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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기자
2009-01-22

분자생물학을 넘어서 시스템생물학으로 ‘시스템생물학: 게놈에서 생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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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중에 생명체만큼 복잡하고 신비로운 것도 없다.

하지만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현상인 DNA를 분자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그 비밀이 서서히 풀리는 가운데 인류의 복지를 위해 엄청난 가능성이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 신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유전자를 인간이 의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 복제양 돌리의 탄생, 줄기세포의 발견 등은 생물학의 그런 발전에 의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앞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생물학은 지금 또 하나의 혁명을 일으킬 채비를 차리고 있다. 분자생물학은 몇 개의 유전자를 대상으로 소수의 생물학 연구자가 자기 실험실에서 개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생물학에도 시스템 개념이 도입되면서 다른 여러 연구자들이 네크워크를 형성, 많은 수의 유전자를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이다. 시스템생물학은 유전체학Genomics), 단백질체학(Proteomics)의 발전과 더불어 생명현상의 총체적 이해를 위한 분야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는 컴퓨터-인터넷과 생물학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혁명의 발달에 기인한다. 

최근 들어 시스템생물학이 학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생물학적 시스템들의 본질적인 원리를 발견하고 재구성해 질병 등을 유발시키는 비정상적인 생리현상들의 원인을 규명한다는 점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 학문은 새로운 차원의 예방 및 치료법을 제공하고 신약개발의 목표로 이용할 수 있는 미래의 핵심적인 연구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생물학에 시스템적 연구를 도입, 복잡한 생물학적 조절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분자적 수준에서 시스템 수준으로 확장,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현실적 응용의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각종 '오믹스(omics)’ 학문이 기여하고 있다. 

오믹스란? 융합한 데이터를 전산 생물학 기법으로 해석, 세포 또는 개체 내에서 발현되는 단백체(proteome), 전사체(transcriptome), 대사체(metabolome), 흐름체(fluxome) 등 생명현상과 관련된 중요한 물질에 대한 대량의 정보를 획득, 분석해 전체적인 생명현상을 밝히려는 학문이다.

미래 생명공학의 길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21세기 들어 이 시스템생물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 많은 성과를 얻고 있으며 일찍이 생물학이 발달한 독일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 나라다.

지난 15일에서 16일까지 서울대 목암홀에서 ‘시스템생물학: 게놈에서 생명까지(Systems Biology: Genome to Life)’란 주제로 열린 제 2회 한·독한림원 공동심포지엄(The 2nd KAST-BBAW Bilateral Symposium)은 시스템생물학을 통한 미래의 생명공학기술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의 저명한 생명공학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 심포지엄에서는 시스템생물학 분야를 미생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 연구를 통해 다양한 분석방법들이 발표됐다. 아울러 생명공학적 응용을 위한 방법도 모색됐다. 특히, 신약, 새로운 미생물 개발, 난치병 치료의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찾아볼 수 있다.

‘메타볼로믹스- 시스템생물학의 새로운 수단(Metabolomic – a Tool in Systems Biology)’으로 발제한 ‘로타 윌마이처(Lothar Willmitzer)’ 박사는 막스플랑크 분자식물생리연구소장이다.

윌마이처 소장은 특정 생물체내에 존재하는 대사물질 전체를 포괄하는 메타볼롬(metabolome)을 탄소동위원소(C13)를 이용한 질량분석 시스템을 통해 동정하는 방법을 개발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방법은 1000종류 이상의 대사물질을 동정하고 정량화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윌마이처 박사는 이 방법을 이용, 대장균과 애기장대 풀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가하고 대사물질의 종류와 양의 변화를 관찰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는 과거에 알려져 있던 전사체 (transcriptome)의 변화와 다른 양상을 보인 결과다. 

메타볼룸 분석은 새로운 물질의 발견을 예고하는 가운데 특히,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메타볼롬 분석 연구에 매우 앞서 있으며 새로운 식물의 개발 연구가 활발한 곳이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시스템 생물학과 미생물 생명공학(Systems Biology and Biotechnology of Microorganism)’의 주제발표를 통해 시스템생물학의 생명공학 이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그는 “시스템생물학은 그 전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인해 생명공학에 이용하기 매우 좋은 방법이다”며 “미생물의 대사과정에 대한 집적된 정보를 통해 원하는 형질을 가지는 미생물을 디자인하고 게놈을 조작, 실제로 형질전환된 미생물을 만들어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24일 이상엽 교수는 ‘다가오는 산업바이오텍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시스템생물학 기반의 미생물 대사공학 전략’ 논문을 발표, 관심을 끌었다.

세계 각국이 유가 및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해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기존의 방법은 원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돌연변이를 일으켜, 균주 전체의 대사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없고 향후 환경이 바뀌었을 때, 추가 개발이 용이하지 않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교수 연구팀은 시스템 생물학의 원리에 입각, 크게 3 단계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미생물을 개발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이 전략은 시스템 생물학 원리를 이용, 균주 전체의 생리 대사 현상을 한눈에 파악하고 균주의 대사공학적 개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법과는 차별된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미생물학의 진화 - (유전체학에서 메타유전체학으로)’으로 발제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지현 박사는 미생물의 서열분석을 통한 생명현상의 이해와 특정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지난 10년간 수 백 종의 미생물에 대한 서열분석이 완료됐다”며 “이는 기능 유전체학의 기초가 됐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최근 들어 게놈 서열분석 방법의 발달로 비용이 저렴해지고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미생물간의 서열을 비교하는 비교유전체학 및 메타-유전체학이 발전했고 ‘미생물 게놈 백과사전(GEM, Genome Encyclopedia of Microves)’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미생물에서의 메타볼로믹스는 현재까지 관심의 주된 대상이었던 게노믹스, 프로테오믹스를 넘어 생체내의 대사 물질에 까지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확장할 수 있는 예를 보여주었다.

이는 미생물에 대한 항생제를 합성하거나, 유용한 산물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제조하는 등의 여러가지 효용에 있어서 기존의 게노믹스와 프로테오믹스 외에도 강력한 도구를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환경적 지노믹스의 시대를 열다

더불어 게놈분석에서 가장 기본적이 방법인 서열분석의 발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미생물에 있어서 여러 종의 유전체를 한 번에 해석할 수 있는 ‘환경적 지노믹스(environmental genomics)’의 시대를 열어준다.

뿐만 아니라, 인간에 있어서 맞춤의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별 게놈서열 분석이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인류의 많은 질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개인별 게놈서열의 분석은 많은 정보를 제시하고 이는 한 인간의 게놈을 뛰어넘어서 인간 게놈의 다양성에 대해 알려준다. 

또 백세이상 장수하는 노인들의 항체 중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그리고 암 등과 같은 병원체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줄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항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한 사례도 발표됐다. 이는 장수의 경우, 체액성 면역의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그런 항체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장수의 길을 열어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시스템생물학을 적용한 인간 질병 사례도 발표됐다. 일례로, 심장비대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운동에 의한 생리학적 심장비대와 질병에 의한 병리학적 심장비대에 있어서 적용되는 세포신호전달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사실은 향후 새로운 병리학적 심장비대의 치료방법을 보여준다. 

시스템생물학을 식물에 적용해 식물의 잎의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검색, 실제로 그 유전자들이 노화과정에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낸 사례도 있다. 즉, 노화에 관련된 여러 전사조절 인자를 확인한 결과, 전사조절 인자 외에도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RNA 단편의 일종인 마이크로 RNA가 이 과정에 참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시스템생물학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바이오 센서 분야와 게놈 서열분석 분야의 기술적 발전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시스템생물학은 그 전체적인 접근방식으로 인해 많은 수의 샘플을 다루게 되며 바이오센서의 기능이 요구된다. 시스템생물학은 미래 생명공학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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