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없는 인공 ‘광’합성, 화성 식량이 될까

자연광합성보다 효율 좋은 인공광합성으로 식량위기와 우주개발 기여 기대

햇빛 없이도 인공광합성을 통해 식물을 생장시키고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GettyImagesBank

광합성은 식물이 빛 에너지를 생명체가 활용할 수 있는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이름 그대로 빛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자연적인 광합성에서 탈피해 빛 없이도 식물의 재배하는 일이 가능할까.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UCR)와 델리웨어(Delaware) 대학의 과학자들은 인공 광합성으로 햇빛과 무관하게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6월 23일자 네이처 푸드 지에 게재되었다.

 

빛 없는 인공 광()합성?

식물의 광합성은 태양빛에서 온 에너지와 물, 이산화탄소를 바이오매스(biomass)와 우리가 먹는 식량으로 전환하는 화학적 작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적인 광합성은 안정적인 햇빛 일조량 등 환경의 제약을 크게 받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광합성 과정에 투입된 햇빛 에너지의 극히 일부인 1%가량만이 식물이 생산한 에너지로 산출된다.

빛을 이용한 광합성 없이 아세테이트 용액을 이용해 자란 상추 종자의 모습이다. ©Hann et al. Nature Food (2022)

연구팀은 개발한 인공광합성 기술을 이용해 직접 다양한 식품 생산 유기체와 작물을 키워보았을 뿐 아니라, 실험을 통해 작물의 종류별로 어느 정도 출력의 인공 광합성 공정이 생장에 적합한지를 찾아내고 최적화시켰다. 교신저자인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UCR) 화학/환경공학부 로버트 징커슨 교수는 “우리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생물학적 광합성에 일반적으로 가해지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식품 생산 방법을 찾으려 했다”며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인공 광합성의 원리는? 아세테이트로 식물 키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광합성 기술은 2단계 전기 분해 공정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전기, 물을 ‘아세테이트’로 변환하는 것이 기본적 구조이다. 아세테이트는 식초의 주성분이기도 하며, 식량을 생산하는 유기체는 빛이 없는 어둠 속이라도 아세테이트를 소모하며 생장을 지속할 수 있다.

연구팀의 인공광합성을 통한 식량생산 공정 과정을 나타낸 모식도이다. 전기분해를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산소와 아세테이트로 변환하며, 식물은 빛이 없이도 아세테이트로 생장하고 식량을 제공해준다. ©Hann et al. Nature Food (2022)

특히 전력 공급원을 태양전지판과 결합하면 태양빛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모두 양분을 얻을 수 있는 유기-무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이는 태양에너지가 식품으로 전환되는 효율과 그에 따른 식량 생산량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연구팀은 전기분해 공정의 최적화를 통해 이제껏 없었던 높은 수치의 아세테이트 생성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델라웨어 대학의 펭 자오 교수는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한 최첨단 2단계 전기분해 공정을 통해, 기존의 이산화탄소 전기분해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높은 아세테이트 선택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좌) 아세테이트 생산을 위한 2단계 전기분해 시스템의 구조도와 (우) 아세테이트에 대한 탄소선택도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탄소선택도는 57%에 달하며 현재까지 가장 높은 값이다. ©Hann et al. Nature Food (2022)

연구팀은 전기 분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아세테이트로 전환시키는 공정에서, 수차례 실험을 통해 전해조(전극과 전해액을 담은 용기)의 출력을 각 식량 생산 유기체의 성장에 최적화시켰다. 또한 생성된 아세테이트의 양은 크게 증가시킨 반면 염분의 양은 감소시켰다. 아세테이트에 대한 탄소선택도를 57%까지 달성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전해조 실험에서 얻은 값 중 가장 높은 값이다.

 

인공 광합성, 자연 광합성보다 최대 18배까지 높은 효율

UCR 징커슨 교수 연구실의 박사과정을 수료한 논문의 공동저자, 엘리자베스 한 연구원은 “우리는 식품 생산 유기체를 생물학적 광합성의 기여 없이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이 기술은 생물학적 광합성에 의존하는 식품 생산에 비해 태양 에너지를 식품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다양한 식품 생산 유기체가 빛이 없어도 전해조에서 생산되는 많은 양의 아세테이트를 이용해 생장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었다. 버섯을 생산하는 녹조류, 효모 및 곰팡이 균사체의 재배는 자연적인 광합성 등을 통한 기존의 재배방식보다 인공광합성을 이용했을 때 훨씬 생산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좌) 생물학적 광합성과 (우) 인공광합성의 효율을 비교한 이미지다. 위쪽 그림은 광합성을 통한 조류 생산 효율을, 아래쪽 그림은 효모(이스트) 생산 효율을 비교하는데, 특히 효모 생산 효율이 18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Hann et al. Nature Food (2022)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한 조류 생산 효율은 자연적인 광합성에서 1%, 인공광합성에서 3.5%로 4배가량 더 높았다. 효모(이스트) 생산 역시 기존의 재배방식에선 0.14%에 불과하던 에너지 전환 효율이 인공 광합성에서는 2.4%로 무려 18배가량 더 높은 효율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실제 작물 재배에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후보군도 함께 조사했다. 동부콩, 토마토, 담배, 쌀, 카놀라, 완두콩 모두 아세테이트에서 어둠 속에서 재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UCR 징커슨의 연구실에서 박사를 수료한 연구의 공동저자 마커스 할랜드 더너웨이 연구원은 “우리는 다양한 작물이 우리가 생성한 아세테이트를 이용하여 유기체를 성장시키고 번식시키는 데에 필요한 분자 빌딩 블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세테이트를 (태양에너지 외에) 추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함으로써 작물의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NASA배 우주 식량 콘테스트에서 우승, 식량 생산의 미래

연구팀의 식량 생산 기술은 NASA에서 주최한 제1회 우주 식량 경연(Deep Space Food Challenge Phase 1)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해당 대회는 장기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최소한의 자원을 필요로 하면서, 최대한 안전하고 영양가 있으면서도 맛있는 식품을 생산하는 새롭고 획기적인 식품 기술을 선보이는 국제 경연이다.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UCR 식물전환 연구센터의 마사 오로즈코-카르데나스 소장은 “화성의 어둠 속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거대한 우주선을 상상해보라. 미래의 화성인들에겐 얼마나 더 쉬운 일일까?”라며 감상을 표했다. 징커슨 교수도 “우주공간같은 비전통적인 환경의 농업에 있어, (인공광합성 기술의) 향상된 에너지 효율은 자원의 적은 투입으로 우주선 선원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햇빛이 없는 인공광합성은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안보와 우주개발 식량 확보 등의 분야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GettyImagesBank

또한 징커슨 교수는 인공광합성 기술이 통한 식량 생산에 있어 “패러다임의 큰 전환”을 불러올 것이라 말했다. 연구팀의 인공 광합성 기술은 이제까지 태양빛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농업을 환경의 제약으로부터 독립시킬 뿐 아니라, 식량 생산의 효율을 크게 증가시켜 필요한 자원과 토지 또한 줄일 수 있다.

새로운 식량 생산 기술은 미래 우주 비행사와 화성 이주민들의 식량으로 활용될 잠재성은 물론, 기후변화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조건 속에서 식량 생산량을 늘리고 식량안보를 확보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작물을 덜 집약적인 자원과 덜 통제된 환경을 통해 재배할 수 있게 된다면, 현재 농업에 적합하지 않은 다른 부지 및 지역을 활용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가뭄이나 홍수, 토지 이용성 훼손 등으로부터 식량안보가 받는 위협 또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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