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공하린 객원기자
2007-04-11

빛, 색상, 파장, 그리고 예술의 만남 <올라퍼 엘리아슨>展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덴마크 출신의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미술과 과학의 접목을 시도한 세계적 작가이다. 그의 활동은 ‘과학을 바탕으로 한 예술, 예술을 기본으로 한 과학’이라는 말과 너무나 어울리는데, 이러한 문구는 빛과 색채 등 자연현상에 과학적 데이타를 부여해 작품으로 창조해내는 엘리아슨의 활동에서 연유한 것이다.



과학과 예술, 아니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엘리아슨의 전시회가 서울 정독도서관 앞의 PKM갤러리에서 오는 13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는 미술과 과학을 접목시킨 엘리아슨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기회이자, 독일의 경제전문지 <캐피탈>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미술작가 톱100’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적 작가와 만나는 기회이다.


엘리아슨의 명성은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빈 홀에서 <날씨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라는 전시회에서 인공태양을 만드는 전시로 크게 알려졌다. 엘리아슨은 공간 전체를 거울로 덮은 후 공간 안에 인공태양을 설치하고 그 곳에 안개를 채웠다. 관람객은 작품으로 태어난 공간 안을 거닐며 빛을 쬐거나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길 수 있었다. 당시의 작품은 미술계 안팎으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그 덕분에 엘리아슨은 미술계의 ‘월드 스타’로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엘리아슨은 1991년부터 2004년 사이에 볼프스부록에서 <당신의 등대(Your Lighthouse)>라는 전시회에서 빛을 이용해 제작한 설치작품 13점을 전시했다. 이 전시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 빛과 공기 그리고 물을 작품 매체로 사용해 관객들에게 그것들을 경험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전시방식은 물리적 실험 환경에서 일어나는 모습과 유사한 광경으로 사람들에게 세 가지 요소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미술과 과학의 결합을 시도하는 엘리아슨의 활동은 어린시절에서 아이슬란드라는 광대한 자연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엘리아슨은 덴마크에서 태어나 빛, 색채, 물, 온도, 날씨, 파장 등 자연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얼음과 호수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자랐다. 그는 아이슬란드의 광대한 자연에서 일상적인 삶을 보내며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생활을 즐겼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고 인식했던 엘리아슨의 모든 것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축적된 것이다. 그의 작품 활동은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 퍼져 있는데, 그러한 활동의 공통점은 ‘직접 실험하고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산출된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의 과학적 성향을 잘 보여주는 이번 전시장에 전시 공간의 부족으로 그를 유명하게 만든 대형 설치 작품들 대신에 그의 작업 세계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드로잉, 조각, 사진, 평면설치 등 12점이 선보이고 있다. 먼저 갤러리 현관에 들어서면 우리의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태양의 스펙트럼’을 표현한 48개의 프린트, <컬러 스펙트럼 시리즈>이 사방의 흰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작품은 프리즘을 통과한 햇빛이 뿜어내는 일곱 빛깔 무지개 안에 숨어있는 다양한 색채를 48장의 프린트로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에 표현된 빛의 파노라마는 햇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얻은 측정값을 근거로 만들어낸 것이다. 엘리아슨에 따르면, 햇빛이 품은 색채는 수백만 가지인데, 작품 속에 표현된 보라색만 해도 8-10가지의 색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번 국내 전시를 위해 엘리아슨은 <아날레마(Analemma)>라는 작품을 특별히 제작했다. 이 작품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관측되는 ‘일년 동안의 태양의 궤적’을 나타내기 위해 1년을 1주일 단위, 즉 52주 동안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서 관찰하고 기록한 ‘태양의 위치’를 오목거울 52개로 표현한 것이다. 서울의 위도와 경도를 갖고 태양의 궤적을 계산해서 설치한 까닭에 오목거울 각각이 고유한 좌표이다. 작품명 <아날레마>가 뜻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매일 태양의 궤도 경사각과 균시차를 나타내는 8자형의 눈금자’처럼 ‘8자 곡선’ 형태이다.



그 외에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흔들리는 추가 그려낸 자동 드로잉 연작, 뫼비우스의 띠 같은 계단 설치를 위한 드로잉, 다양한 ‘빛의 변화’를 반영하는 <램프 워크(Lamp Work)>, <캠프파이어>, <기후 시리즈> 등의 사진 작업 등이 소개되고 있다. 엘리아슨은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경험, 학습, 가치관에 따라 색에 대한 지각적 인식이 달라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의 과학자 활동을 연상시키는 이번 전시회는 자연 법칙이나 실험 결과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딱딱한 수학식이나 그래프 대신에 그 속의 물리적 세계를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구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과학이 아닌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 시 명: <올라퍼 엘리아슨>展

전 시 장: PKM 갤러리

전시기간: 2007년 3월 15일 - 4월 13일

전시문의: (02) 734-9467

사 이 트 : www.pkmgallery.com

공하린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7-04-11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