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열렸던 ‘2016 국토교통기술대전’은 전기버스나 자율주행차 등, 첨단의 운송수단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던 운송수단은 우리에게도 상당히 낯이 익은 노면전차였다.
트램(tram)이라고 불리는 노면전차가 낯이 익은 까닭은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유럽의 도시들을 촬영한 영상에 도로를 달리는 트램의 모습이 종종 잡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지만, 직접 볼 수는 없었던 트램이 수년 뒤면 국내의 여러 도시를 누빌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이후를 목표로 국내 지자체 공급 및 해외 수출 용도의 ‘무가선 트램’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램의 장점은 경제성과 친환경성
무가선이란 가선(架線)이 필요 없다는 뜻으로서, 동력원인 전기를 전기선이 아니라 배터리로 공급받는 것을 의미한다. 무가선 시스템은 도심에 철탑이나 전기선을 세울 필요가 없어서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시간 운행을 할 수 없고 일정한 충전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무가선 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성이다. 도로 한가운데에 궤도만 설치하면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선로를 건설해야 하는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플랫폼에 대한 투자 규모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차량이 저상(底床)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플랫폼의 높이도 노약자들이나 장애인들이 승하차하기 편하도록 최대한 낮게 지어진다. 이렇게 지어지면 초기 건설비가 경전철 플랫폼의 3분의 1밖에 들지 않은다.
트램의 도입을 위해 기존 차도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차량의 폭과 국내 도로의 폭이 비슷하여 기존 도로에 매립형 궤도를 놓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현재 트램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철도기술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이 외에 곡선으로 된 도로라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을 만큼 유연성과 주행성능이 뛰어나다는 점과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트램이 가진 다양한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트램만의 장점은 도시 재생 효과에도 도움이 된다. 경전철 같은 경우는 선로의 설치 때문에 도시의 형태가 둘로 쪼개지는 경우도 있지만, 트램은 그럴 염려가 없다. 실제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시 같은 경우는 트램 도입을 계기로 쇠퇴한 공업지대가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도시로 되살아나는 도시 재생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증하고 있는 대중교통 수단인 트램
세계대중교통협회(UITP)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388개 도시가 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트램이 수송하는 승객수는 대략 135억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대중교통 이용객의 3% 정도에 해당되는 규모다.
분담률이 3% 정도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중요한 점은 최근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도입되고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바로 트램이라는 점이다.
2000년 이후 새로운 교통수단을 도입한 전 세계 289개 도시 중 80%에 육박하는 도시가 트램을 설치했는데, 유럽의 경우는 169개 도시 중 92%인 155곳이 도입을 완료했고, 북미도 48개 도시 중 40개가 트램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트램 도입의 유행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부터 무가선 트램의 도입을 검토했다. 예전 정부의 정책 기조였던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춰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난 해인 2015년 말까지 무가선 트램 기술을 개발하여 시운전까지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
이후 무가선 트램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지난 2012년에 열린 여수 엑스포에서 첫 선을 보였었다. 당시 엑스포 행사장을 누비는 트램을 보면서 대전과 수원, 그리고 위례신도시의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가 다 가도록 트램을 운행한다는 계획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환경친화적이고 건설비와 운영비가 적은 트램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교통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현재의 교통시스템에 맞춘 예비타당성 조사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입 계획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말을 빌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자동차 중심으로 짜여진 교통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트램 도입은 수년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가능성은 트램 도입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점칠 수 있다. 대전시의 경우 오는 2020년 까지 2개의 트램 노선을 개통한다는 계획하에 현재 트램 도입에 필요한 법규 및 제도를 정비하고 있고, 성남시도 판교지역을 중심으로 랜드마크 개념의 트램 도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도로교통법 같은 관련법의 개정 및 도로의 재정비 같은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트램 도입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운행이 중단된 이래 반세기 만에 부활한 트램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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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7-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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