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brain'이라는 단어가 있다. 직역하자면 '새머리'인데, 바보 또는 맹추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새의 머리가 바보를 의미하게 된 것은 새가 똑똑하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편견일 수도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조류의 뇌는 포유류의 뇌와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창의적이라는 연구가 지난 2005년 발표됐다. 도구를 사용하고, 노래를 이용하며, 의사소통을 위해 사람의 언어도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링크)
새가 생각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학자들은 조류의 의사 소통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 6월, 새가 소리를 재배열해 새로운 의미를 전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으로 따지면 순서를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과 같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사브리나 엥게서(Sabrina Engesser) 교수팀은 새들도 여러 소리를 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여러 소리를 조합해 의미 있는 새로운 단어로 만드는 것은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밤색머리 꼬리치레(chestnut-crowned babbler)'라는 새가 특정 행동을 할 때, 두 가지 형태의 기본적인 음성을 조립해 의미를 가진 울음소리를 낸다고 밝혔다.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비행해야 할 때와 둥지에 있는 새끼 새들에게 먹이를 줄 때 기본 음성의 조합을 바꿔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한 번 더 확인해보기 위해, 새가 내는 소리를 녹음해 직접 들려주기도 했다. 그 결과, 직접 새들이 소통할 때와 같은 행동을 보였다. 비행해야 할 때의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는 하늘을 쳐다봤고, 먹이를 줄 때 내는 소리를 들려줄 때는 둥지를 쳐다봤다.
새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새로운 소리를 만들기 보다 기존 소리를 이용한 이유는 바로 빠른 속도 때문이다.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데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지만, 기존의 소리를 이용하면 재배열만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인류 언어의 핵심이 되는 음성 재배열이 새들의 울음소리에서도 발견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새의 이러한 의사소통이 인류가 '의미'를 가진 단어를 만드는 방법을 연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정교한 언어체계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잠재적 초기 단계가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류의 조상이 사용했던 초기 대화의 체계를 가늠해볼 수 있고, 언어가 어떻게 발달해왔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새의 소리를 모방하기도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목적은 자신의 뜻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있다.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종종 다른 사람을 모방하기도 한다. 새도 마찬가지다.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그대로 따라한다는 사실이 지난 2009년 밝혀졌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조셉 A. 토비아스(Joseph A. Tobias) 교수 연구팀은 개미잡이과에 속하는 새의 유혹과 울음소리를 분석했다. 조류들의 비슷한 울음소리를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원문링크)
비슷한 울음소리를 분석한 이유는 바로 경쟁종 간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점차 소리가 비슷해진다는 이론을 검증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이 주장은 논란이 있다. 왜냐하면 영역을 나타내는 신호는 동물간의 불필요한 대립이나 혼합종의 등장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페루와 볼리비아에 살고 있는 개미잡이과 새들의 소리를 연구했고, 그 결과 다른 두 종의 영역을 나타내는 울음소리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지역에 함께 살고 있는 서로 다른 실험종들의 울음소리는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공간과 자원을 경쟁하는 종들의 수렴적 진화를 나타내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조류 간의 경쟁이 영역을 나타내는 울음소리를 서로 모방하는 수렴 현상을 촉진했다는 의미다.
수렴 현상은 어떤 일정한 환경에 있어 거기에 살고 있는 생물이 모두 그 환경에 대해 적응한 결과, 유연관계를 초월해 비슷한 형태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 이를 적용해보면 서로 다른 종의 새였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자원을 갖고 경쟁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서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비슷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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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7-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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