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거의 매년 산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잦은 산불은 이곳 기후가 건조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으로 더욱 건조해질 거란 예측이 나왔다. 특히 대도시 로스앤젤레스가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일 년 강수량이 고작 100밀리미터인 곳도 있다. 우리나라 일 년 평균 강수량이 1,500밀리미터 내외인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가문지 감이 잡힐 것이다.
해빙이 가뭄을 불러
북극해를 덮고 있던 얼음이 점차 녹으면서 앞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더욱 가뭄에 시달릴 것이란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연구 결과가 2017년 12월 5일자 사이언스 데일리에 실렸다. 북극해 얼음과 캘리포니아 가뭄이 무슨 상관 관계가 있을까?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해보면 북극해 얼음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인은 우리가 잘 알듯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대기와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극지방이나 고산지대의 얼음과 눈이 녹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해빙 현상은 21세기 내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수십 년이 지나면 여름동안 북극해가 얼음이 없는 바다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북극해에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자원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우려할 점이 생긴다. 연구팀은 북극해 얼음이 없어지면 이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캘리포니아의 강수량이 더욱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극해 해빙과 북태평양 기압 배치 사이에는 연관이 있다. 북태평양 상공의 기압 배치는 2012-2016년 캘리포니아 가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북극해 얼음이 줄어들면 열대 태평양 대기층 대류 패턴이 바뀐다. 대기 변화는 다시 북태평양 기압마루(atmospheric ridge)에 영향을 미쳐 캘리포니아에 극심한 가뭄 현상을 가져왔다. 반면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북쪽에 자리 잡은 캐나다와 알래스카에는 폭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기압마루는 같은 고도 대기에서 주변보다 기압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을 말한다. 이렇게 기압이 높은 곳을 연결한 선을 기압마루선이라 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기압마루는 일기예보에서 흔히 듣는 기압골과 반대되는 용어이다. 대기압이 높은 기압마루에서는 날씨가 맑다. 우리는 고기압 세력권에 있으면 날씨가 맑고, 저기압이 다가오면 흐려져 비가 오는 현상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나비 날갯짓의 여파
2012-2016년 캘리포니아 가뭄의 원인이 북극해 얼음 탓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북극해 얼음이 전 지구적 강수 패턴을 바꿔 최근 가뭄에 영향 미쳤음을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캘리포니아 겨울 강수량은 지난 20년 동안 10-15퍼센트 정도 줄어들었다. 어떤 해는 가뭄이 훨씬 심하였고, 어떤 해는 비가 좀 더 내리기도 하는 등 편차가 많았다. 그렇지만 최근 5년간의 가뭄이 가장 심하였다. 가뭄은 강수량이 줄어든 원인도 있지만, 온도가 올라가 증발량이 많아져 더욱 피해가 컸다. 이는 인류가 자초한 지구온난화 영향이 크며, 앞으로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에서 나비가 팔랑거린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주 작은 사건이 나중에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이런 현상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 한다. 기상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였지만, 요즘은 사회 전반적인 현상을 빗대 설명할 때도 흔히 사용한다.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북극해 얼음이 녹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대기와 해양의 순환 패턴이 바뀌고. 어떤 곳은 홍수가 어떤 곳은 가뭄이 극심해졌다. 가뭄과 홍수는 엄청난 피해를 불러일으켰다. 가뭄과 홍수 뒤에는 나비효과가 있다. 우리와는 멀어도 너무 먼 북극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환경 변화를 우리가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 김웅서 한국해양학회장/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저작권자 2018-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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