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리빙랩(Living Lab)’이 활용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리빙랩이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마치 실험실에서 실험하듯 현장에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25일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제8회 사회기술혁신포럼’에서는 이 같은 리빙랩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활용된 사례가 발표되어 주목을 끌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에서 리빙랩의 역할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이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국책 사업으로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고 있다. 기존의 연구개발형 사업과는 달리 이 사업의 목표는 산업발전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이다. 양극화와 고령화, 그리고 환경 및 복지 문제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회문제의 해결을 과학기술로 모색한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망막질환 진단 카메라 개발
‘휴대용 안저 카메라 관련 리빙랩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화여대 목동 병원의 김윤택 교수는 휴대용 ‘안저’ 카메라 개발사업의 배경에 대해 “장애인이나 노인, 그리고 어린이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안저(eyeground)란 눈의 동공을 통해 안구의 안쪽을 들여다보았을 때 보이는 부분인 망막 및 망막혈관 등을 종합하여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안저 카메라는 안저의 상태를 촬영하는 카메라를 가리킨다.
김 교수는 연구개발사업의 목표에 대해 “실명의 원인인 망막 질환은 조기 발견을 통해 증상을 대폭 완화시킬 수 있지만, 이를 발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기존의 휴대용 안저 카메라는 너무 비싸서 사회적 약자들이 사용하기 어려웠다”라고 설명하며 “이번 사업의 목표는 휴대가 가능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안저 카메라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메라 제조사 및 안과 의사, 그리고 대학연구소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본격적인 리빙랩 실험에 앞서 안저 카메라의 디자인 컨셉을 저렴하고, 사용하기 쉬우며,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와의 연동으로 정했다.
리빙랩 실험은 1차와 2차에 걸쳐 진행됐고, 디자인 컨셉이 적용된 시제품을 가지고 전문가들과 일반인들로 구성된 테스트 집단이 불편한 사항과 추가할 아이디어 등을 논의하면서 제품을 개선시켰다.
그 결과 휴대용 안저 카메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촬영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촬영된 222개의 영상 중 68%에 해당되는 150개의 영상이 판독 가능했고, 기존에 진단되지 못했던 7개의 안과질환까지 발견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김 교수는 “휴대용 안저 카메라는 촬영자의 숙련도에 따라 판독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설명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비의 비숙련자 집단인 일반인들이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안저 카메라 시제품을 가지고 녹내장을 가진 2명의 환자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발표를 마치며 김 교수는 “리빙랩을 활용한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면서 장점이라 생각됐던 점은 실제 사용자의 의견을 생생하게 수렴할 수 있었다는 점과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미리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라고 언급하며 “사업 초기만 하더라도 리빙랩에 대한 이해를 시키기가 어려웠는데 이 같은 문제는 멘토링(mentoring)과 모니터링(monitoring)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사회적 격차 해소
이화여대의 김윤택 교수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리빙랩 연구사례를 소개했다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송태협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리빙랩 사례를 소개하여 관심이 모아졌다.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습도조절 및 층간소음 저감용 건축자재 개발’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송 위원은 이 같은 연구를 시도한 배경에 대해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만족도가 매우 낮은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송 위원은 건축자재 개발 시 꼭 반영되어야 할 부분으로 ‘저가보급형’을 꼽으면서, 그 이유로 취약계층은 스스로 주거환경을 개선할 경제적 여유가 없음을 들었다. 대부분이 월세형 거주이므로 주거환경을 개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약계층의 경우 층간소음 노출은 바닥구조 부실에 의한 요인이 가장 컸고, 습도발생은 지하나 반지하 층에서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 요인이 주거환경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진은 리빙랩을 통해 층간소음 문제를 규명하기 위한 천장구조 상세분석 및 바닥 충격음 측정 등을 실시했고, 습도발생 문제의 경우는 온·습도 센서 설치 및 세라믹 타일 등이 부착된 시험체를 제작하여 실험에 활용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하여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핵심기술인 기공제어 기술을 확보했고, 응용기술인 고성능 흡음재 기반 기술과 단열 성능 구현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습도 발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흡착할 수 있는 다공성 소재 기술을 확보하여 실내 공기질을 정화하는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연구개발사업의 기대효과에 대해 송 위원은 “취약계층의 실내에 층간소음 저감 기술과 습도발생 감소기술을 적용하면 쾌적한 주거환경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이 같은 시공기술들을 사회적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하여 중·장기 사회적 기업육성 프로그램에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6-10-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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