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2014년에 개봉했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일행은 우주선을 타고 인류가 새로 살 수 있을 만한 행성을 찾으러 나선다. 그중 한 행성에 거의 다 왔을 때, 그 행성계의 중심에 있는 “가르강튀아”라는 거대 블랙홀이 영화 화면 전체를 뒤덮는다. 황금색의 두꺼운 원반과 그 중앙을 길쭉하게 가로지르는 선까지. 이전까지 사람들이 그려오던 블랙홀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게다가 이 영화에 나오는 블랙홀의 모습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킵 손(Kip Thorne)이라는 유명 이론물리학자가 계산한 것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해 낸 것이다. 어찌나 가르강튀아의 이미지가 충격적이었던지, 이후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이 등장할 때까지는 각종 미디어에서 블랙홀을 보여줄 때는 항상 가르강튀아 같은 이미지가 등장하였다.
괴테가 말했듯이,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인간사회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이 자연도 그러하다. 자연을 인간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우리가 아직 자연의 어떤 모습을 오해한 것은 아닌지 알아내는 것이 바로 필자와 같은 과학자가 하는 일이다. 물론 어려움도 많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 과학자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연구 현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 희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어려움을 자주 느끼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과 관심사가 다르니, 필자가 좋아하는 것을 그들도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연구 동료들과 토론하는 기술만 쌓다 보니, 필자의 말이 그들에게 재미있게 들리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연구 결과를 일반 대중에게 재미있게,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미디어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도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과학자들도 연구 중에 그래프나 사진을 만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연구 현장에서 현상을 좀 더 편하게 이해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그런 그림을 대중에게 보여준다 한들, 이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왜 중요한지 설명하는 데 한세월이 걸리고 말 것이다. 킵 손 역시 앞서 [인터스텔라]의 가르강튀아 블랙홀을 만들어 냈을 때, 짐작건대 아마 복잡한 수학 계산식과 숫자가 빽빽하게 차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블랙홀을 연구하는 과학자 말고, 그런 수학 계산식과 데이터만 보고도 멋지다고 감탄할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수학 계산식과 데이터만으로 꽉 찬 가르강튀아 블랙홀을 매혹적인 이미지로 바꾼 것은, 킵 손과 같이 협력한 컴퓨터 그래픽 팀의 공로이다. 그들은 단순히 예술적인 감각만 좋은 것이 아니라, 과학자와 소통할 줄 알고, 과학기술에서 다루는 거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기술 역시 갖고 있었다. 데이터에 있는 수많은 숫자를 어떤 색으로 칠할까? 어느 거리에서 어떤 각도로 볼까? 나온 결과가 일반 대중이 보기에도, 과학자가 보기에도 제대로 나온 것일까? 이런 질문 중 하나라도 소홀히 했다면, 우리가 아는 멋진 이미지는 없었을 것이다. 소위 문과생과 이과생 중 한 가지 능력만으로는 이런 일은 결코 할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도 많은 영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기술 성과를 내고 있다. 당장 필자가 일하고 있는 천문학에서도, 우리 우주를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규모로 모사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적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학계에서 보는 이런 눈부신 성과와는 별개로, 정작 이 성과를 일반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미디어로 만든 예는 거의 없다. 그래서 일반 대중이나 정부에 연구를 소개할 때 사용하는 미디어는 십중팔구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든 것이다. 이러한 일이 지속된다면, 마치 할리우드 영화가 오랫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을 미국화한 것처럼, 앞으로 우리가 과학기술과 자연에 관해 갖는 생각이 외국에 종속되고 말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과학기술계가 미디어 및 예술계와 긴밀한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 학제 간 교류회 등을 통해, 서로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공감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협업이 이루어질 때, 과학기술인과 예술인이 갑을 관계가 아닌, 양쪽이 모두 공정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협업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 즉, 과학기술인이 연구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미디어 제작뿐 아니라, 예술인들도 과학기술 연구로부터 영감을 얻은 창작품 제작도 장려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인터스텔라]의 컴퓨터 그래픽 팀과 같이, 문과생과 이과생의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 양성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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