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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2020-11-16

보편성을 지닌 젠더 혁신 연구에 앞장 젠더혁신연구센터, 박사학위 논문상 시상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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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엘타워에서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여성과총)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젠더혁신연구센터(GISTeR)는 젠더혁신 개념을 기반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차세대 과학기술인에게 수여하는 '2020 과학기술 젠더혁신연구 박사학위논문상' 시상식을 거행했다.

GISTeR는 편견 없는 과학기술 발전을 추구하는 세계적 연구 동향인 젠더혁신연구의 국내 도입과 확산을 위하여 설립된 연구센터이다. ‘과학기술 젠더혁신연구 박사학위논문상’은 과학기술연구에 젠더혁신 개념을 적용한 차세대 연구자들을 장려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하여 GISTeR에 의해 2019년 처음으로 제정되었다.

젠더 혁신 개념은 이공학 연구 분야에 존재하는 남성 위주의 편견에서 벗어난 연구를 지향한다. 과거 이공학 연구는 그 연구자와 연구 관점 및 방법, 피험체 등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남성, 그것도 성인 남성 위주였다. 하지만 보편성을 지니고 진실에 근접하는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연구의 모든 면에서 여성적 시각, 더 나아가서는 기존에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던 모든 인구 집단의 시각을 포괄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박사학위 논문상은 각 분야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총 3편이 선정되었다.

박주현 이화여대 박사 ⓒ 박주현

박주현 이화여대 박사는 '식이 유도 비만이 후성유전적 기전을 통해 다음 세대들의 대사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비만 및 당뇨 연구에서는 모계의 영양 상태가 자손의 대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된 데 반하여 부계의 영양 상태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미비하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부계로부터 유도된 비만이 연속된 두 세대의 대사 조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고 이와 관련된 후성유전적 기전을 탐색함으로써 생식선 전이를 통한 대사 질환의 세대 전달 현상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 논문은 고지방 식이로 유도된 비만이 대사 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을 3세대에 걸쳐 관찰하고 성별에 따라 나누어 분석하였다. 한 개체의 생활습관을 넘어 조부의 환경인자가 대사 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분자 생물학적 수준에서 규명하였다. 특히, 임신 및 수유 기간을 통해 환경적 요인을 전달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모계의 영양상태를 집중해왔던 기존 연구들에 비해, 부계의 영양상태에 의해서도 후성유전적 요인의 전달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다음 세대의 대사 증후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였다.

최초 고지방식이에 노출된 수컷 조부를 제외한 모든 다음 세대 생쥐들은 동일한 정상 식이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세대 자손에서 당뇨 표현형을 포함한 대사 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났다. 특히 표현형과 분자적 기전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수컷 후손은 과체중의 표현형이, 암컷 후손은 체중의 변화는 없지만 당분 내성의 표현형이 나타났으며, 이후 진행한 유전자 발현 분석에서도 여성 후손 특이적인 소포체 스트레스가 간 조직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대사 증후군의 원인 규명 시 성별 특이적인 접근 방법이 중요하게 작용됨을 시사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분자적 기전을 제공했다.

우혜원 한양대 박사 ⓒ 우혜원

우혜원 한양대 박사는 '콩-함유성분/콩식품과 당뇨발생위험 연관성 분석 및 전장유전체 기반 유전-콩식품 상호작용 연구: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상을 받았다.

최근 콩 단백질과 이소플라본을 함유한 콩 식품은 포도당 대사와 인슐린의 항상성 개선, 즉 당뇨병 예방에 잠재적 효과가 있다고 제안되어 왔다. 그러나 콩 단백질과 이소플라본의 포도당 감소 효과는 사람 대상 임상시험 결과 일관성이 없었다. 당뇨 발생위험에 대한 역학연구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연구는 40세 이상 한국인 성인을 대상으로 구축된 한국인 유전체 코호트를 기반으로 △콩 단백질과 이소플라본과 당뇨 발생 위험 연관성에 대한 코호트 분석 △콩 식품(두부, 된장국/청국장, 콩/콩자반, 두유)과 당뇨 발생 위험 연관성에 대한 코호트 분석 △전장유전체 기반 유전-식이(콩 식품) 상호작용 분석을 통해 일상적 콩 식이 섭취와 당뇨 발생 위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논문의 주제인 콩 식품 및 콩-함유성분(이소플라본)과 당뇨병 발생 위험의 연관성 파악은 아시안 인구 집단에 비하여 콩 섭취가 매우 적어 코호트 연구의 주를 이루는 서양에서는 연구결과를 내기가 어렵다. 또한 일상 식이를 통한 콩 섭취와 당뇨 발생 위험이 남녀에 따라 다르다는 공중보건학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에 더하여 전장유전체 분석 자료를 이용하여 유전-식이 상호작용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방법으로 콩과 콩-함유 성분(이소플라본)이 여성에서 당뇨병에 예방적 연관성을 보이는 것과 달리 남성에서 관련성을 보이지 않는 것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콩 함유 성분 이소플라본이 특정 유전형을 가진 남성에서 콩 식품/콩 함유 성분이 오히려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였다.

김정수 서울대 박사 ⓒ 김정수

김정수 서울대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장-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로 상을 받았다.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65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했을 때 장내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인지능력이 개선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남성과 여성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에 의해 유의하게 변화한 장내미생물과 인지 기능 영역이 다르게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남성에서는 기억력과 주의  집중력, 여성에서는 언어능력과 수행능력이 유의하게 개선되었다.

즉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가 건강한 식습관의 일부로서 노인의 장 및 뇌 건강을 개선하는 유의미한 효과가 있으며, 이를 건강한 삶과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영양적 중재의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된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는 성별에 따라 다른 효과를 가지므로, 향후 정신건강 관련 건강기능식품 및 치료제 개발 시, 성별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정신질환은 다양한 신체 질환 중에서도 성별 차이가 뚜렷하며, 특히 노인에서는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노인기 정신건강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성별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정신건강 문제에서 남녀 차이를 살펴본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인지 기능 저하 및 우울증 등의 다양한 정서장애 문제를 포함하는 노인기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식품 영양소의 섭취의 정신건강증진 효과를 평가하였다. 연구를 통해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의 정신건강 개선 효과를 규명하고, 남성과 여성에서 그 효과가 다름을 확인하였다. 이는 정신문제 예방 및 치료법 개발 연구에 있어, 성별 차이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그 학술적 의의가 크다.

시상식장에서의 우혜원, 김정수(왼쪽에서 2, 3번째) 박사. 박주현 박사는 해외에서 연구하는 관계로 이번 시상식에 불참했다.

수상 소감으로 우혜원 박사는 “젠더 특화된 연구를 지원해 주신 지도 교수님께 감사하며, 연구에 따르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김정수 박사는 “이러한 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준 GISTeR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성별 간에 상이한 정신건강 연구가 잘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연구 계획으로 우혜원 박사는 “현재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성호르몬의 매개 및 독립 효과를 고려한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당뇨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신진연구 중이며, 영양소 섭취 시 복잡성을 네트워크 측면에서 분석, 다양한 인구 집단으로 구성된 대중들에게 의의와 정보를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김정수 박사는 “노인 영양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 싶다. 노인기의 정신건강은 성별 및 교육수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이가 확연한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건강기능 식품의 개발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 외에 수상자들은 “지속적으로 젠더 혁신 연구 논문이 나와야 관련 연구가 활성화된다.”, “장차 더 많은 젠더 혁신 연구를 통해 그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또한 이공계 여성 연구자들의 부족 원인으로 미흡한 육아 지원과 사회적 편견 등을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당부했다.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저작권자 2020-1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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