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분리막 구조 제어…맞춤 제작 가능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이정현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왼쪽 : 분자층상조립(molecular layer-by-layer)기술을 이용한 분리막 제조 방식(두 유기단량체(파란색, 빨간색 표시)간의 반응을 반복적층하여 균일하면서도 고밀도의 분리막을 제조  오른쪽 : 분자층상조립기술을 이용하여 제조된 분리막의 주사전자현미경 단층 이미지(20 nm이하 두께의 균일한 분리선택층)

왼쪽 : 분자층상조립(molecular layer-by-layer)기술을 이용한 분리막 제조 방식(두 유기단량체(파란색, 빨간색 표시)간의 반응을 반복적층하여 균일하면서도 고밀도의 분리막을 제조
오른쪽 : 분자층상조립기술을 이용하여 제조된 분리막의 주사전자현미경 단층 이미지(20 nm이하 두께의 균일한 분리선택층) ⓒ 한국연구재단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인류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최근 선진국에서는 물과 환경, 그리고 에너지 자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점차 심각해지는 물, 환경, 에너지 자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수담수화 및 수처리용 분리막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기존에는 역삼투 분리막이 주로 사용돼 왔다.

분리막 구조와 성능, 맞춤형으로 설계하다

이정현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이정현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역삼투 분리막이란 해수가 지닌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했을 때 해수 속 염분이 분리막에 의해 걸러져 담수로 전환되도록 하는 장치로, 폴리아마이드(polyamide) 구조체를 주로 사용한다. 해당 구조체는 지난 60여 년 간 계면중합(interfacial polymerization) 이라는 벌크합성 방식에 의해 제조 됐지만 분리막의 두께, 거칠기와 같은 외적 구조와 가교도, 분자구조와 같은 내적 구조를 제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합성되는 분리막 구조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되곤 했다. 이로 인해 기존 계면중합기반의 분리막 제조기술은 경험에 기반한 엔지니어링 설계방식에 의존하게 됐지만 분리막의 분리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는데 한계를 보였다.

이정현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이러한 기존 분리막 제조기술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해수담수화 분리막 제조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블록을 쌓아 구조물을 만들 듯, 분자들을 교차로 쌓아 조립해 여러 층의 얇은 막을 만드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분리막의 구조와 성능을 원하는 대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이 이용한 기술은 ‘분자층상조립기술(molecular layer-by-layer)’ 로써, 블록을 하나하나 조립해 원하는 구조를 쌓아 만들 듯 분자간의 반응을 나노 수준에서 제어해 교차적층해 고밀도의 나노박막 해수담수화 분리막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상용화된 분리막 제조기술도 멤브레인 소재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소재는 계명중합이라는 벌크 합성법 방식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분리막의 구조를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두 반응물을 랜덤하게 반응시켜 얇은 막 구조를 만들어냈죠. 구조 제어가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능이나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었어요. 때문에 저희 연구팀은 빌딩 블록을 쌓아올리는 개념으로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블록들을 하나의 분자라고 생각했죠. 각 분자를 블록 쌓듯 한 층 한 층 쌓아올림으로써 저희가 원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다보면 더욱 견고한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분리막의 구조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점이 이정현 교수팀의 연구가 기존 연구와 가장 다른 가장 큰 차별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이러한 분리막의 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정현 교수는 “결국 반응을 디자인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분리막이라는 것은 쉽게 이야기 해 커피를 내릴 때 사용하는 필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바닥층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위에 얇은 막이 올려진 상태죠. 좀 더 쉽게 이해하자면 사막에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모래 사막은 물이 잘 통과하는 구조겠죠. 그 위에 연구자가 원하는 막을 쌓아 올려봤자 효율이 좋지 않아요. 모래 위에 집을 지으면 쉽게 무너지듯이요. 저희 팀의 연구는 그 모래 위에 시멘트 공사를 한 번 한 후 집을 지은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기술에 이번 연구의 핵심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죠. 또한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했고요.”

분자간의 반응을 나노 수준에서 제어해 교차적층 하는 기술은 빌딩블록으로 사용하는 유기단량체간의 가교반응을 반복·적층해 균일하고 밀도 높은 초박막 분리막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이정현 교수팀은 이를 통해 기존 해수담수화 역삼투 분리막 대비 염분 제거 성능을 동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수투과도는 80% 이상 개선시킨 분리막을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조립 적층수를 조절해 기존의 계면중합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분리막 두께 조절을 가능케 했으며, 표면 거칠기와 표면 화학구조가 매우 균일한 분리막 설계를 이뤄냈다. 빌딩블록으로 사용하는 유기단량체의 종류를 달리하면 다양한 화학구조를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교구조를 갖는 분리막을 자유롭게 설계함으로써 원하는 분리막의 구조와 성능의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분리막 구조와 성능 간 관계 규명

이정현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밝혀내지 못한 분리막의 구조와 성능간의 관계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분리막의 두께와 화학구조를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화시켜 분리막 성능을 분석함으로써 최적의 분리성능을 보이는 화학구조를 규명, 분리막의 ‘구조–물성–성능’ 관계를 밝힌 것이다.

이정현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진이 시도한 방식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연구는 역삼투 분리막 구조에서 염분만 투과하도록 하는, 즉 물만 선택적으로 거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정현 교수팀은 막을 매우 얇게 만드는 게 주안을 둔 것이다. 즉 막에 구멍을 뚫느냐 혹은 얇게 만드느냐의 차이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없는 상태였어요. 가상의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실험 디자인이 없었던 거죠. 때문에 한국에 온 후 어떻게 하면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번 연구를 통해 그것을 실현 시킨 것입니다.”

총 4년에 걸쳐 진행된 연구다. 많은 어려움 가운데 좋은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은 것도 사실이다. 이정현 교수는 “기존 분리막 기술과 대비해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또한 단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운을 뗐다.

“바로 공정 단순화 과정입니다. 과거의 방식은 두 반응물을 섞으면 되기 때문에 시간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방법은 하나하나 블록처럼 쌓는 방식이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리게 마련이에요. 즉, 공정이 복잡한 거죠. 때문에 앞으로 상업화를 위해서라면 공정 단순화 과정이 필수로 필요합니다. 상업화 까지는 앞으로 5년 이내를 바라보고 있어요. 현재 공정 단순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처음의 연구는 15층을 쌓아야 효율을 보이는 연구였다면 앞으로 저희 목표는 단 1층만 쌓아도 15층 적층 효과를 나타내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죠.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고 있어요. 연구 환경이 잘 뒷받침 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현재 이러한 후속 연구는 많은 성과를 보이는 중이다. 공정이 약 십분의 일 정도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정도다. 아직은 공정 단순화를 더욱 이뤄내야 할 것들이 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목표한 지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정현 교수의 이야기였다.

“현재 미국의 경우 물과 관련된 소재 연구를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요. 제가 미국에서 박사후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아마 이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 게 아닌가 싶어요. 물과 환경, 에너지와 관련된 연구의 필요성을 느꼈죠. 이후 한국에 와서 독창적인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과 맞물려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닌, 실생활에 사용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었어요. 분리막 기술은 어떻게 보면 물과 환경, 그리고 에너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모두 만족시키는 연구입니다. 여기에 나노기술을 접목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었던 거죠.”

해당 연구결과는 앞으로도 환경과 관련된 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계속해서 분리막과 관련된 소재 분야의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는 그는 “우리나라만이 소유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머지않아 상업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연구에 매질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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