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喜怒哀樂)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이중 노(努)는 노여움 즉, 화남, 분노, 증오의 한자적 표현으로 전문가들은 “이 분노가 적당하면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감정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노가 지나치면 증오가 넘쳐서 큰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12일 부부싸움 후, 자고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던져서 큰 화상을 입힌 가장이 경찰에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아내와 아들에게 끓는 물을 부은 강모(51) 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등 상해’ 혐의로 구속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해 대형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층간소음으로 위층으로 달려 올라가서 몸싸움 끝에 칼부림을 하는 사례가 이어졌으며, 운전 도중에 상대방이 길을 비켜주는 않는다며 삼단봉으로 마구 휘두르기도 하고, 연인이 이별통보를 했다고 찾아가서 몸에 불을 지르는 등의 강력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분노, 불안, 우울증, 죄책감 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이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처들이 억압된 채, 마음의 한 가운데 오랫동안 쌓이고, 응어리지면 축적돼 분노의 앙금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때 어떤 연유로 이 분노의 출구가 만들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해일처럼 분출되고,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끔찍한 범죄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분노는 정말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일까. 전문가들은 “아니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과학적인 방법은 개인이든, 단체든 분노를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무시당하면 분노가 폭발한다
이른바 분노조절장애(Anger disoder)가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다. 분노로 인해 평소에 상상도 할 수 없던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노는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분노가 과연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노에 대해 “누구나 화를 낼 수 있으나 적절한 상대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심리학자 프랭크 미너스(Frank minirth) 박사는 분노에 대해 “분노는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될 때 폭발한다”고 말한다. 이같이 분노는 자신의 가치나 욕구, 신념이라는 자기보전의 감정이 거부당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분노가 발생하면 신체적 증상도 변하게 된다. 분노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는 등 미묘한 신체적 변화를 수반한다. 과학자들은 생리적 반응으로 “인체 내의 아드레날린의 생화학 반응과 노라드레날린의 반응이 분노의 감정이 불타오르는 연료가 된다”고 말한다.
이런 분노 폭발은 강력 범죄를 부르기도 하는데 분노 조절 장애는 이제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와 비슷한 '충동조절장애'의 경우, 지난 2007년 1660명이던 환자 수가 2011년엔 3015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과학계에서도 이 증상에 대한 조절과 예방에 대해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두엽 그 속에 무슨 일이?
충동적 분노에 의한 폭발 행위는 이제 단순한 심리나 감정적 연구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 연구 영역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전두엽 과연 그 은밀한 곳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런 비이성적 행위가 나오는 이유는 뇌의 변연계의 일부로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도히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즉 의학적으로, '편도체의 납치(Amygdala hijack)'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크게 활성된 편도체가 이성 뇌의 판단과 명령을 따르지 않고, 기억의 중추인 해마와 두뇌사령부 PFC의 기능을 억제, 두려움과 불안만을 증폭시켜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두뇌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 편도체 납치가 일어나면 이성적인 뇌가 마비되었기 때문에 분노가 조절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따라서 감정 뇌의 편도체가 활성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혈류가 빨리 흐르고, 동공이 확장되고, 근육이 강직해지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스트레스 호르몬이 체내에 계속 증가해 결국 기억의 중추인 해마와 두뇌사령부의 능력을 완전히 장악하는 두뇌 환경이 조성되면 이미 해마와 두뇌사령부 PFC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반응물들이 늘어나서 편도체 납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미국 UCLA의 매튜 리버만(Matthew Lieberman) 박사의 연구는 분노 조절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리버만 박사는 슬프거나 화가 날 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하면 그 고통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이다.
그는 18세에서 36세 사이의 남자 12명, 여자 18명에게 화난 사람이나 공포에 질린 사람의 얼굴 사진을 보여 주면서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조사했다. 이때 뇌에서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격한 감정이 일어나는 활성화 현상을 보였다.
그 다음에 사진에 어울리는 단어 ‘분노한’이란 단어의 이름을 골라 보게 한 뒤, 다시 뇌를 촬영한 결과,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편도체가 크게 진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화가 날 때, 스스로 자신의 분노 감정을 인정하고, 솔직히 주위 동료나 심리치료사에게 말할 때, 감정의 뇌인 편도체를 조절하는 이성의 뇌인 전전두엽을 깨울 수 있다는 말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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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2-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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