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의문의 북한군 신형 전차가 나왔다. 이 전차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이 열병식 영상에서는 물론 별도의 채널을 통해 설명한 바가 없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베일에 싸인 이 신형 전차의 실체를 알기 위해 신한대학교 사이버드론봇 군사학과의 학과장 형성우 교수를 만나보았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38기), 한남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형성우 교수는 군 생활 내내 기갑장교로 복무,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전력발전부장 등을 역임하고 소장으로 전역했다. 또한 합동참모본부 정책 자문위원, 국방과학 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신한대학교 안보통일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우선 전차의 이름이 궁금합니다. 해외 언론에서는 이 신형 전차를 M2020 등의 임시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전차를 북한군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또한 우리 군에서는 어떤 이름으로 부르나요?
이 전차의 공식 명칭은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그런 전차에 대해서는 최초 식별한 연도를 사용하여 명칭을 부여하는 전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M2020 전차라 명명한 것입니다. 현재까지 우리 군에서도 이 전차에는 명칭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형 전차는 어떤 배경에서 개발된 것으로 보시는지.
전반적으로 볼 때, 이란 줄피카(Zulfikar) 3 전차의 차체, 포탑, 반응장갑 설계와 북한제 선군호 전차의 무장 시스템을 결합하고, 여기에 러시아 T-14 전차의 선진적 설계 개념을 받아들여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으며, 부족한 기술은 중국이 많은 지원을 해주었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즉, 설계나 완성도를 보았을 때 기존 선군호 전차에 비해 급격한 전차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었습니다.

신형 전차는 기존의 북한 전차와는 형상이 많이 다릅니다. 러시아 T-14(사이드스커트후방), 미국의 M-1 에이브람스(포탑 전방,7개 짜리 보기륜) 등을 뒤섞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차체 형상이 나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이러한 차체 형상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나요?
일각에서는 신형 전차 보기륜수가 7개인 것이 이란 줄피카 3와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2년 9월 공개된 줄피카 3 전차는 보기륜 숫자가 7개이고, 52t 중량에 1000마력 엔진, 러시아 T-72 전차의 125㎜ 포와 자동장전장치를 적용하였습니다.
북한과 이란이 오래전부터 군사 교류가 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의 줄피카 3 전차 관련 기술이 북한에 넘어갔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M-1 에이브람스의 외부 형상은 경사장갑을 사용하여 방호력을 높이고 스텔스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북한 전차도 이를 적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울러 T-14 전차와 유사한 후방 사이드 아머 스커트는 화학에너지탄의 방호와 배연가스를 측면으로 배출함으로써 적 미사일의 추적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화력(무장), 기동력, 방어력은 어느 정도로 추측하시는지.
일단 화력부터 살펴보면, 북한제 선군호 전차의 포탑 상부에는 2연장 대전차 미사일이 달려 있습니다. 신형 전차도 포탑 측면부에 2연장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를 장착, 부족한 화력은 강화하고 스텔스 설계를 반영하였습니다.
또한 포신 앞쪽 끝부분과 포방패 위쪽에 동적 포구 감지기가 있습니다. 이 감지기는 사격 전에 포신의 미세한 휘어짐 상태를 감지, 조준 사격에 반영함으로써 포의 명중률을 향상시키는 장치입니다. 한국의 K1, K2 전차 시리즈 등 서방권의 3.5세대 전차에만 장착되던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이 장비를 갖고 있다면 서방권 3.5세대 전차의 정밀 이동 사격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최신 전차에도 적용 못한 기술이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주포는 기존 선군호에서 사용되었던 125mm 활강포를 부착하고 포수와 전차장이 별도의 열영상 장치를 가지고 있어 헌터 킬러 기능과 야간전투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전차장이 포탑 좌측에 타던 선군호 전차와는 달리 전차장의 위치가 포탑 우측입니다. 포탑 내부 구조 변경 때문일 수 있습니다. 즉, 자동장전장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식 자동장전장치는 원형으로 포탄을 배치하기 때문에 포탄의 크기가 제한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방식의 장전장치가 있을지는 차후 분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군의 K1 전차와 K1A1 전차의 사격통제장치도 K2 전차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기 때문에 북한 전차에 대한 성능적 우위는 유지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기동력 면에서는 여유 출력이 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전차에 강한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지는 이란 줄피카 3 전차도 중량은 52톤인데 엔진은 1000마력에 불과합니다. 선군호의 1200마력 엔진을 탑재했더라도 55톤 전후의 무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어력을 부여하는 장갑의 경우 기존 북한 T계열 전차의 모듈 장갑을 제작해 부착한 방식으로 보입니다. 이번 신형 전차는 제3세대 전차 수준 이상의 복합장갑이 적용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개발된 지 40여 년이 넘은 복합장갑 기술이기에 북한에서도 충분히 개발 가능합니다.
전차의 측면은 러시아 T-14 전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차체 측면의 사이드 스커트와 그 아래의 고무 스커트 형태를 비롯하여 포탑 정면 좌우 아래에 능동방어장치 연막탄 발사용이 장착되어 있다는 점, 포탑 좌우 측면에 능동방어 시스템의 센서로 보이는 IR 센서와 밀리미터파 레이더, 전면 라이트의 위치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차체 후방에는 T-14가 적용한 슬롯아머 방어체계까지 도입되어 신형 전차로서 방호력에 비중을 두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능동방어 방치 센서 등 다양한 센서가 실제 장착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더미(dummy, 가짜) 치고는 전자장비의 디테일이 자세하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북한 차량임에도 북한 지형에 맞지 않는 사막색 도색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각에서는 그걸 두고 중국의 수출용 전차 VT-4를 사용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불과 2년 만에 이만한 신형 전차를 설계 생산할 기술과 재원이 있을 리 없다는 것입니다. 신형 전차에 적용된 것으로 보이는 기술과 장비는 2018년에 등장한 최신 전차인 선군호에 비해 무려 수십 년은 앞서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으로 사료됩니다.
일각에서는 이 차량이 전투가 가능한 실물이 아니라, 주행만 가능한 목업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혹자는 이 전차가 중국의 수출용 전차 VT-4나 이란의 줄피카3 전차를 빼닮았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이란의 끈끈한 관계를 감안하면 개연성이 있는 분석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이 전차에 장착된 센서들은 실물이 아니라 더미일 것이라는 추정도 있습니다.
군 소식통은 “신형 전차의 첨단 센서들 중엔 실물 치고는 좀 투박한 것들도 있다”며 “일부 센서들은 가짜일 수 있지만 북한이 종전과 차원이 다른 신형 전차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결코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큰 틀에서 이에 동의합니다.
북한은 이런 차량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이 차량에 대해 향후 우리 군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전차는 9대로 보입니다. 통산 군에서 새로운 전차를 전력화할 때는 운용개념과 종합 군수 지원을 고려해 2개 대대분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북한군 전차중대는 전차 10대, 전차 대대는 전차 31대로 편제됩니다.
신형 전차는 북한판 T-14 전차(러시아)를 목표로 하는 것 같습니다. 구 소련제 T-62 전차에 기반한 기존 북한 전차 성능을 한세대 뛰어넘은 것으로, 이 전차를 통해 북한군의 기갑 전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에 대비해 한국군의 전차는 생존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향형 하드킬 방식의 능동 방어 체계 도입 등을 통한 적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력 및 성능 향상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우리 군은 전차들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폭풍형 하드킬 방식의 능동 방어 체계를 개발했지만 아군 보병 피해가 예상되어 장착하지 않았습니다. 지향형 하드킬 방식은 폭풍형보다 더욱 진보한 것입니다.
우리 군은 북한 신형 전차를 과대평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미래 전장 환경에 맞는 실시간 네트워크 중심의 통합 전투 체계와 하드킬 방식의 능동형 방호 체계를 개발하여 반영한다면 충분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 enitel@hanmail.net
- 저작권자 2020-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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