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우리나라에도 조류독감이 발생, 닭이나 오리를 키우는 농가들이 기르던 오리와 닭을 파묻는 등 그 피해가 엄청났다.
이번엔 앞에서 잠깐 얘기한 조류독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조류독감은 오리나 닭과 같이 조류에게서 나타나는 독감으로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병원성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약병원성이나 유전에 의해서 걸리는 비병원성 조류독감은 가축이 죽는 폐사율이 낮지만 고병원성은 폐사율이 높아 1종 가축 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증상은 감염된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체로 호흡기 증상과 설사, 그리고 알을 낳는 산란율의 갑자기 떨어진다. 경우에 따라 볏 등 머리 부위에 청색증이 나타나고, 얼굴이 붓거나 깃털이 한 곳으로 모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폐사율도 병원성에 따라 0~100%로 다양한데, 뉴캐슬병, 전염성후두기관염, 미코플라스마 감염증 등과도 증상이 비슷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조류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던 조류독감이 1996년 영국에서 1명이 감염된 이후로는 사람에게 해롭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실제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조류독감(A/H5N1)'은 18명이 감염돼 6명이 숨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홍콩,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조류독감이 자주 발생하고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들이 죽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도 있다.
그럼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위험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여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몸 안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걸리는 독감은 오랜 세월동안 경험한 바이러스여서 인체에 면역력이 있지만 조류독감은 사람의 몸 안에 그런 방어 체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를 먹은 사람도 조류독감에 걸릴까?
과학적으로 볼 때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조류독감에 걸릴 확률은 거의 0%라고 할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사람이 닭고기를 먹고 조류독감에 걸릴 확률은 한 사람이 로또복권 1등에 연거푸 두 번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조류독감에 걸릴 확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바이러스나 세균은 숙주의 특정 세포에 들어가 둥지를 틀고 증식한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숙주 세포로 들어가려면 숙주 세포에 있는 일종의 자물쇠인 수용체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있어야 한다. 이 열쇠가 없으면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세포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무리하게 자물쇠를 열려고 하면 경보장치가 울려 ‘경찰’ 역할을 하는 백혈구가 바이러스를 죽인다.
현재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새나 닭의 세포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사람 세포의 자물쇠를 열 열쇠가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서는 유행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사람에게 전염된 몇몇 경우는 경보시스템이 고장 난 상태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자물쇠 구멍에 억지로 열쇠를 끼워 넣어 문을 따고 들어간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들은 닭고기를 ‘먹은’ 것이 아니라 닭과 가까이 ‘접촉’했다고 한다.
게다가 조류독감을 포함한 바이러스는 외부 환경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섭씨 20도에서는 3~4일밖에 살지 못하며 75도 이상의 열에서는 금방 죽는다.
따라서 닭고기를 높은 온도로 튀기거나 1시간씩이나 푹 삶는 삼계탕
은 조류독감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잘 익혀먹으면 닭고기나 오리고기, 계란, 기타 닭이나 오리고기로 만든 가공식품은 먹어도 위협하지는 않다.
특히 조류독감과 상관이 없는 돼지고기로 만든 햄이나 소시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