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의 현실과 최근 취업‧이직 트렌드를 반영해 여성 산업기술 인력 정책 관련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가 지난달 30일 온라인에서 ‘산업 기술 분야 여성 인력 정책과 현황’을 주제로 개최한 ‘제7회 여성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제안했다.
먼저 ‘산업 기술 분야 여성 인력 현황과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에 나선 유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팀장은 “여성 산업기술 인력의 비중이 최근 5년간 연평균 1.7%씩 증가했지만 성비 불균형 문제는 여전하다”며 “2020년 기준 여성 산업기술 인력 비중은 13.9%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 중 여성 인력의 비중(2019년 기준 44.4%)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직급이 높아질수록 성별 비중 차이가 두드러진다. 남성 산업기술 인력의 경우 관리직 비중이 5.1%지만 여성은 1.4%애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부처에서는 여성과학기술인육성‧지원/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설치‧운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협장 여성R&D인력 참여 확산 기반 구축(산업통상자원부), 여성기업육성사업(중소벤처기업부) 등 직접 지원사업을 비롯해 양성평등 문화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KIAT는 여성 참여 비중이 높은 산업 분야 관련 석박사 양성 프로그램 등도 운영 중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여성 산업기술 인력 관련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김희 포스코 상무는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및 재교육 지원과 같은 현재의 여성 산업기술 인력 정책들은 산업계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기업에서 가장 필요한 이공계 학사 여성 인력이 산업계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 상무에 따르면 공대의 여학생 비중은 1980년대 2.2%에서 2020년대 20% 수준까지 크게 늘었지만 산업계로 취업하는 이공계 여성의 비중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김 상무는 “산업 현장에서 한 분야에 대해 깊은 전문성을 가진 석‧박사에 대한 수요는 연구개발 부문 등으로 제한적”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이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공정을 파악하며 제너럴리스트로서 리더십을 갖추고 관리자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학사를 원한다”며 “산업계에는 이를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향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혜정 삼성전자 상무는 “취업과 이직 트렌드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여성 인력들의 취업과 경력 관리 정책 역시 이에 맞춰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혜정 상무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채용 트렌드는 점차 실무 경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소‧벤처 기업 등에서 경력을 쌓은 지원자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경력을 쌓아 대기업에 원서를 내는 지원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또 이직에 있어서도 입사 2년 이내 퇴사자가 많을 만큼 눈에 띄게 이직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조 상무는 “요즘 직장인들은 현 직장에서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빠르고 과감한 결단을 한다”며 “그러나 이런 이직 트렌드 역시 대부분 남자 직원들이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상무는 “결과적으로 달라진 취업과 이직 트렌드에 여성들이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지 고민을 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막연히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한 직장에 오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홍현숙 소프트플렉스 대표는 50대 고경력 과학기술 여성인력의 사회 참여 어려움을 설명하고 “퇴직 후 다시 사회 진출해야 해야 하는 여성의 경력 개발 사이클을 고려해 역량 개발을 지원하고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의 매칭, 창업 기회 부여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공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0대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는 ‘L-커브’를 그리는데, 경력단절의 사유는 육아와 가사가 압도적인 상황이다. 김 교수는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재택근무, 유연근무, 재량근무 등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성 산업기술 인력에 대한 고용의 질, 고용 요건이 개선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황지혜 객원기자
- jhhwanggo@gmail.com
- 저작권자 2021-08-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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