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나 우울증을 겪는 엄마의 아기들은 건강한 엄마의 아기보다 생리적으로 더 강한 스트레스 징후를 보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 아기들은 심박수가 크게 증가해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각인된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와 만하임대, 루드비히 막시밀리안대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9월 12~15일 가상 회의로 열리는 제33차 유럽 신경정신약리학회(ENCP)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생후 초기에 엄마와 아기의 상호작용은 특히 아기가 건강하게 발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울증과 불안, 산후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mood disorders)를 겪는 일부 엄마들은 아기에 대한 부정적인 애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어린이가 성장함에 따라 불안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분이 자주 변하거나, 과민성 기분 장애, 경미한 우울증 같은 기분 장애는 임신 기간과 산후에 흔히 발생하며 10~20%의 여성들에게 이런 증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 불안한 엄마의 아기 심박수 8회 높아
엄마가 아기로부터 ‘정서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emotionally distant)’ 현상은 1970년대에 고안된 유명한 ‘표정 없는 정지 얼굴 테스트(Still Face Test)’에서 입증된 바 있다. <관련 동영상>
이번 연구에서 실시된 같은 테스트에서 엄마들은 아기와 장난스럽게 상호 작용을 한 다음 정상적인 접촉을 재개하기 전에 아기와의 모든 상호 작용을 ‘멈추는(blank)’ 시간을 갖도록 요청받았다.
두 번째 단계(정지 얼굴 에피소드)에서 아기가 엄마에게 상호 작용을 하려고 해도 엄마가 계속 무표정한 상태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기들은 부정적인 정서가 높아지고 사회적 참여가 줄어들면서 행동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차 예비 연구에서 엄마가 아기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기간 동안에 불안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엄마의 아기들은 건강한 엄마들의 아기들보다 분당 심박수가 평균 8회나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심박수가 높아진 아기의 엄마들은 자신의 자녀가 건강한 아기들보다 다루기가 더 어려운 기질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파비오 블랑코-도르문드(Fabio Blanco-Dormond) 연구원은 “우리가 아는 한 이런 신체적 영향은 3개월 된 유아들에서 처음 나타난다”고 말하고, “이런 영향은 다른 생리적 스트레스 시스템에 반영돼 정신적 문제로 각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산후 기분 장애, 임신 전에도 시작될 수 있어”
연구팀은 50명의 엄마와 아기들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출산 당시 우울증 또는 불안 장애를 보인 산모가 20명이었고, 30명은 건강한 대조군이었다.
각각의 엄마-아기 조는 ‘정지 얼굴 패러다임’ 테스트를 거쳤다. 먼저 엄마들에게 2분 동안 아기들과 놀이를 한 다음에는 아기와 눈을 마주치되 모든 상호 작용을 중지하도록 했다. 그리고 2분 뒤에는 다시 장난기 어린 상호작용을 재개토록 했다. 테스트를 하는 동안 연구팀은 지속적으로 엄마와 아기의 심박수를 측정했다.
블랑코-도르문드 연구원은 “이 테스트를 통해서 엄마가 불안하거나 우울하면 이 엄마의 아기가 다른 건강한 엄마의 아기보다 스트레스에 더 민감한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엄마와 아기의 상호 작용이 없는 단계에서는 아기의 분당 평균 심박수가 통계학적으로 8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결과는 예비적인 것으로 이 결과가 일관성을 갖는지를 알기 위해 더 큰 표본을 대상으로 반복 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의대 여성 정신건강 프로그램 책임자인 필르 베어깅크(Veerle Bergink) 교수는 “새 출산모들의 우울증과 불안 장애가 아기들의 스트레스 시스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진단,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어깅크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는 엄마의 산후 기분 장애가 아기에게 단기적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하고, “대부분의 산후 기분 장애는 임신 중이거나 임신 전에도 시작되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20-09-1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