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기계’ 언제 나올까

생체 물질과 전자기기 원활한 연결이 과제

2016.11.17 10:39 김병희 객원기자

생체와 기계가 결합된 로보캅 같은 ‘살아있는 기계’(living machine)를 만들려는 연구가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살아있는 기계’는 생물의 세포나 조직을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무기물과 결합해 목표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생체 융합(bio-hybrid) 시스템이다.

이 바이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조인간 출현이 가능하게 된다.

바이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사고로 사지를 잃은 환자들에게 원래의 팔다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의수나 의족을 제공하기 위해 시도되는 수가 많다. 이 경우 힘을 전달하는 장치와 대상을 인지하고 제어하는 신경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한가가 관건이다.

바이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부착한 신경모세포(SH-SY5Y)를 10uM 레티노산에 5일 동안 그리고 50ng/ml BDNF에 3일 간 처리한 모습. DAPI 형광염색 부분은 파란색, 베타-튜불린은 녹색으로 보인다. Credit: Caponi, et al.

바이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부착한 신경모세포(SH-SY5Y)를 10uM 레티노산에 5일 동안 그리고 50ng/ml BDNF에 3일 간 처리한 모습. DAPI 형광염색 부분은 파란색, 베타-튜불린은 녹색으로 보인다. Credit: Caponi, et al.

신경모세포와 반도체 고분자로 생체융합 시스템 제작

인지 및 재활 신경과학에서도 가장 큰 도전은 뇌의 신경세포 같은 생체시스템과 인공 전자기계 사이의 정보 연결과 소통이 가능한 기능시스템 고안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탈리아의 물리, 화학, 생화학, 공학, 분자생물학 및 생리학자들은 대규모 학제간 협동연구를 통해 인체의 신경모세포와 반도체 고분자를 이용한 살아 움직이는 셍체융합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이 시스템의 생물계 구성물과 인공 구성물 간을 연결하는 기본 물질의 생체적합성 분석과 부착된 세포의 기능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물리진흥협회(AIP)가 발간하는 이번 주 ‘에아이피 어드밴시스’(AIP Advances)에 소개한 논문에서 분자 수준에서 물질의 속성을 검사하기 위해 빛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라만 분광학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라만 분광학은 현재 재료 과학에서 주로 많이 이용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라만 분광학에 현미경을 장착해 세포나 조직 같은 미세 대상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분자 조성과 세포 내 각 구성 부분의 변형을 비침습적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실험실이나 생체 내 실험 모두에서 매우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을 조사할 수 있었다.

폴리아닐린 바탕 물질(검은 선)에 부착된 살아있는 세포(녹색점)의 라만 분광법 분석 결과.  Credit: Caponi, et al.

폴리아닐린 바탕 물질(검은 선)에 부착된 살아있는 세포(녹색점)의 라만 분광법 분석 결과. Credit: Caponi, et al.

저항성 메모리 소자 결합해 신호경로 창출

먼저 바탕 물질의 생체적합성과 부착된 세포들의 기능성을 분석, 조사한 다음 전자구성품을 연결했다. 이 과정에는 이전의 상태를 기억하는 저항성 메모리 소자(memrister)가 사용됐다.

로마의 국립 이탈리아 연구 협의회 물리학자인 실비아 카포니(Silvia Caponi) 박사는 “멤리스터라는 합성어로 불리는 저항성 메모리 소자는 과거에 적용된 전압 양을 기반으로 하는 메모리 소자로, 물질의 속성 변화에 따라 메모리의 저항이 다양하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멤리스터들을 결합하면 전기 회로 안에 신호 경로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 경로들은 인체의 신경 접합부인 시냅스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뇌에서와 같이 적응 및 교육 기전을 재생산하기 위해 연결시 변수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

연구팀이 만든 생체융합 시스템에 적용한 유기 고분자층들은 반도체 고분자인 폴리아닐린(PANI) 같이 저항성 메모리소자 속성을 가지고 있어 생체 물질이 생체-전자 융합 시스템에서 직접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를 수행한 국립 이탈리아 연구 협의회 실비아 카포니 박사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국립 이탈리아 연구 협의회 실비아 카포니 박사

최적의 뉴런-멤리스터 인터페이스 찾아야

카포니 박사는 “우리는 한 생체 융합적(hybrid bio-inspired) 도구에 대한 분석을 했으나 멀리 볼 때 이 작업은 나노과학과 신경과학 및 생체전자공학을 아우르는 매우 광범위한 응용분야에서 살아있는 세포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통합 연구의 개념 증명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작업의 장기적인 목표는 기계와 신경 시스템을 최대한 매끄럽게 접속하는 것이다.

이들 다학제간 협동연구팀은 이번 원리 증명을 기반으로 멤리스터 네트워크의 잠재성을 실제 구현해 볼 계획이다.

카포니 박사는 “일단 물질 안에서 신경세포가 성장하는 생체적합성을 확인했다”며, “물질과 이들의 기능화 과정을 새로 다듬고, 완전하게 작동하는 바이오-멤리스터 융합시스템을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뉴런-멤리스터 인터페이스 설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MEMS와 NEMS를 이용해 바이오-하이브리드 기계를 만든 미국 일리노이대 타헤르 세이프 교수와 브라이언 윌리암스 연구원(오른쪽) ⓒ ScienceTimes

MEMS와 NEMS를 이용해 바이오-하이브리드 기계를 만든 미국 일리노이대 타헤르 세이프 교수와 브라이언 윌리암스 연구원(오른쪽) ⓒ Saif Lab

쥐의 심근세포 배양해 하이브리드 기계 제작

한편 지난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열린 제63차 미국진공학회(AVS) 국제심포지엄에서 미국 일리노이(어바나-샴페인)대 기계과학 및 공학과 타헤르 세이프(Taher Saif) 교수와 브라이언 윌리암스(Brian Williams ) 연구원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과 나노전자기계시스템(NEMS) 도구를 살아있는 세포와 통합해 ‘바이오 하이브리드 기계’(biohybrid machines)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세이프 교수는 이 기계들이 “수백만년 동안의 진화의 발자국을 지닌 것처럼 예기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쥐의 심장근육세포를 특별히 디자인한 고분자로 만든 끈 위에서 배양하고 이를 MEMS에 적용했다. 세이프 교수는 “세포들이 단일 작동자(actuator)처럼 동시에 박동하기 위해 세포 상호간은 물론 끈과도 상호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계에서 액추에이터는 기계시스템 전체의 운동을 조절하는데, 고분자 줄을 구부려 파동을 끈 끝부분까지 전달한다. 이 운동을 통해 바이오 하이브리드 기계는 정자세포처럼 액체 속을 ‘헤엄치게’ 된다는 것. 이런 특성은 유사한 마이크로로봇이 몸 구석구석으로 약물을 전달하는데 적용될 수 있다.

서강대-하버드대 합동연구팀이 개발한 가오리 바이오 로봇. 자료: 미래창조과학부 ⓒ ScienceTimes

서강대-하버드대 합동연구팀이 개발한 가오리 바이오 로봇. 자료: 미래창조과학부

서강대-하버드대 합동연구팀이 첫 개발품 발표

파동을 이용해 이동하는 바이오 로봇은 지난 7월 8일 ‘사이언스’(Science) 표지논문으로 소개된 바 있다.

우리나라 서강대 최정우 교수(화학생명공학과)와 미국 하버드대 케빈 키트 파커(Kevin Kit Parker) 교수 및 논문 제1저자인 박성진 박사는 쥐의 심근세포를 빛 자극에 반응하도록 조작해 근육조직으로 배양한 다음 가오리와 같은 모양의 작은 로봇 뼈대에 부착했다.

로봇은 이 근육이 빛의 빈도에 따라 수축, 이완하면서 실제 가오리와 유사하게 물 속을 헤엄치게 된다. 이 연구는 관련 분야에서는 처음 발표돼 연구자들의 깊은 관심을 모았다.

이 연구는 향후 바이오 로봇 개발은 물론 질병 진단을 위한 바이오센서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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