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도 PC도 없던 아날로그 시대에 007 제임스 본드의 손목시계는 위기의 순간, 본드의 목숨을 구하는 비밀무기로 미래 기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시리즈 중에서 제임스 본드는 본드걸과 손목이 서로 엮인 채 등을 맞대고 나무기둥에 묶여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땔감으로 쓸 마른 나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도망가던 악당들이 불을 질렀다. 활활 타오른 불길이 두 남녀를 집어삼킬 찰나, 남자의 손목시계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원형 톱니가 튀어나와 순식간에 밧줄을 끊는다.
그런가 하면 본드는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중력가속기에 타는 체험을 한다. 통제실은 초보자 수준에 맞춰서 1G로 가속시켰다. 출발은 매우 여유 있었지만 상황이 급반전된다. 요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통제실에 들어온 악당이 중력가속도(G)를 순식간에 높여버렸기 때문이다.
4G를 넘으면서 강인한 본드에게도 시야가 흐려지는 그레이 아웃(Gray out)이 나타났다. 드디어 5G가 넘자 정신을 잃는 블랙아웃(Black out)에 접어들었다. 내버려두면 호흡 곤란으로 목숨을 잃을 상황. 이때 본드의 손목시계에서 강력한 탄환이 발사됐다. 탄환은 중력가속장치의 조종 유닛에 명중, 총알처럼 빨리 돌던 가속기가 서서히 멈췄다.
어느 날 본드는 애인과 눈 덮인 산꼭대기의 통나무 산장에서 밀월을 즐긴다. 산장에는 휴대폰은 커녕 공중전화조차 없지만, 영국에 있는 M16 본부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오자 본드의 손목시계에선 천공된 메시지 띠가 빠져나온다. 이때쯤 관객들은 007 영화의 앞서가는 기술 세계에 완전히 매료된다.
그러나 이제 제임스 본드의 손목시계는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3’에서 손목시계 형태의 스마트워치(smart watch)인 ‘갤럭시기어’와 ‘스마트워치2’가 출시됐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을 갖고 태어난 스마트워치는 통화가 가능한 손목시계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의 관계
한 어린이가 목에 휴대폰을 건 채 걸어온다. 그리고 손을 들어 무언가를 들여다본다. 이 어린이가 보고 있는 것은 손목시계가 아닌 스마트워치. 부모는 어린이가 유난히 주의가 산만해 휴대폰을 자주 잃어버리자 큰맘을 먹고, 스마트워치를 사주었다.
어린이는 먼저 목에 건 스마트폰을 켠 다음에 터치스크린을 조작해 화면을 통화기능에 맞추었다. 그러자 어머니로부터 금방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가 오자 어린이는 스마트폰이 아닌 손목시계를 들어 터치 스크린을 좌우로 스와이프해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의 확인 전화가 끝나자 화면을 다시 상하로 끌어올려 맨 앞의 기능으로 돌아갔다.
통화 이외에 스마트워치는 알람 기능을 통해 메일이나 문자의 수신 여부, 카메라 및 비디오 기능, 음성 메모 기능, 음성을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능 등을 갖고 있다.
학교에 도착한 이 어린이는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느라 잠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목에서 풀어 놓았다. 그런데 잠시 후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았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때 스마트워치는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의 소리, 진동 기능을 실행, 위치를 당장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어린이에게 스마트워치를 사준 진정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어린이가 소아당뇨라 불리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이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주로 걸리는 이 당뇨병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의 일부 또는 전부가 파괴됐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1형 당뇨는 평생 따라다니는 질병으로 환자는 매일 자신의 혈당을 정확하게 체크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자신의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 시간·공간·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고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응급경보가 가능한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다. 만약에 어린이가 휴대폰을 잃어버려도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자동으로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전송할 수 있다.
블루투스 기술 없이는 불가능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허브 기능이 바로 ‘블루투스(Bluetooth)’. 블루투스는 근거리 내에서 무선 연결을 통해서 장치들을 연결시켜준다. 예를 들면, 블루투스 칩이 휴대폰에 장착되면 PC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프린터, PDA, 데스크탑, FAX, 키보드, 조이스틱은 물론이고, 모든 디지털 장비들이 블루투스로 연결된 네트워크다.
전문가들은 “블루투스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로 통상 2.4GHz 주파수를 이용, 반경 10~100m 범위 내의 각종 전자, 정보통신 기기를 무선으로 연결, 제어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케이블 없이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블루투스가 없던 시절 휴대폰으로 인터넷 접속을 하려면 데이터통신 기능을 갖춘 단말기와 노트북, 그리고 이 사이를 연결하는 별도의 케이블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워치가 전화 발신, 위치 확인, 날씨 확인, 달력연동 기능을 포함하고,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일정 리마인더 기능표시를 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무선으로 가능하다.
그 핵심이 바로 ‘블루투스 칩’이다. 전문가들은 “당뇨 환자나 고혈압 환자의 경우, 몸에 부착하는 작은 패치에 블루투스 칩을 부착, 혈당 감소를 감지해 자동으로 병원에 알리고, 인슐린도 분비하는 기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블루투스 칩에 수신된 데이터는 블루투스 기반 프로토콜로 변환, 무선 송신용 데이터 패킷으로 바뀐다. 이 패킷은 주파수 대역으로 변조 및 증폭돼 휴대폰이나 PC로 송신된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3-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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