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단순히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대 연구진은 특정 장내 미생물이 홍차와 적포도주, 블루베리 같은 식품에 있는 플라보노이드( flavonoids)라는 자연 발생 화합물을 분해해 면역력을 자극함으로써 심한 독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연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 인체와 병원체 간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독감으로 인한 심한 손상을 막는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한 다양한 인체 반응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4일자에 게재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연구원들은 특정 장내 미생물이 홍차, 적포도주 및 블루 베리와 같은 식품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연 발생 화합물인 플라보노이드(flavonoids)를 분해함으로써 실험용 쥐에서 심각한 독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Credit: Getty Images
독감 피해 예방에 희소식
논문 제1저자이자 세인트루이스 어린이병원 소아과 임상강사인 애슐리 스티드( Ashley L. Steed) 박사는 “우리 식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보노이드는 지난 여러 해 동안 면역체계를 조절해 감염과 싸우도록 돕는 보호적 속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돼 왔다”며,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점은 플라보노이드가 장내 미생물과 함께 작용해 독감과 다른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런 기전에 관해 분명히 더 많이 알아내야 할 필요가 있으나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고열과 기침, 몸이 쑤시는 전신 통증이 나타나는 인플루엔자는 인체 상기도에 흔하고 때로는 심각한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고령자와 임산부, 어린이 그리고 천식 및 심장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심한 독감 합병증이 나타나기 쉽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미국에서 해마다 113명의 어린이가 인플루엔자로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에서 매년 25만~50만명이 독감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인간의 장 내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미생물 중 하나인 Escherichia coli(E-coli) 대장균. Credit: Rocky Mountain Laboratories, NIAID, NIH
미생물이 플라보노이드 분해해 면역계 자극
이전에 발표된 증거들도 장내 미생물이 심각한 인플루엔자 감염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자들은 구체적으로 장내 미생물들이 어떻게 보호작용을 하는지를 밝혀내는 데 목표를 두었다. 여기에 덧붙여 영양학자들은 지난 수년 간 플라보노이드가 함유된 식품들이 가진 건강상의 잠재적인 이점을 연구해 왔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병리학 및 면역학과 태디어스 스타펜벡(Thaddeus S. Stappenbeck)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플라보노이드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플라보노이드를 활용해 면역반응을 잘 조절하는 장내 미생물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박테리아가 이 식이 화합물을 사용해 면역반응을 돕는 신호 분자인 인터페론을 증강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플루엔자와 관련한 폐 손상을 예방했고, 이런 종류의 폐 손상은 사람에서도 폐렴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파슬리(왼쪽)에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플라본이 많이 들어 있고, 자몽을 비롯한 감귤류는 다양한 플라보노이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플라보노이드 대사산물 처리한 쥐 피해 적어
스타펜벡 교수와 스티드 박사는 플라보노이드를 대사시키는 인체 장내 미생물 선별 작업을 진행한 결과, 그 중 독감에 의한 위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바이러스 하나를 식별해 냈다. 클로스트리디움 오비스신덴스(Clostridium orbiscindens)라고 불리는 이 미생물은 플라보노이드를 분해해 인터페론 신호 전달을 향상시키는 대사 산물을 생산한다.
스티드 박사는 “데스아미노티로신(desaminotyrosine)이라고 불리는 이 대사 산물은 DAT라고도 알려져 있다”며, “이 DAT를 쥐에게 주고 인플루엔자에 감염시키자 DAT를 처치하지 않은 쥐보다 폐 손상이 훨씬 적었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DAT를 준 쥐의 폐에는 독감 손상이 별로 없었으나 바이러스 감염 수준은 DAT 처치를 하지 않은 쥐와 동일했다.
스타펜벡 교수는 “감염은 기본적으로 같았다”며, ”미생물과 DAT는 독감 감염 자체를 예방하지 못 하고 쥐들은 여전히 독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으나 DAT는 면역계로 하여금 바이러스가 폐 손상을 입히지 못 하도록 막았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변이와 상관 없이 면역력 높여
이 같은 사실은 해마다 나오는 독감 백신이 감염을 예방하는데 항상 효과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스티드 박사는 “독감에 걸렸을 때 DAT를 사용하면 심하게 아픈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전략은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주 변이를 일으켜 이를 타겟으로 하는 백신이나 치료법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나, 이 DAT 처리 전략은 바이러스 변이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것.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플라보노이드를 사용해 면역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장내 미생물을 발굴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런 장내 미생물이 충분히 않은 사람들에게 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독감 계절이 시작되기 전에 홍차 등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과일과 야채에 많이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기능과 비만 예방 및 발기 부전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보노이드가 많은 식품으로는 파슬리 양파 블루베리 등의 베리류, 홍차 녹차 우롱차 바나나 자몽 등의 감귤류 은행 바다갈매나무열매 적포도주 다크초콜릿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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