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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3-05-03

벤처 창업자들의 천국…이스라엘 세계 벤처신화 만들기 현장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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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천국이 곧 이스라엘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김한주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그동안 선망해왔던 의사, 변호사 등의 직업을 버리고 창업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한 해 동안 만들어내는 벤처기업 수가 유럽 전체의 벤처 기업 수를 능가하고 있다.

미국 내에는 이스라엘보다 약 30배 많은 의과대학이 존재하지만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창업 중 약 40%를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는  4년 만에 졸업하는 곳이 아니다. 페레츠 라비 총장에 따르면 “학생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계속 남아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만큼 교육 시스템도 매우 색다르다. 의학, 공학, 약학 등 여러 분야가 뒤섞여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교육과정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 대학은 ‘2.0 대학’의 모범사례

그동안 이스라엘을 연구해온 김한주 수석연구원은 “꾸준한 연구를 근간으로 하는 대학을 ‘대학 1.0’이라고 한다면, 상상력으로 앞길을 개척해나가는 특허 중심의 대학은 ‘2.0대학’이며, 이스라엘의 대학들은 바로 이 ‘2.0대학’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 해외로부터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이스라엘 I-Core 센터 홈페이지. 이곳을 통해 인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벤처 창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http://www.i-core.org.il/

이스라엘의 주요 3개 대학에서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특허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스라엘 전체 대학들이 올리는 특허료 수입은 한국 돈으로 약 2조원에 달한다.

이스라엘 대학들이 이처럼 창업 인큐베이터가 돼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장 큰 동력은 국가 정책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인재양성과 창업, 자금지원, 기술사업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치밀하게 지원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보면 정부가 주관, 약 6개월 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톱 1~3% 이내, IQ 140 이상의 영재로서 수학 및 물리학 등의 학업성적이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군 복무 기간 중에도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정보통신 R&D부대인 ‘Talpiot', 비밀정보부대인 ’8-200', 컴퓨터부대인 ‘Mamram' 등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신병으로 선발하고, 기술개발 인력으로 6~9년 동안 양성하면서 특별한 인물들을 키워낸다.

해외인재 영입에도 자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I-Core'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해외에서 뛰어난 유대인 인재가 귀국하면 즉시 60만 달러(미화)를 지급해 연구 활동이 이어지게 하고, 일단 연구가 시작되면 연간 12만 달러씩 5년 간 연구보조비를 지원한다.

R&D에 대한 정부지원도 전폭적이다.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참여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R&D 과제에 대해서는 정부지원금에 대한 상환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상용화 목적의 R&D 과제에 대해서는 사업 성공 시 매출의 3~5%를 매년 상환토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의 창업활동은 대다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R&D, 혹은 디자인 혁신을 강조하면서 사업을 혼자서 하기보다는 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기술사업화 초기부터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GNB, Global Network Business)'를 구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 실패해도 지분 요구하지 않아

그런 만큼 정부에서도 국제협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이다. EU가 주관하는 '7차 Framework Program(FP7)'이나 ’유레카(Eureka)' 프로그램 회원국으로 참여하면서, 아시아·북미·남미 국가 등과는 양자 간 기술협력 프로그램들을 운용하고 있다.

또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스라엘 중소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장개척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벤처캐피털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부가 운용하고 있는 벤처지원 프로그램 ‘요즈마 프로젝트’는 벤처기업의 사업자금 40%를 뺀 나머지 60%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수익이 나면 정부 지분을 벤처캐피털이 사가고, 실패해도 정부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요즈마 펀드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990년대 펀드가 시작될 당시 규모가 2억~3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최근 3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런 여세를 몰아 민간 부문 벤처캐피털 규모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엔젤 투자 규모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이스라엘의 벤처기업 수는 8천226개다. 한국의 2만6148개보다 훨씬 적지만 성공한 벤처는 이스라엘이 훨씬 많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스라엘 기업은 57개. 중국 164개, 캐나다 149개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벤처 천국이 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정부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 벤처를 우대하고, 벤처가 세계로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리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벤처대국이 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상황에서 갑자기 벤처강국을 부르짖기는 너무 이른 것 같다. 갈 길이 너무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통해 창조경제를 구축하려는 한국 상황에서 또 하나의 벤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끝)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5-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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