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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먹는 블랙홀’ 정밀관측에 성공

접근한 별 국수처럼 쪼개 흡수한 후 X선 대량 방사

태양계가 포함된 은하계 중심에는 엄청난 크기의 블랙홀이 있다.

태양과 비교해 수백만 배에 달하는 것으로 은하계가 생성될 당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블랙홀을 중심으로 밝게 빛나는 은하를 퀘이사(quasars)라고 한다. 수십억 광년 동안 강한 빛으로 주변의 가스 구름을 통과하는데 우리 눈으로 보기에 구름을 집어삼키는 것처럼 보인다.

블랙홀이 가까이 접근한 별을 삼키는 모습을 그린 가상도. 그동안 39번의 별을 흡수하는 조석파괴현상을 관측한 과학자들이 블랙홀을 비롯 은하계 전체 구조에 대한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있다. ⓒNASA/JPL-Caltech

39번의 흡수 장면 분석해 천문 학회에 보고

그러나 사실 이 블랙홀은 이미 수 천 년 간 휴면기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과 같은 어떤 물체들이 접근하면 위력을 발휘한다.

별들을 산산이 파괴하면서 블랙홀로 흡수하는 것 같은 장관이 연출되는데 과학자들은 수개월 간 이어지는 이런 현상을 ‘조석파괴현상(TDE, tidal disruption event)’이라 부른다.

별들이 블랙홀에 접근해 부서지면서 이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가진 플레어(Flare)가 방출되기 때문. 그동안 과학자들은 마치 초신성처럼 강렬하게 빛나는 TDE를 통해 블랙홀과 관련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도 이런 연구가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29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수년 전 천문학자들이 여러 건의 조석파괴현상을 발견한 후 첨단 장비를 동원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아내고 있는 중이다.

메릴랜드 대학의 천문학자 수비 게저리(Suvi Gezari) 박사는 “블랙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어 TDE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물리적 원인을 정밀 관측을 통해 분석해왔으며, 최근 그 실체를 밝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초 호눌루에서 열린 미국천문학회(AAS) 연례회의에서 그동안 수행한 39번의 TDE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고한 바 있다.

그중 22번의 사례는 최근에 이루어진 것이며, 17번의 사례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팔로마 천문대에 설치된 초대형 천문관측 장비인 ‘ZTF(Zwicky Transient Facility)’를 이용해 관측한 결과다.

관측 결과를 종합하면 이전까지 몰랐던 사실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블랙홀이 접근한 별들을 집어삼키는 모습과 함께 타오르는 플레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은하계 구조⸳크기 등 정밀 관측 가능해

게저리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영상을 보면 블랙홀의 중력이 접근한 별들을 마치 스파게티의 가닥들처럼 갈라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별을 삼켜버리는 모습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별의 절반 정도를 순식간에 삼켜버리고 나머지 절반은 긴 띠들이 퍼져 있는 것처럼 분산돼 있다가 가스와 먼지들로 이루어진 응축원반 (accretion disk)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사라진 별들은 국수처럼 산산이 조각나 블랙홀에 흡수되고 블랙홀의 크기는 이전보다 더욱 커지게 된다.

블랙홀의 파워도 더욱 증가한다. 별들이 흡수되면서 내부 온도가 더 올라가고 더 뜨거워진 열로 인해 블랙홀 내부로부터 엄청난 양의 X선을 방출하게 된다.

블랙홀이 X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은 1990년대 특수 제작된 위성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과학자들은 ZTF와 같은 거대한 장비를 통해 순식간에 전개되고 있는 블랙홀이 별들을 삼키는 장면을 상세하게 관측하고 있는 중이다.

첨단 장비 중에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스위프트 위성(Swift Burst Alert Telescope)과 같은 시설들도 포함돼 있다. 이 위성에서는 자외선과 X선 주파수 등을 관측하고 있는 중이다.

연구팀이 관심을 기울여 하고 있는 일은 조석파괴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어떤 가스가 방출됐는지 다양한 가스의 지문들(fingerprints)을 채취하는 일이다. 이 지문들을 통해 어떤 별이 블랙홀에 흡수됐는지 판별할 수 있다.

게자리 교수 연구팀은 지금까지 진행된 TDE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수소, 헬륨, 그리고 다양한 가스의 집합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소가 방출됐다는 것은 흡수된 별이 매우 크고 젊은 별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반면 헬륨인 경우 흡수된 별이 매우 늙은 별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젊은 별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던 수소 층이 벗겨져나가고 중심부에 헬륨이 남아있던 중 블랙홀에 흡수되면서 그 헬륨을 방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게저리 교수는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가스 성분을 분석한 후 블랙홀 주변에 어떤 별들이 산재해 있는지 추적해 들어갈 수 있으며, 총체적으로 은하계의 구조를 더 상세히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지켜본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의 천문학자 츠비 피란(Tsvi Piran) 교수는 “게저리 교수팀을 통해 수행된 TED 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내부는 물론 은하계의 크기를 측정해나갈 수 있다.”며 큰 기대감을 표명했다.

교수는 “그동안 진행된 X선 관측 결과가 매우 불규칙해 은하계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에게 혼란을 주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의문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후속 연구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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