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황량하기만 했던 미 서부의 사막에 환락과 관광의 도시인 라스베가스(Las Vegas)가 세워졌다면, 멀지 않은 미래의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는 첨단기술과 청정 환경으로 이루어진 도시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명 꿈의 신도시로 불리는 ‘네옴(Neom)’이다.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약 56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 북서부지역 사막에 거대 신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고 보도하면서, ‘새로운 미래’라는 의미를 가진 이 신도시는 신재생에너지로만 운영되는 첨단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전략적 요충지에 세워지는 첨단 미래도시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형 신도시인 네옴의 위치는 북쪽으로는 요르단과 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홍해와 맞닿아 있는 곳으로서 중동에서는 전략적 요충지로 통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곳에 15km 길이의 다리를 건설하여 이집트와도 연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네옴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같은 구상은 지난달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행사인 ‘2017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경제포럼’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합작하여 약 100조원에 달하는 기술투자펀드를 출범시킨 손 회장은 행사 참석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요청을 받고 신도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날 행사에서 공개된 네옴 신도시의 비전을 담은 동영상을 살펴보면 국가와 인종을 떠난 중동의 ‘초국경 경제지대’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에는 석유자원 고갈 이후의 경제적 문제에 대비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겨 있는데, 우선 신도시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네옴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오로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만 사용한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 작동되는 해수담수화 설비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네옴 신도시에 수자원과 생명공학, 그리고 제조업 및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각종 산업을 집중시킨다는 것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밝힌 계획이다.
이처럼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계획이 발표되자 전 세계는 중동에서 제 2의 라스베가스가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무리 자원부국이라고 하지만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도시 조성 계획을 과연 추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의문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네옴 신도시의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전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구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젊고 개혁적이며 확고한 미래 비전을 가진 리더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32)가 프로젝트의 주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석유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움직이게 될 도시
무함마드 왕세자는 금년 7월에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82)에 의해 제 1 왕위계승자로 지명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권력이다.
그는 왕위계승자라는 신분 외에 부총리이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社 회장이기도 한데, 이 같은 신분을 활용하여 석유 중심 일변도로 조성되어 있는 국내 산업 구조를 개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네옴 프로젝트 역시 이 같은 산업구조 재편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무함마드 왕세자 역시 경제포럼에 참석하여 “네옴 신도시는 석유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따라서 기존 산업을 그대로 영위하는 기업인들보다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몽상가들을 위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왕세자는 행사장에서 자신의 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은 행위도 선보였다. 주머니에서 2G 휴대전화와 최신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서는 “현재의 사우디아라비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도시들과 네옴 신도시의 차이점을 들라면 바로 여기있는 2G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라고 말한 것.
실제로 행사장에서 공개된 홍보 영상을 보면 히잡을 쓰지 않고 일하는 여성이 등장하거나 금기시하고 있는 술이 오고가는 파티장 등 파격적인 장면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해변에서 레저를 즐기는 관광객 등도 등장하는데, 이 같은 모습은 중동에서 가장 성공한 개방 모델로 손꼽히는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두바이를 모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왕세자의 연설과 파격적인 영상 등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석유라는 자원이 고갈되기도 전에 저유가라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중동 산유국들의 숨통을 죄고 있고,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화석 연료가 등장하면서 중동의 원유들을 대체할 수 있는 위협 요소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앞당기고 있는 온실가스의 배출 주범으로 화석연료가 지목되면서 전 세계는 이미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하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네옴 신도시의 1단계 조성 공사를 2025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워낙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조성 공사는 4단계, 혹은 5단계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네옴 신도시의 위치가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유럽의 중간 위치이기 때문에 이런 지정학적 위치를 교두보로 하여 항공 및 물류 부분의 허브 역할을 하는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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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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