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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행만 기자
2008-09-03

뼈 녹이는 파골세포의 활성화를 막는다 서울대 치대 김홍희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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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남자와 여자의 평균수명에 대한 진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다. 과연 누가 더 오래 살까?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여성들이 대체로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들은 과다한 술과 담배, 직장 내 스트레스, 신체 구조적 특성 등에서 여성들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그 원인이다. 특히, 남성 호르몬이 심혈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서 중년 들어 남성들이 장수하는 데 불리하다는 이론도 있다.

그렇다면 신은 왜 남성들에게만 불리한 신체적 특성을 만들어준 것일까? 이런 의문은 여성들만이 갖는 고통을 모르는 남자들의 불평일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여기 저기 갑자기 아프고 병이 드는 것은 남녀 공히 겪는 현상이지만 여성들에게 특별한 공포로 다가오는 질병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골다공증이다. 젊은 시절에 무쇠처럼 단단했던 뼈도 골다공증에 걸리면 마치 스펀지처럼 숭숭 구멍이 나고 작은 충격에도 부러진다.

수면 시에 돌아눕다가도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골다공증 사례는 이 병이 암이나 당뇨병 못지않게 무서운 공포의 질환임을 말해준다. 물론, 남성중에도 흡연자, 주로 마른 체격, 칼슘 섭취가 부실한 사람,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은 골다공증의 소질이 높지만 중년 여성들에게 골다공증은 분명한 공공의 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골다공증은 중년 여성들에게 공공의 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급격하게 발전한 첨단 생명과학은 골다공증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진실을 밝혀냈다. 그것도 여성들의 힘에 의해서다. 주인공은 서울대 치대 김홍희ㆍ장은주 교수팀(교과부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이다.


지난달 24일 김 교수팀은 인체 내 파골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씨케이비(CK-B)’ 단백질과 관련된 연구내용을 공개했으며 골다공증 치료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향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여성 ‘공공의 적’에 희망 메시지

올 2월 중순 삼성서울병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동안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골다공증 환자는 거의 두 배로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7,035명-2001년 1만1,113명) 이는 암이나 당뇨병 못지않게 골다공증 치료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김 교수도 이에 동의한다.

“골다공증은 50세 이상 여성의 절반에서 발생할 정도로 발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선진국에서는 인구의 노령화와 더불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골다공증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선 생활습관의 변화 등으로 젊은 여성들에게도 이 병이 늘고 있다. 신체적 고통이외에 우울증이라는 심리적 병까지 안겨주는 골다공증의 주범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을 여성답게 만들면서 아름다움을 관장한다. 월경, 배란, 임신 등으로 이어지는 여성들이 일생은 이 에스트로겐 호르몬에 의지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에스트로겐은 신비함과 파괴적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호르몬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질병이 덩달아 찾아오는데 골다공증은 가장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여성을 만드는 에스트로겐이 중년엔 오히려 부족해져서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고 나중엔 생명까지 위협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골다공증 치료약은 대부분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호르몬제에 집중돼 있었지만 문제점이 있었다.

“기존의 골다공증 치료제들은 위장장애 등 일부 부작용과 복용의 불편함이 있어 새로운 치료제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를 보완하려면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근거한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필요하며 신약 개발을 위해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타깃의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교수팀이 주목한 타깃은 바로 뼈의 생리적 기능이다.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CK-B 단백질’

뼈는 우리의 몸을 지탱해주고 동시에 몸속의 여러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뼈도 세포의 일종이다. 이 뼈를 만드는 세포가 바로 ‘조골세포(osteoblast)’다. 조골세포가 뼈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반대로 뼈를 없애는 역할을 하는 세포도 있는데 바로 ‘파골세포(osteoclast)’다.

왜 우리 신체는 뼈를 없애는 것일까?

“조골세포가 뼈를 만들면 파골세포는 오래되었거나 손상된 뼈를 없앤다. 파골세포에 의해 없어진 양 만큼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를 또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우리 몸은 뼈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이런 균형이 깨지면 골다공증과 같이 다양한 뼈의 질환이 나타난다.”

파골세포는 뼈를 녹여서 없애는 기능을 하지만 전문용어론 ‘흡수(resorption)’를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파골세포가 어떤 원인에 의해 활성화되면서 골다공증의 원인이 된다는 것.

“활성화의 원인은 호르몬과 염증 등이다. 폐경후 나타나는 대표적인 호르몬에 의해 파골세포가 증가하는 경우다. 부갑상선호르몬의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을 경우에도 파골세포가 증가한다. 염증의 경우, 파골세포의 형성을 촉진시키는 ‘사이토카인’ 수치가 올라가서 파골세포가 많아진다.”


이 작용에는 이번에 밝혀진 CK-B 단백질이 관여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CK-B 단백질은 파골세포의 활성(뼈를 흡수하는 기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골세포가 뼈를 없애려면 세포 밖과 뼈 표면 사이에 독립된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프로톤(H+)을 방출, 산성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 ‘액틴 링(actin ring)’이란? 세포골격 구조물과 ‘로에이 단백질(RhoA)’과 ‘브이-에티피에이즈(V-ATPae)’가 필요하다. CK-B는 이들의 형성과 활성에 필요한 단백질이다.”

CK-B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도록 제작된 유전자 변형생쥐는 파골세포의 활성이 저하돼 골다공증과 같은 뼈의 손실이 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 나타났다. 7년간 연구에 매달려온 김 교수 연구팀은 이 사실을 이번 논문에서 최초로 밝혔고 국제 의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의 8월 24일자 인터넷 판에 실렸다.

김 교수는 이 연구결과와 골다공증의 치료 전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골다공증은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에도 많은 환자들이 1년 이내에 치료를 중단하는 실정이다. 부작용이 적고 복용이 편리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돼야 하는 시점에서 이 연구는 프로테오믹스 기법으로 파골세포의 활성에 중요한 단백질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통해 파골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면서 조골세포의 활성을 촉진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8-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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