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역이용해 돌풍 일으킨 약들

비아그라, 아스피린 등의 뒷이야기

환절기 감기가 극성이다. 감기에 걸리면 우리는 콧물,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으레히 약을 먹는다. 그러나 어떤 약이든 원하는 작용 외의 원치 않는 작용을 할 때가 있다. 이것이 바로 약의 부작용(Side effect)이다. 이에는 일시적이고 단순한 증상도 있지만 간혹 심한 증상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식약청 자료에 의하면 약을 복용한 후 부작용 의심 사망자가 최근 3년 새 10배 급증했고, 직·간접적으로 의약품 부작용을 유추할 수 있는 사망자도 최근 3년 간 총 121명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생명까지 위협할 수도 있는 약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환자는 의사와 약사에게 미리 적절한 주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부작용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또 다른 치료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비아그라도 그 중 하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작용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베스트셀러 약들을 알아보자.

관상동맥 치료제로 개발됐던 비아그라

2002년 초, 한국은 비아그라라는 신약 판매로 떠들썩했다. 고작 약 하나가 뭐가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당시 비아그라 열풍은 상당했다.

사실 비아그라는 처음 실데나필이라는 심장약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발기력이 증가되는 사례가 계속 돼 획기적 기능을 가진 신약으로 탈바꿈했다. 이를 제조한 제약회사 화이자가 대박을 터뜨렸음은 물론이다.

레비트라, 시알리스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도 부작용 때문에 거듭난 신약들이다. 이들 발기부전 치료제는 원래는 좁아진 관상동맥, 즉 협심증의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협심증에 대한 치료제로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 반해 약물 복용자에게서 발기력이 증가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제약회사들은 부작용 연구를 거듭해 현재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엔 이들이 난치병으로 알려진 폐동맥 고혈압증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언젠가는 이들을 폐동맥 고혈압증 환자들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제약회사들은 예측하고 있다.

해열제 아스피린, 부작용으로 심혈관질환 치료효능 발견

많은 사람들이 열이 나거나 두통이 있을 때 아스피린을 찾는다. 기원전 4세기에 히포크라테스가 버드나무 껍질을 이용해서 해열과 진통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 아스피린의 성분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런 아스피린에도 부작용이 있다.

바로 아스피린을 먹은 환자들은 상처가 나면 지혈이 잘 안된다는 것. 이는 아스피린이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 혈액의 응고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수술을 받으려면 최소한 1주일 전부터 아스피린의 복용을 중지해야한다. 그런데 이러한 혈관을 막는 혈소판 덩어리인 혈전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 때문에 아스피린은 관상동맥질환 같은 심혈관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심혈관질환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의 판매수가 해열과 진통제로 사용되는 아스피린 판매수보다 무려 10배나 많다니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관상동맥질환 같은 심혈관질환이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당뇨병처럼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도 아스피린을 1일 100mg정도 복용하면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다고 한다.

프로스카, 머리카락 늘어나는 부작용 생겨

그런가하면 프로스카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전립선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 성분을 억제하는 치료제다. 그런데 이 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머리카락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에 따라 남성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가 개발됐다. 그러나 이는 그 부스러기가 여성에게 노출될 경우 기형아를 낳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탈모치료제 미녹시딜은 원래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능이 있어 미국에서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이를 복용한 고혈압 환자들에게서 머리카락이 왕성하게 자라는 부작용이 발견됐다.

연구자들이 부작용에 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미녹시딜이 말초 혈관에 작용해 피부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모낭 상피세포의 DNA 합성을 원활하게 해 머리카락이 잘 자라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미녹시딜은 탈모 치료제로 재탄생하게 됐다.

푸로작은 여성 우울증 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푸로작은 뇌 속 신경세포 사이의 공간인 ‘시냅스’에서 세로토닌 양을 조절하면서 기분을 조절한다. 그러나 그와 함께 심적으로 포만감을 내게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식욕 조절 능력을 상실해 배가 부른데도 계속해서 음식을 섭취하는 폭식증 환자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게다가 골다공증 치료제로 출시된 에비스타는 사용되면서 유방암 발병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밝혀져 멕시코, 러시아 등의 국가에서는 유방암 예방약으로 쓰이고 있다.

부작용 이용한 신약 개발에 열 올리는 제약회사들

자사가 개발한 의약품이 일으키는 부작용에서 새로운 치료 효과를 가진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세계 각국의 제약회사들은 기존 의약품의 부작용을 이용해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출시된 의약품들은 사람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또 다른 효과만 확인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원래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된 미라펙스가 수면 시 종아리 부분을 불편하게 해 깊은 잠을 방해하는 하지불안증후군(RLS)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를 폐동맥 고혈압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원래 시알리스는 음경의 동맥을 확장시켜 남성의 발기를 유도하는데 최근에는 인체의 폐동맥도 넓힌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동아제약도 발기부전약 자이데나를 폐동맥 고혈압증 치료제로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똑똑하게 ‘부작용’ 없는 약 골라야

의약품이 부작용을 통해 다른 치료 효과를 내더라도 부작용이 없는 약을 선택해야한다. 만약 고등학생들이 두통을 없애기 위해 아스피린을 먹는다고 가정하자. 젊은 그들의 경우 혈소판이 응집해 혈관을 막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아스피린의 항혈전 작용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아스피린을 먹었을 경우 운동을 하다 상처가 나더라도 지혈이 잘 안 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웅철 내과 전문의는 “약을 먹을 때는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2개의 다른 의약품으로 나온 경우에도 각각의 용량과 흡수 방법, 작용 시간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당 질환에 맞는 약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머리가 아프다면 해열과 진통제용 아스피린을 먹고 혈관에 혈전이 생길 때는 심혈관질환 예방용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 이들이 성분은 같지만 해열과 진통제용은 용량이 500mm이고, 심혈관질환 예방용은 그  5분의 1인 100mm이기 때문이다.

카네기는 “성공하는 사람은 자기 실수에서 도움을 받아 다른 방식으로 시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작용을 이용해 기존의 약들을 제압하고 돌풍을 일으킨 제약업계에서 볼 수 있듯이 인생에서의 쓴 맛은 생애 최고의 달콤한 맛을 내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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