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아직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최단시간에 최대의 관람객을 동원한 성과를 올렸다. 그럼 샤갈의 어떤 이미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림 속에서 날아다니고, 뒤집어지는 인물들은 과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가장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20세기 화가의 한 사람이다. 그는 야수주의의 강렬한 색채와 입체주의의 새로운 공간 개념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민속적인 주제와 유태인의 성서에서 영감을 받아 낭만적이고 개인적이고 순수한 표현들을 발전시켰다. 그의 환상적인 그림들은 초현실주의의 선조격으로 평가되었지만, 샤갈은 “자신의 작품이 비이성적인 꿈을 그린 것이 아니라 실제의 추억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 그의 그림 속의 인물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을 연결시켰고, 에너지를 물질과 연결시켜 질량-에너지 등가 개념을 주장했다. 그래서 그 전까지 뉴턴 물리학에서 시간, 공간, 질량, 에너지 개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개념이었다면, 20세기부터 새로운 이원적 아인슈타인의 시공간과 질량-에너지 개념이 강조되었다.
샤갈은 아인슈타인의 개념을 다른 어느 미술가들보다 완벽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샤갈 이전의 미술가들이 반(反)중력의 법칙을 적용해 곡예사들과 마술사들을 그렸다면, 샤갈은 그것을 넘어서 떠다님, 날아다님 그리고 공중부양 같은 반(反)중력적 모습을 그의 그림에 일반화시켰다. 특히 샤갈은 <나와 마을(I and the village, 1911)>에서 제로(zero)의 중력 개념으로 일관되는 이미지를 도입했는데, 그림 속의 두 인물은 날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명은 "거꾸로" 서 있다.
우리는 “그의 그림에서 ‘위’에 가까이 있는 것들은 중력의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조금 더 ‘아래’에 있는 것은 중력의 중앙에 더 가까이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위/아래, 위쪽/ 밑, 저 너머/ 저 아래, 꼭대기/ 바닥”의 유클리드식 공간개념보다 반(反)중력과 관련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더 합당하다.
이제 미술가들은 더 이상 위/아래와 같은 방향들을 중시하는 “뉴턴식 중력 개념” 을 의식하지 않았고, 아인슈타인의 3차원 공간 개념을 적용해 “반(反)중력적 개념들”에 더욱더 열광했다.
샤갈의 그림은 19세기의 낭만주의와 20세기의 초현실주의에서 중시한 인간의 상상력을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표현방식으로 그림에 잘 나타냈다. 낭만주의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감성이 들끓는 가운데 고전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으며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다. 반면, 초현실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발과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세계를 비판하는 현실 도피적인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기초로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탐구와 함께 구체적인 운동으로 변모했다. 그 결과 현대미술의 근간인 초현실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샤갈의 작품은 대부분 19세기의 낭만주의와 20세기의 초현실주의의 사이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 중 ‘나와 마을’ 은 화려한 색채와 비합리적인 설정으로 묘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그를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는 샤갈의 작품을 크게 러시아 시기(1910-1922), 파리 시기(1923-1941), 미국 망명 시기(1941-1948) 그리고 프랑스 정착기(1948-1985)로 구분해 전시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곱 개의 테마로 구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샤갈의 모습을 선 보였다.
먼저 제1부 “연인”은 사랑이라는 인간애를 중심으로 그의 대표작이자 걸작인 <도시 위에서>를 비롯해 정감 있는 연인과 신혼 부부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2부 “샤걀의 상상”은 가장 중요한 요소인 초현실주의 풍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그의 작품은 생의 밝고 긍정적인 면을 주제로, 때로는 그의 이면에 우울한 시대상과 인간적인 고뇌를 잘 그렸다.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전운이 감도는 1930년대 유럽의 얼굴을 담은 <비테프스크 위의 누드>가 있다.
제3부 “파리”는 그의 "제2의 고향 마을"인 파리를 중심으로, 그의 눈에 비친 도시 파리의 다양한 풍경들을 담은 그림들을 모았다.
제4부 “서커스”는 1920년대부터 삶의 희로애락을 화려한 색채로 그린 서커스 풍경들 그림들이 전시되었다. 서커스를 주제로 한 그의 작품들 중 세계적인 명성을 확인해 준 모스크바 유대인 극장 패널화가 있다.
제5부 “성서이야기”는 유대인으로 깊은 종교적인 신념으로 생을 산 샤갈에게 성서는 혼란한 세상의 구원을 담은 희망의 메시지였음을 보이고 있다. 나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샤갈의 성서작품은 그의 일생의 많은 역작과 프랑스 니스의 성서메시지 미술관을 남겼다.
제6부 “호메루스의 오디세이”는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삽화를 다루는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샤갈의 모습을 보였다. 샤갈은 그리스 신화로부터 우화집까지 수많은 문학작품을 일러스트레이션 하는 작품집을 남겼는데, 호메루스의 오디세이 판화집 43점의 작품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샤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7부 “지중해의 세계"는 1950년대에 프랑스 남부 방스에 정착하여 사망할 때까지 여생동안 그린 그림들을 모았다. 지중해는 그에게 삶의 기쁨과 희망을 노래하는 자연의 더 없는 배경이 되었고, 그는 화폭 속에 지중해를 그려 그의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을 관람하며 가족간 사랑과 샤갈의 상상력을 느껴보는 가족 소풍이 되면 어떨까?
* 전시기간 : 2004년 7월 15일(목) ~ 2004년 10월 15일(금)
* 전시시간 : 매주 월요일 휴관 평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토.일.공휴일: 오전 10시 ■ 오후 8시
입장은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
* 가격정보 : 성인 10,000원 / 청소년 8,000원 / 어린이 6,000원
* 홈페이지 : http://www.chagallkorea.com/
* 연 락 처 : 서울시립미술관 02)2124-8800
단체문의: 02)724-2904~6 단체관람 접수받습니다. (유치원 단체는 받지 않습니다)
* 주 의 :
<도시 위에서>는 10월 1일부터 이태리 로마에서 열리는 전시회 <러시아-이태리; 세기를 넘어>에 출품될 예정이어서 9월 23일까지만 전시됩니다.
추석 연휴 기간(9월 26일~29일)동안 27일(월요일)을 제외하고 샤갈展 개관합니다.
월요일은 미술관 휴관일이므로 추석 연휴 기간 중 27일 월요일에 샤갈전을 관람하실 수 없습니다. 연휴 기간 동안의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오후 7시전에 입장하셔야 관람 가능하십니다.
- 공채영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4-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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