.
암컷 악어가 수컷 악어 없이 스스로 임신해 알을 낳은 자기복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이날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악어는 2018년 1월 중미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알을 낳았다. 부스 박사 분석 결과 죽은 새끼는 유전적으로 어미 악어와 99.9% 일치했으며, 어미를 임신시킨 수컷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즘은 생활 습관이 변화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가 줄고 이른바 '혼밥'이나 가족 이외 타인과의 식사가 늘고 있다. 이런 식습관 변화가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윤영숙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최근호에 발표했다.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 10년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14℃ 상승하는 등 온난화가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그린 수소'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촉매 구조 제어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이성수 선임연구원과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윤원섭 교수,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유필진 교수 공동연구팀이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성능을 높이도록 촉매소재 표면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대신해 금속 나노입자를 기체 상태로 반응시키면서 높은 산화수를 갖는 흑연 탄소 껍질로 둘러싸는 촉매 구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집고양이나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외과적 불임 수술을 하는 대신 암고양이에게 한 번 주사하는 것으로 장기 불임을 유도할 수 있는 유전자 요법이 개발됐다.
암에 걸렸거나 걸렸던 사람이 하루 30분을 걷거나 요가를 하면 신체의 피로도가 줄어 암세포의 확산이나 암의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