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원리로 불확실성을 이해하다

'수학으로 맞서는 불확실한 세계' 공개 강연 개최

우리는 누구도 쉽게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그 불확실성은 점점 더 복잡하고 거대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불확실한 현실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수학을 이용하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드시 성립하는 불변의 법칙을 찾을 수 있고, 이러한 불변의 법칙들을 활용하면 불확실한 세계를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수학으로 맞서는 불확실한 세계

6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이 ‘불확실한 세계, 그래서 과학’을 주제로 자연과학 공개 강연을 개최했다. ⓒ 공개 강연 유튜브 영상 캡처

6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이 ‘불확실한 세계, 그래서 과학’을 주제로 개최한 공개 강연에서 서인석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불변의 법칙인 ‘보편적 원리(Universal principle)’를 불확실성이 높은 코로나19와 연관 지어 풀어냈다. ‘보편적 원리’는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여러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성립되는 원리를 뜻한다.

서 교수는 “방 안에 있는 모든 기체의 분자 움직임 전체를 이해하려고 하면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사실상 모두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기체를 공부할 때는 각각의 기체 분자 움직임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기체의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든 상관없이 반드시 공통적으로 성립하는 법칙을 찾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보편적 원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 교수는 “보편적 원리는 상황에 상관없이 반드시 성립하기 때문에 수학의 세계에 있는 잘 정돈된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의 거칠고 복잡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드시 성립하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보편적 원리가 불확실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보편적 원리 중 하나가 ‘Galton-Watson 수형도’다. 이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씨가 어떻게 번성하고 멸종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도입된 모델이다. 즉 성씨의 시조가 되는 사람에 해당하는 점에서 시작해서 그 아래로 계속 뻗어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수형도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최초 확진자가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양상을 도식화한 그래프로 그려 볼 수 있다. 여기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으려면 수형도가 무한히 뻗어가지 않고 언젠가는 멸종되어야 한다.

서인석 서울대 교수는 ‘수학으로 맞서는 불확실한 세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 공개 강연 유튜브 영상 캡처

서 교수는 “Galton-Watson 수형도의 가장 큰 강점은 그래프의 멸종을 판단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각 감염자가 갖고 있는 모든 불확실성을 이해할 필요가 없고, 그중에서 한 명의 감염자가 몇 명의 사람을 감염시킬지에 대한 기댓값 R만 알면 멸종 여부 판별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R의 값이 1 이하면 확산이 통제될 것이고, 1보다 크면 확산이 더 커지게 된다. 실제 방역 상황에서는 R의 값을 ‘감염재생산지수’라고 부른다. 이것은 평균 접촉자 수와 감염될 확률, 평균 노출 시간을 모두 곱하면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R의 값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방역 대책과 시민의 참여에 따라 변화하는 값이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 평균 접촉자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강화하면 감염될 확률이 줄어들게 된다. 또 역학조사를 통해 빠르게 확진자를 파악해서 격리하면 한 명의 감염자 평균 노출 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원리, 불확실한 세계 이해의 나침반

수학을 이용하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드시 성립하는 보편적 원리를 찾아낼 수 있다. ⓒ 공개 강연 유튜브 영상 캡처

또 다른 보편적 원리는 ‘다공석’이라는 돌과 관련된 현상이다. 다공석은 돌 안에 많은 구멍들이 있어 그 틈으로 물이 잘 통과된다. 그래서 예전부터 건축에서 배수가 필요한 곳에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어떤 다공석들은 내부에 구멍이 충분히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전혀 통과되지 않아 오히려 방수가 필요한 곳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서 교수는 이것을 코로나19 집단면역과 연관을 지어 설명했다. 인구의 일정 비율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갖고 있으면 바이러스의 확산이 잘 통제될 수 있다. 즉 바이러스 확산 저지 가능한 비율의 인구가 면역을 획득하는 것이 바로 집단면역이다. 코로나19의 경우는 이 비율이 약 60%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 비율은 ‘여과 모형(Percolation)’이라는 보편적 원리에 의해 정해진다. 여과 모형의 점을 P의 확률로 지워서 얻은 것이 클러스터다. P의 값을 변화시킴에 따라 클러스터의 크기가 변화하는데, 어느 순간에 거대한 클러스터가 부서져서 작은 클러스터로 바뀌게 된다.

이런 Percolation에서 보이는 현상은 물이 100도가 되는 순간에 갑자기 끓어오르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상전이 현상’이라고 부른다.

서 교수는 “Percolation에서 상전이 현상이 나타나는 분기점을 p0라고 하면, 사람들의 면역 비율이 p0 이상으로 Percolation에 작은 클러스터들만 존재해야 바이러스의 감염전파를 소규모로 통제하고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보편적 원리는 반드시 성립해야 되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하면 집단면역과 같은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된다. 이외에도 수학의 세계에는 수많은 보편적 원리가 있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실 세계를 나침반처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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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허혜경 2021년 3월 6일7:31 오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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