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색이 아닌 빛의 세계를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매혹적인 빛의 세계는 정말 세상의 사물을 말해주는 것일까. 빛을 통해 세상을 보았던 모네. 인상주의 거장으로 알려진 그의 전시장에서 캔버스에 그려진 빛과 색의 과학적 세계를 만나보자.
실증주의 철학에서 유래한 ‘인상(Impression)’은 당시 미술 비평가 사이에서 개인적인 지각을 의미하는 감각(sensation)과 동일하게 말해졌고 예술적 창작의 출발점으로 여겨졌다. 당시 사람들은 하나의 미술 작품이라면 최초의 인상을 재현하는 일에 머무르기보다 사물에 대한 인식 과정을 통해 그것을 종합화하고 회화적 수단을 이용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상의 의미는 새로운 의미로 발전했다.
1874년 4월 15일 유명한 사진가로 알려진 나다르의 작업실에서 전시회가 개최된 이후 원래의 의미에 부정적 의미가 내포된 ‘인상파’라는 명칭이 탄생했다. 당시 전시회에 약 30여 명의 화가들이 참여했는데, 그 중 모네와 르누아르, 피사로 등 몇몇 화가들의 주제와 기법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이들 작가들이 하나의 모티프에 대해 이상적인 관련성 없이 피상적인 면만을 재현한 점과 자유롭고 유연한 붓놀림으로 최초의 시각적 인상을 재현하는 회화 기법을 사용한 점이 기존 비평가들의 비판 대상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혁신적인 회화 기법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다. 화가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인상주의적 특징을 드러내는 주제를 다루었고, 이러한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인상주의 미술의 전체적 이미지를 공동으로 만들어나갔다. 오늘날 인상주의는 하나의 특정한 양식보다 일반적 경향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당시에 그들의 신선한 시각은 전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왔다.
인상주의는 당시의 근대적 삶을 주제로 삼았으며 그 중에서 여가생활의 단면을 화폭에 담았는데, 그 중 모네는 자연 속에서 즐겁게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움직이면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그렸다. 그는 대형풍경화를 진정한 외광파 회화라고 여겨 언제나 야외에서 풍경을 그렸다. 모네는 화폭에 빛과 구름이나 물과 같은 자연물을 통해 자기 작품의 외광파적 특징을 움직이면서 변화하고 시간에 따라 그 정확성도 달라지는 모습으로 담았다.
파리의 ‘아르장퇴유’는 모네가 수년간 활동한 곳이자 자연물의 변화를 보여주는 200여 점 이상의 인상주의 그림의 배경이 되었다. 아르장퇴유는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곳으로 센 강 연안에 위치했다. 모네는 이곳에서 수년간 생활하며 자신의 화풍을 발전시켰고, 이러한 모네의 영향으로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했다. 그 결과물들이 4번의 공동 전시회를 통해 전시되면서 인상주의라는 명칭을 얻는 데 일조했다. 이후 아르장퇴유는 제철소 같은 산업시설의 번영으로 일자리가 풍부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그 옛날의 모습 대신에 새로운 아르장퇴유의 모습으로 변해 갔다.
아르장퇴유에서 탄생한 모네의 작품은 각 모티프별로 중점을 두었던 만큼 아르장퇴유라는 도시가 산업발전에 따라 변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이다. 모네는 최초의 풍경화에서 주로 아르장퇴유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중심지를 그렸다. 이후 아르장퇴유에 새로운 철도가 부설되어 다른 도시와 가까워지고 새로운 산업의 부상지로 발전한 것처럼, 모네는 아르장퇴유의 산업화 단면을 화폭에 담았다.
아르장퇴유에 있던 두 개의 다리, 즉 <낡은 아르장퇴유>를 상징적으로 말하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낡은 다리가 하나라면, <밝은 미래가 있는 아르장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콘크리트로 구성된 육중한 철교 다리가 또 다른 하나이다. 1863년에 세워진 철교 다리는 파리까지 이어지는 교통편을 제공하는 초석이 되었다. 당시에 철도에 대한 묘사는 삽화와 판화와 같이 수준이 낮은 분야에서 다루어졌지만, 모네는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으로 파괴된 철교 다리가 다시 재건될 때까지 기다린 후 1873년에 이르러서 아르장퇴유 다리의 당당한 모습을 묘사할 수 있었다.
빛의 과학을 잘 보여주는 모네의 그림 중에서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아르장퇴유의 다리>라는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네는 외광파 화가로서 자연을 아르장퇴유에서 볼 수 있는 물과 날씨의 흐름 및 변화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고전주의가 빛과 대기의 고정적 특성을 강조했다면, 모네는 빛과 대기의 유동성 효과 즉 자연의 원리를 내적인 법칙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표면으로 묘사한 것이다.
모네는 빛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빛을 탐구하기 위해 구름과 태양, 안개, 바다와 파도 등 여러 자연물을 좋은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연구 속에서 모네는 살아있는 경험과 현재의 순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고, 철교라는 요소로 진보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전 시 명 : 빛의 화가 모네展
전시기간 : 2007. 6. 6 (수) - 2007. 9. 26 (수)
전 시 장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시간 : 평일 오전 10:00~오후 10:00,
토, 일요일 및 공휴일 오전 10:00~오후 08:00 (월요일 휴관)
사 이 트 : http://seoulmoa.seoul.go.kr
- 공하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09-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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