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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7-06-26

"빅히스토리는 '근원'에 대한 이야기" 창시자 크리스천 교수 방한 기념 토크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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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전체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빅히스토리(Big History)가 탄생하게 된 이유죠”

빅히스토리의 창시자이자 호주 매쿼리대 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크리스천(David Christian) 박사는 지난 23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개최된 ‘빅히스토리 토크콘서트’의 발제자로 참석하여 ‘세상 모든 것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3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개최된 ‘빅히스토리 토크콘서트’ ⓒ 김준래/ScienceTimes
지난 23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개최된 ‘빅히스토리 토크콘서트’ ⓒ 김준래/ScienceTimes

빅히스토리란 138억 년 전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과거와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있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다루는 종합학문이자 융합학문이다. 천문학은 물론, 물리학, 생물학,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등의 학문을 넘나들며 역사 전체를 하나의 지식으로 연결하여 조망하는 일종의 거대사(巨大史)라 할 수 있다.

역사 전체를 하나의 지식으로 연결하는 빅히스토리

역사 전체를 하나의 지식으로 연결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를 설명하기 위해 크리스천 교수는 지난 1968년 우주인 윌리엄 앤더스(William Anders)가 달 궤도에서 찍었던 ‘지구돋이’ 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지구돋이 사진은 인류가 최고로 높은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선사했다”라고 전하며 “이를 통해 인류는 지구 전체를 바라다 볼 수 있었고, 온 인류의 집인 지구가 우주에 떠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크리스천 교수는 빅히스토리를 설명하기 위해 네 개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했다. 첫째는 ‘복잡성의 증가’다. 초기의 우주는 수소와 헬륨 정도만이 존재했을 정도로 아주 단순했지만, 이후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체와 인간까지 등장하면서 점점 복잡해졌다는 개념이다.

지난 1968년 달궤도에서 촬영된 지구돋이의 모습 ⓒ NASA
지난 1968년 달궤도에서 촬영된 지구돋이의 모습 ⓒ NASA

둘째와 셋째는 서로 이어진 개념으로서 골디락스(Goldilocks) 조건의 형성과 이 같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새로운 것이 출현한다는 개념이다. 골디락스란 일반적으로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이런 상태가 충족됐을 때 새로운 개념이 출현한다는 것이 크리스천 교수의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넷째 개념은 임계국면(臨界局面)이다. 임계국면에 도달하는 순간에 새롭고 보다 복잡한 것들이 출현한다는 개념으로서, 인간은 언어의 임계국면을 넘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 가고 있다는 의미다.

크리스천 교수는 빅히스토리의 이런 네 가지 개념을 뒷받침하는 여덟 가지의 중요한 임계국면으로 △우주의 등장 △최초의 별들 △새로운 화학 원소들의 등장 △행성들의 등장 △생명체의 출현 △인류의 진화 △농경 현대 사회 등을 제시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크리스천 교수는 “비록 현대 사회는 빅히스토리의 후반부에 나타나지만,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복잡한 현상일 것”이라고 말하며 “빅히스토리는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서 우주 전체의 역사를 살펴보는 ‘근원(根源)에 대한 이야기(Origin Story)’”라고 정의했다.

빅히스토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교육

강연에 이어 진행된 토크쇼에서 크리스천 교수는 빅히스토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전공인 역사를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류의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인류가 진화했고 생명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는 또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함께 가르쳐야만 했다”라고 언급하며 “결국 인류의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의 역사를 가르쳐야만 했고, 이런 상황이 빅히스토리를 구상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빅히스토리는 특히 빌 게이츠(Bill Gates)가 관심을 가지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크리스천 교수는 “게이츠 CEO는 빅히스토리 프로젝트를 매우 좋아 한다”고 말하며 “무료 온라인 빅 히스토리 강의를 만들 것을 제안한 것도 바로 그다”라고 밝혔다.

크리스천 교수의 답변 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토크쇼에서 패널로 참여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이강환 관장은 빅히스토리의 과거에 대해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인류가 문명을 이룬 현재까지의 기간”이라고 정의하며 “그 억겁(億劫)의 세월은 우주에서 생성된 모든 것이 순환하여 재활용되는 시간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빅히스토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교육에 대해 토크쇼가 진행됐다
빅히스토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교육에 대해 토크쇼가 진행됐다 ⓒ 김준래/ScienceTimes

빅히스토리의 현재를 뇌과학과 연계시켜 설명한 KAIST의 정재승 교수는 빅히스토리를 ‘생명체가 발현하여 유전형질을 물려주기 위해 인지적 활동을 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정의하며 “빅히스토리가 인간의 뇌를 이해하도록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빅히스토리의 미래를 예측해 본 경희사이버대의 정지훈 교수는 우주를 ‘거대한 정보처리장치’라고 표현하며 “빅히스토리가 정보의 역사인 만큼, 빅히스토리의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의 연속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빅히스토리 수업을 직접 교육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하나고의 이효근 교사는 “수업의 핵심은 학생들의 호기심과 탐구심”이라고 언급하며 “지금까지의 교육이 국가가 주도하는 분절적 방식이었다면, 빅히스토리 수업은 모든 과목을 연결시키는 통합적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물론 통섭(統攝)과 융합 등 학문 간 장벽을 허물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구호에 그쳤다”라고 전하며 “그런데 빅히스토리를 통해 다양한 학문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를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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