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가 기생충 전염병 확산시켜

주혈흡충 옮기는 달팽이의 포식자 제거

살충제를 비롯한 농약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심신을 쇠약하게 만드는 질병의 전염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수중 환경의 생태적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 병의 정체는 바로 주혈흡충증으로서, 민물 달팽이 안에서 자라고 증식하는 기생충에 의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산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약 2억~3억 명이 주혈흡충증에 감염되어 있으며, 매년 약 20만 명이 사망한다. 때문에 WHO에서는 말라리아 다음으로 중시하는 열대병이다.

살충제를 포함한 농약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주혈흡충증의 전염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public domain

현재까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주혈흡충은 5가지 종류가 확인되었는데, 그중 일본주혈흡충, 만손주혈흡충, 방광주혈흡충이 가장 위력을 떨치고 있다. 약 2㎝ 크기의 이 기생충들은 체내로 들어와 방광이나 간 등에 박히게 되는데, 그 결과 염증이 생기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장기 손상이 발생한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 연구팀을 주축으로 한 국제공동 연구진은 살충제를 비롯한 농화학 물질이 수인성 기생충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 기생충을 옮기는 민물 달팽이를 잡아먹는 수생 포식자를 제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살충제 성분은 물속 조류의 구성을 변화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혈흡충증의 전염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공중보건 관련 오픈 액세스 저널인 ‘랜싯 플래닛 헬스(Lancet Planet Health)’에 발표됐다.

중간 숙주 달팽이는 살충제 내성 지녀

중간 숙주인 민물 달팽이는 주혈흡충의 수명 주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민물 달팽이는 살충제에 대해 내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민물 달팽이를 잡아먹는 포식자들은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없어 살충제의 사용이 증가할수록 민물 달팽이의 개체 수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저자로 참여한 UC 버클리의 크리스토퍼 후버 박사는 “댐 건설과 관개 확장이 담수 생태계를 교란시켜 저소득층 지역에서의 주혈흡충증 전염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는데, 살충제 등 농화학 물질의 오염도 이 질병의 전염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밝혔다.

주혈흡충의 수명 주기 및 감염 경로. ⓒ CDC

이번 연구는 야생동물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병원균이 야기한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환경과 전염병 간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UC 버클리 환경보건학과장이자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저스틴 레마이스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다이옥신에서부터 코로나19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대기오염 물질, 그리고 장내 바이러스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비소까지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는 것이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중요한 방법인데, 이번 연구도 그와 동일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체계적인 문헌 검토를 통해 수집된 약 1000개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농화학 물질의 농도와 주혈흡충의 수명주기 구성요소가 연관된 데이터가 포함된 144개의 실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90% 이상 발생

이후 그 데이터를 기생충의 전염 역학을 추적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에 적용시킴으로써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이 사용한 수학적 모델은 농경지에 적용된 일반 농화학 물질의 농도를 시뮬레이션하고, 그것이 인근 인구의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연구진은 아트라진, 글리포세이트, 클로로피리포스 등을 포함한 낮은 농도의 일반적인 살충제들도 주혈흡충증의 전염률을 높이며 이 질병의 확산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서아프리카 세네갈강 유역의 경우 농화학적 오염으로 인한 주혈흡충증의 증가는 납 노출이나 나트륨 과다 섭취 등으로 인한 질병만큼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주혈흡충증 사례의 90% 이상이 농화학 물질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농화학 오염에 의한 주혈흡충증의 확산을 막아 지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주협흡충증은 오래 전부터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풍토병으로 만연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이 기생충의 중간숙주인 민물 달팽이 종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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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7월 25일10:57 오후

    화학약품과 살충제의 무분별한 살포로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시켜 천적을 너무 많이 생기게 하거나 적게 만들어 피해를 가져 옵니다. 코로나로 살균제를 많이 쓰는 요즘 화학제품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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