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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0-10-22

불꽃 튀는 속도의 전쟁, F1의 과학 엄청난 속도의 비밀은 ‘다운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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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30km를 넘나드는 숨막히는 속도의 전쟁, F1(Formula 1) 대회가 우리나라 전라남도 영암에서 22일 금요일부터 개최된다. 세계 자동차 생산 5위라는 자리에서 F1 대회 개최는 큰 의미가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F1경기를 개최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드디어 그 화려한 축제가 열리게 된 것이다.

F1의 주인공 포뮬러 카

F1에서 단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바로 경주에 사용하는 차량인 F1 머신, ‘포뮬러 카’ 이다. 포뮬러 카는 다른 레이스에 사용되는 차량에 비해 매우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날씬하고 긴 차체와 밖으로 나와 있는 타이어에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날개들까지, 멋진 외형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매혹시킬 만하다. 공기의 저항이나 차체의 무게, 타이어의 성능 등 모두를 최고의 스피드만을 위해 제작된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포뮬러 카가 ‘자동차’가 아닌 ‘머신’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런 극도의 스피드 때문이다. 머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350km. 일반 차량으로는 상상도 못할 속도임에 분명하다.

이런 머신에는 다들 멋들어진 날개들이 달려있다. 보통 ‘스포일러’라 부르는 이 날개들은 F1과 다른 경주용 차량은 물론, 일반 승용차에도 부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 날개를 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포일러에는 머신의 성능을 높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베르누이 정리와 비행기의 날개


스포일러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비행기의 원리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스포일러와 비행기의 날개는 그 모양과 원리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비행기 날개의 모양과 ‘베르누이의 정리’에 의해 설명된다. 베르누이 방정식은 매우 복잡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학창시절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에너지 보존법칙’을 공기나 물과 같은 유체에 적용시킨 것뿐이다.

이로부터 유도한 베르누이 정리에 의해 ‘유체의 속력이 빨라지면 압력은 감소하고 속력이 느려지면 압력은 증가한다’ 라는 사실을 얻어낼 수 있다.

비행기 날개의 단면은 간단히 위쪽은 볼록하고 아래쪽은 평평한 형태를 띠고 있다. 비행기가 움직이면서 공기들이 날개를 지날 때, 위쪽을 지나는 공기는 상대적으로 경로가 길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지게 되고 아래쪽을 지나는 공기는 위쪽에 비해 공기가 느리게 된다.

이를 베르누이의 정리로 살펴보면, 위쪽은 압력이 작고 아래쪽은 압력이 크다는 뜻이다. 위쪽에 비해 아래쪽에서 밀고 있는 힘이 더 크다면 날개는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을 받게 되며 이것이 커지면서 그 무거운 비행기가 뜰 수 있는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지면을 달리는 것도 이 이유다.

비행기 날개와 반대인 스포일러로 인한 다운포스

그렇다면 F1머신에 달린 스포일러도 머신을 하늘로 띄워버리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스포일러는 비행기의 날개를 뒤집어 놓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차체를 띄우는 것이 아니라 위쪽에서 누르는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차체의 모양을 유선형으로 만들고 최대한 공기 저항을 줄이려 하면서 왜 공기가 누르는 힘을 받으려 스포일러를 설치하는 것일까?

시속 300km를 넘기는 고속 주행을 하다보면 일반 주행 시에 비해 공기의 영향을 극도로 받게 된다. 그 중 하나로 차체와 지면 사이로 흐르게 되는 공기에 의한 효과가 있다. 차체를 전체적으로 보면 비행기의 날개와 흡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쪽이 곡선형이고 아래쪽은 직선이다. 이에 차체는 빠른 속도를 낼 때 위쪽으로 힘을 받아 지면과 타이어의 마찰력이 줄어들며 자칫 차체가 떠서 뒤집어져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게다가 지면과 타이어의 마찰이 줄어들면 차체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가 힘들다. 때문에 커브 코스에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해 스포일러를 사용하는 것이다. 스포일러로 인해 위쪽에서 눌러주는 힘이 커져 차체를 지면에 밀착시킬 수 있게 된다. 이는 고속 주행에서 안정성은 물론 지면과 타이어의 접촉 면적이 증가해 코너링이나 감·가속 등에도 큰 도움이 된다. 줄이려고만 했던 공기의 저항을 주행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하게 된 인간의 창의성이 엿보이는 기술이다.

이렇게 스포일러로 인해 지면으로 누르는 힘을 ‘다운포스(down force)’라 부른다. 이 다운포스는 생각보다 경기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차량은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을 이용해 바퀴가 회전함으로써 차체를 앞으로 밀어내 이동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운포스에 의한 타이어와 지면의 접촉 정도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회전이나 브레이크 등도 타이어와 지면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다운포스에 큰 영향을 받는다.

다운포스는 주행 중 그 힘이 무려 1.5톤의 무게에 달한다. 이에 F1머신은 다운포스로 인해 천장에 붙어 달릴 수도 있다는 말들을 한다. 1.5톤이면 차량 무게의 2배이상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다운포스를 이용한 그라운드 이펙트와 디퓨저

다운포스를 이용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그라운드 이펙트’가 있다. F1경기를 생각하면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머신들이 불꽃을 튀기며 주행하는 장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만약 차체와 지면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매우 적거나 아예 없다면 다운포스는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차체를 지면에 거의 밀착시키다시피 한 것이다.

이에 지면과 차체 사이가 거의 진공에 가까워지고 다운포스 증가로 인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지면과 차체의 마찰이 일어날 때 불꽃이 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차체가 불안정해지면서 지면과 차체 사이로 급작스럽게 많은 양의 공기가 유입되면 오히려 차량이 들려버리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는 경기 중에 종종 있었고 결국 안전상의 문제로 규정에 의해 그라운드 이펙트가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운포스를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 됐다. 최근엔 ‘디퓨저’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이는 바닥 쪽으로 흐르는 공기의 속력을 빠르게 해 압력을 낮춤으로써 다운포스를 증가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실제로 이 디퓨저를 사용해 2초 이상의 기록이 단축됐다고 한다. 레이스에서 2초는 어마어마한 차이이기 때문에 그만큼 다운 포스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게다가 지난 2009시즌 월드 챔피언인 젠슨 버튼이 디퓨저를 중첩한 ‘더블 디퓨저’를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올 시즌엔 모든 F1 머신들이 더블 디퓨저를 사용하며 2011년 부터는 더블 디퓨저를 금지하기로 했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10-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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